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씨는 K팝 시대를 연 선구자다. 1995년 자신의 영문이름 앞 글자를 따 SM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1996년 H.O.T가 데뷔하면서 국내 음악시장을 선도하는 기획사로 성장했다. S.E.S와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EXO) 등 인기가수를 배출했다. K팝 성공 신화를 일군 그가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면서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
지난해 3월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SM에 주주서한을 보냈다. 이 씨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 SM이 체결한 계약 내용이 문제였다. 적자가 나도 매출의 6%를 라이크기획에 줘야 해 주주 이익을 침해당해서다. 주주총회에서 얼라인 측이 추천한 감사가 선임되면서 ‘주주행동’이 승리했다. 이때부터 이 씨는 지분 매각을 서둘렀으나 매각 협상이 지체됐다. 지난해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가 손을 내밀었으나 이 씨가 경쟁사 대표이자 후배인 방시혁 대표에 회사를 넘길 수 없다며 거절했다는 말이 나왔다.
SM 경영진은 지난 3일 기업 설명회를 열고 SM 3.0 계획을 발표했다. 이 씨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멀티 프로듀싱을 지향하며 순익의 20%를 배당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1% 지분밖에 없는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이 주효했다. 여기에 카카오가 등장했다. 카카오는 SM 지분 확보를 위해 이 씨와 협상을 하다 신주를 인수하기로 했다. 2172억 원을 들여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전환사채를 인수해 2대 주주(9.05%)로 올라섰다. 이 씨는 카카오에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기존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특히 업계 1위 하이브가 이 씨의 손을 잡으며 SM 지분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하이브는 지난 10일 이 씨의 지분 14.8%(352만3420주)를 4228억 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또 SM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보통주 지분 25%를 주당 12만 원에 공개 매수하기로 했다. 하이브가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면 글로벌 K팝 시장을 장악하는 거대 기업이 탄생한다.
이제 카카오의 반격 여부가 관심사다. 카카오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에서 1조154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실탄이 충분하다. 일각에선 카카오가 SM 지분을 추가로 매입한 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우회상장을 시도한다는 시나리오까지 나온다. SM 지분 전쟁의 승자가 누가 되든 K팝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