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깨져버린 메가시티의 꿈

고령화·저출산 위기 부산, 인구유입·경제도약 필요

경제동맹 초반부터 삐걱…의회, 특별연합 규약 폐지·경실련 소송 3월 첫 재판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3-02-20 19:56:00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얼마 전 부산 감천문화마을과 이어지는 산복도로 일대를 구경했다. 산복도로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은 눈부실 만큼 아름다웠다. 산복도로는 산허리를 개발하면서 맨 위쪽에 자리한 도로다. 다른 도시에서는 찾기 힘든 부산만의 관광포인트이기도 하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때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부산으로 몰렸다. 평지가 적은 부산 지형 특성상 타지에서 온 이들은 산으로 갈 수 밖에 없었고 산비탈에는 판잣집이 들어섰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산복도로는 어린이들의 웃음 소리로 떠들썩했다. 지금은 대부분 주민이 고령의 어르신들이다.

화려한 빌딩 불빛과 부산항대교를 배경으로 산복도로 골목길을 구비구비 걷다 보니 이런 현실을 더 실감했다. 어둠에 가려져 있으나 빈 집이 많았고 아예 집을 허물어 공터로 남겨진 곳도 있었다. 인구 감소, 고령화 위기가 부산에 닥쳤음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이는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젊은층의 이탈과 고령화·저출산으로 암울한 미래를 맞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양립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사회 모든 것이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다. 많은 혜택을 누리다 보니 지역으로 이전해 사는 것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가 보다. KDB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둘러싸고 반대하던 노조가 회사 측이 본점 직원 수십 명을 부산 등 동남권에 발령을 내자 가처분 신청을 지난 8일 제기했다. 노조의 법적 대응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아니면 사람 살 곳이 안 된다는 뜻인지 기가 찰 노릇이다. 전국 제2의 도시 부산으로 본점을 이전하라는 데도 이런 식으로 반발하는데 다른 도시로 공공기관을 이전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부산시는 산업은행 등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부산형 명문고를 설립할 계획이다. 시가 특정인을 위한 학교를 지어가면서 공공기관을 유치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각 지자체가 공공기관 유치에 혈안인 이유는 인구 유입과 경제 활성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균형발전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을 보면 부산 울산 경남이 추진했던 ‘부울경 특별연합(메가시티)’ 무산은 두고두고 안타까운 일이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지난 3년간 지방자치법 개정, 자치단체 규약 행정예고, 행정안전부 규약 승인 등 절차를 밟아 구성됐다. 지난해 4월 광역교통망 구축, 경제협력 체계 조성 등 공동사무를 진행하기로 부울경이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실익이 없다”며 메가시티 불참을 선언했다. 부울경 단체장은 특별연합 대신 초광역 경제동맹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남도의회와 울산시의회에 이어 부산시의회도 최근 부울경 특별연합 규약 폐지안을 가결했다. 메가시티 출범을 열망하던 이들은 부산시의회가 다른 결정을 해주길 기대했다. 결국 행정안전부 장관의 승인을 받고 고시되면 규약은 최종 폐지된다. 오랜 시간 부울경이 머리를 맞대고 합의한 규약이 이렇게 무용지물이 되는데 석 달밖에 걸리지 않다니 허망하다. 시민 호응이 컸던 사안을 정치인들의 입김으로 단번에 뒤집는 게 민주주의인지 의문스럽다. 폐지에 대한 의견 수렴없이 메가시티 규약을 없애는 부울경을 보고 중앙 정부가 어떻게 바라볼지 민망하다.

부산경실련은 지난해 12월 부산시장을 상대로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메가시티 폐지 결정 과정에 위법성이 있고 관련 절차를 중지해달라는 것이다. 첫 재판은 다음 달 3일 열린다. 혹자는 이미 끝난 일이라고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부산경실련의 소송은 무거운 의미를 갖고 있다. 정치인들의 행동을 시민 사회가 감시하며 잘못된 결정을 묵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메가시티를 지지했던 시민의 마지막 자존심이라 하겠다.

메가시티가 됐든 경제동맹이 됐든 지방 소멸을 막고 부울경이 함께 발전할 수 있으면 된다. 하지만 초광역 경제동맹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초반부터 가시밭길이다. 경제동맹 사무국은 4급 공무원이 사무국장을 맡고 각 3개 시·도에서 3명씩 직원을 파견해 10여 명으로 구성한다. 이는 메가시티 합동추진단 사무국(사무국장 3급, 인력 28명)보다 규모나 위상이 많이 쪼그라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무국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에 대응하려면 사무국 위상이 중요한데, 사무국장의 직급이 낮아 업무 처리가 쉽지않다. 이는 태생부터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이 없다 보니 예견된 일이다.

내년 4월에는 총선이 있다. 경제동맹이 올 한해 뚜렷한 성과 없이 미적거린다면 정치적 이슈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부울경 단체장은 경제동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역사적 죄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민심을 저버리는 정치인은 살아남기 힘들다.

이은정 논설위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 재커라이어, 나흘 만에 경질.. ‘역대 최단 기간’ 백악관 대변인
  2. 2[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3. 3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4. 4[속보] 다카이치 총리, 야스쿠니 가을 제사 공물 봉납
  5. 5"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6. 6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7. 7"뉴스거리 만들려 범행" 인천 흉기난동범 최충락 주거지 압수수색
  8. 8[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9. 9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1.2원 ↓
  10. 10"통합 앞둔 발전5사, '8020억 자회사 부채' 승계계획 전무"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3. 3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4. 4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5. 5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6. 6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7. 7李대통령, 부상 소방관·장병 쾌유기원…“천금 준들 아깝겠나”
  8. 8李대통령 “국무회의 비공개 동의못해…할말 못하는 국무위원 없다 확신”
  9. 9이혼소송 중 주소 노출…서울고법원장, 아내 살해 공무원 사건에 “제도개선”
  10. 10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 1"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1.2원 ↓
  3. 3"통합 앞둔 발전5사, '8020억 자회사 부채' 승계계획 전무"
  4. 4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5. 5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6. 6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7. 7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8. 8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9. 9‘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10. 10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1. 1[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2. 2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3. 3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4. 4"뉴스거리 만들려 범행" 인천 흉기난동범 최충락 주거지 압수수색
  5. 5[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6. 6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7. 7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8. 8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9. 9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10. 10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은정이라는 이름
다시 영화의 시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초대 중수청장, 내편 네편 아닌 국민편에 서라
지자체, 현수막 법 준수하고 실태부터 파악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