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이 출렁이는 바다 깊은 곳/흑진주 빛을 잃고 숨어 있는 곳’. 1980년 나온 정난이의 노래 ‘제7광구’는 이렇게 시작한다. 후렴구인 ‘제7광구 검은 진주’에서 검은 진주는 다름 아닌 석유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대한민국이 산유국의 꿈에 부푼 시절이 있었다. 1973년 중동 산유국의 석유 무기화 정책과 1979년 이란 혁명으로 두 차례 석유 파동을 겪은 우리나라로선 귀가 솔깃한 이야기였다.
7광구는 제주도에서 남쪽으로 200㎞ 떨어진 바다 밑에 ‘숨어 있는’ 땅이다. 남한 면적 80% 8만2000㎢에 이르는 대륙붕이다. 대륙붕은 해저 200m 깊이 완만한 경사의 해저 지형이다. 지도에서 보면 제주도 아래 이어도에서도 한참 떨어진 광활한 바다다. 1968년 유엔에서 이 일대 대륙붕의 세계 최대 규모 석유 매장 가능성을 예측한 보고서가 나오면서 한국이 선점했다. 일본이 가만 있지 않았다. 1978년 양국이 50년 동안 공동 개발하자고 약속했다. 7광구가 JDZ(한일 공동개발구역)가 된 연유다. 그러고선 경제성이 없다고 덮었다. 이 약속이 2028년 끝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우리다.
지난해 원유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이 1908억 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26.1%에 달한다. 전년보다 69.8% 증가하면서 역대 최악인 472억 달러 무역적자의 큰 원인이었다. 빛을 잃고 숨어 있는 흑진주를 찾아야 할 이유가 명백하다. 일본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우리 정부가 명심해야 할 사안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심상찮다. 따지고 보면 징용 배상 문제에서 후퇴한 듯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이런 가운데 평화훈장 이야기가 나오니 더욱 마뜩잖다.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94) 할머니에 대한 국민훈장 서훈 문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양 할머니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서훈할 예정이었으나 외교부의 제동으로 취소됐다. 부산을 비롯해 전국에서 다음 달 1일 삼일절을 맞아 양 할머니에게 ‘평화훈장’을 주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 부처가 훈장에 딴지를 거는 것도 그렇지만, 정부가 주는 훈장을 시민이 발벗고 나서 대신 주는 일이라니 편치 않다. 양 할머니 마음이 오죽하겠나 싶다.
양 할머니는 13살 때 중학교에 보내주겠다는 일본인의 말에 속아 일본 미쓰비시 군수공장에 끌려가 17개월 동안 전투기 제작 등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일본과 관계 개선도 필요하지만 반드시 따져야 할 사안이 많다. 우리 정부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정상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