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세계박람회가 유치될 나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세계박람회는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안정성이 높은 나라, 그리고 인프라와 관광지가 풍부한 나라가 가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가능성이 가장 큰 나라는 어디인가’고 챗GPT에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이번엔 2030엑스포 개최 유력 후보인 대한민국 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강점과 약점을 물었다.
“대한민국 부산의 강점-경제적 풍요와 안정성, 우수한 인프라와 교통시설, 다양한 문화와 관광지. 대한민국 부산의 약점-대규모 행사장과 호텔 부족,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의 환경 문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강점-경제적 풍요와 안정성, 세계적인 에너지 생산 국가, 고급 호텔과 행사장 시설. 사우디아리비아의 약점-문화적 다양성이 부족한 환경, 여행객이 적은 관광지, 정치적 불안정성.”
왜 이렇게 단답형 답이 나왔나 의아해하며 같은 질문을 영어로 해봤다. 아니나다를까, A4용지 2장 가까운 분량 영어 문장이 순식간에 쏟아졌다.
부산의 장점으로 2002년 아시안게임과 2005년 APEC 정상회의 등 개최, 교통 통신 숙박 등 잘 갖춰진 인프라, 동북아 거점으로서 전략적 중요성을 든 것이 한가지다.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 열풍이 거세다. 지난해 11월 30일 출시된 이후 2개월 만에 월간 이용자 1억 명을 돌파하면서 세상을 바꿀 기세다. 인스타그램 2년6개월, 유튜브 2년10개월, 구글 8년 등 월간 이용자 숫자가 1억 명을 넘긴 기간을 고려하면 그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인간처럼 생각하는 데다 똑똑하기까지 한 AI를 시민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챗GPT는 획기적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이은 새로운 변화를 선도하리란 기대가 그래서 나온다. PC 시대를 열었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독일 언론과 대담에서 “AI 발전이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혁신”이라며 “챗GPT 등장이 인터넷 발명만큼 중대한 사건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개발 및 투자 전쟁에 대한민국 기업도 뛰어들었다. 전 세계가 챗GPT가 만들어낼 미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챗GPT가 일상적인 대화 뿐만 아니라 논문 보고서까지 만들어내면서 윤리 문제와 함께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가 제기된다. 당장 새학기를 앞둔 교육계에선 표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미국에선 의사시험에 통과할 정도니 전문직 일자리까지 빼앗아가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인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가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하면 자본주의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할 정도다. 오픈AI는 2015년 올트먼과 일론 머스크 등이 인류에 도움을 주는 AI를 개발하고자 만들었다.
특히 올트먼의 지적은 특이점(singularity), 즉 AI가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시점을 떠올리게 한다. 이세돌과 바둑 대결로 유명한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이사 레이먼즈 커즈와일은 2005년 ‘특이점이 온다’는 저서에서 2045년이면 AI가 모든 인간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강력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셈이다. 올트먼은 건강하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시민이 챗GPT를 이용하며 어떤 질문을 하느냐, 얼마나 좋은 질문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면 챗GPT 이후를 모색하는 기업과 연구자들은 특이점 이후 인간과 AI의 합리적인 공생 방안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내에서도 이런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국제신문이 주도한 지난 3일 ‘탄소중립 에너지 대전환포럼’ 창립총회 및 세미나가 한 예다. 기조연설을 한 김상협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변화로 디지털 세상 가속화, 바이오 혁명 본격화,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의 본격화를 꼽았다. 김 위원장은 챗GPT를 거론하며 특이점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은 바이오(B) 기후(C) 디지털(D) 혁신을 세계 A리그로 이끄는 ABCD도시가 되어야 하며 그 계기가 2030엑스포 유치라고 했다.
마침 이날 박형준 부산시장도 참석해 2030엑스포는 탄소중립과 기후변화를 비롯해 인류 현안에 해답을 제시하는 세상에 없던 행사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아쉬움도 크다. 해답을 제시한다는 건 정확한 질문을 한다는 것인데,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산은 어떤 변화를 원하느냐에 부산이 스스로 답하고 해답을 제시해야 시민을 설득하고 세계를 설득할 수 있다. 그것이 엑스포 유치의 관건이다. 개최 예정지인 북항 재개발과 가덕신공항 문제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다.
정상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