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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리더의 말

  •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  |   입력 : 2023-02-08 19:51:24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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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 이야기’에서 매력적으로 그려낸 한니발은 로마를 멸망 직전까지 몰고 갔던 카르타고의 명장이다. 밤 새워 전투를 치른 그가 망토를 휘감고 나무 그루터기에 누워 잠들어 있으면 행군 중인 병사들이 곁을 지나며 발소리를 줄였다고 한다. 부하들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음식을 먹으며 한데서 쪽잠을 잔 그는 과묵함으로 군대를 이끌었다. 홀로 생각에 잠긴 장군을 부하들은 존경하고 두려워하면서도, 때론 “내가 돕지 않으면 안된다”는 동정심으로 대했다고 저자는 묘사한다.

전직 금융 공기업 기관장 이야기다. 직원들과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마침 회사의 CI(기업 로고)가 눈에 띄어 혼잣말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몇 시간 뒤 관리부서 간부가 와서 “CI를 바꿀까요” 하더란 것이다. 자신도 기억 못한 언급이 ‘CI가 별로다’는 의미로 전달됐고 담당부서까지 파급됐던 것이다. 아마도 조직에서 가장 말을 많이 하고 해야 하는 사람은 팀장급 중간 간부일 것이다. 아랫사람에겐 일을 시키고 윗사람에게는 일하는 것처럼 보여야 해서다. 제일 말을 아껴야 하는 사람은 리더다. 리더의 한마디는 개인이나 조직에 예상 못한 파장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나선 안철수 의원과 용산 대통령실의 설전이 최근 주목받았다. 안 의원의 ‘윤-안연대’와 ‘윤핵관’ 발언이 계기다. 먼저 친윤계 의원들이 비판의 총대를 멨으나, 나중에는 대통령실이 직접 나섰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격노했다며 직접화법으로 소개까지 했다. “실체 없는 윤핵관 표현으로 이득 보려는 사람은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여 윤-안 연대를 얘기하는 것은 극히 비상식적이다” 등이다. 사실이라면 윤석열 대통령은 적과 연대해 대통령직에 올랐다는 뜻이 된다. 설사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 해도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참모들은 또 뭘 하는 사람들인가.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1일 1실언’이라고 불릴 때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눈 감아준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일단 대통령직에 오른 이상 국민 기대치는 다르다. 뉴욕 순방 중 ‘바이든-날리면’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아랍에미리트(UAE)에선 ‘이란이 적’이라는 바람에 경제외교 성과가 덮였다. 말을 많이 해서 손해 보는 리더는 있어도 그 반대는 없다. 18세기 프랑스의 사제 디누아르는 ‘침묵의 기술’이란 책에서 “권위를 행사하는 이는 말과 침묵을 적절히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 아닌가.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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