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말, 황령산 봉수전망대(이하 ‘황령산타워’) 건설계획이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젠 찬반공방을 넘어 부산이 취하고 득해야 할 것에 대한 냉정하고도 객관적인 평가와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에펠탑을 거론하며 엑스포 개최를 위해 황령산 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것이다. 틀리진 않았지만 앞뒤 모두를 잘라낸 논리다. 에펠탑과 같이 고도의 건설기술이 집약된 거대한 구조물을 조성하여 자랑으로 삼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 말 이후의 엑스포는 지구 보전과 인류 문화 번영에 집중하는 것이 주 경향이다. 시대가 변해도 너무 변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장을 부산에 제대로 적용하려면 에펠탑으로 인해 발생했던 파리의 ‘진짜 변화’를 학습해야 한다. 에펠탑도 건설 전 시민의 반대가 심했지만 완공 후 상황은 정반대였다. 에펠탑에 올라 시가지를 내려다본 그들의 감동은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어떻게 지켜갈 것인가?”라는 과제로 연결되었고, 결과적으로 파리시는 파리 풍경의 멋짐과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일에 매진했다.
에펠탑도 시대의 발명품이었지만 파리시는 더더욱 특별한 발명품을 창안했다. 에펠탑 주변 높이 규제, 지상 돌출 구조물의 지하화, 색채 규제 등. 무엇보다 특별한 것은 ‘휴조(Le Fuseaux) 제도’의 도입이었다. 휴조는 방추형으로 번역되는데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뷰콘(view cone) 개념의 원조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에펠탑 일대와 개선문에서 루브르 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샹젤리제 거리가 활짝 열리게 되었다. 그 판단은 130년의 시간으로 이어지며 에펠탑을 세계적인 랜드마크로 이끌었고 세계 최고의 명소가 되게 했다. 이점에서 우리는 ‘한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사실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한편 그동안 부산에서는 지역경제의 지형을 바꿀 것이라 기대했던 대형 개발사업들이 여러 차례 있었고 현재에도 진행 중에 있다. 센텀시티 동부산관광단지 문현금융단지 해운대엘시티 에코델타시티 북항재개발 등이 해당된다. 사업 면면을 보니 기대했던 결과에는 못 미치고 있는 것 같다. 시끌벅적하게 추진했음에도 왜 손에 잡히는 것이 부족해 보일까. 사업성과를 부풀려 개발을 시작했거나, 조급증으로 성과주의에 빠져 부실하게 개발했거나, 또 대강대강 철 지난 콘텐츠에 의존하여 겉모습만 번지르르하게 개발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우리는 늘 또 다른 신규사업, 더 크고 센 프로젝트를 배고픈 하이에나처럼 찾아다닌다. 이 반복의 끝은 언제가 될지.
황령산타워도 버금가는 대형 개발사업에 속한다. 완공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떻게 지어야 할지, 완성 후의 지역 혜택은 무엇일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용두사미가 되고만 지난 대형 개발사업들의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황령산타워는 지금까지의 사업들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다. 빈 땅을 채우거나 낙후된 땅을 다시 세우는 일이 아니라 황령산 산정을 들어낸 후 그 위에 거대한 구조물을 건설하는 일이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부산은 이제 이 길을 가려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함께할 필요가 있다. 느릴 필요가 있다.
언론 기사를 보니 도시계획위원회의 통과 조건이 케이블카 진입로 확장, 주차장 확보, 환경파괴 최소화, 건축물 안전성 확보와 디자인 자문, 매년 영업이익 최소 3% 이상 공공기여 등이라 한다.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들은 당연히 갖추어야 할 기본사안이지 않는가? 황령산타워 건설의 조건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진짜 조건’의 출발은 과도해 보이는 용량 조정에서 비롯되어야 하겠지만 본 글에서는 ‘황령산타워와 연계된 부산도시계획의 혁신’만을 얘기하려 한다. 에펠탑에 비견하려면 결과만이 아닌 에펠탑 때문에 파리시가 선택했던 총체적 경관관리의 과정을 살펴보아야 한다. 파리는 평지 도시이니 직접 비교는 불가능하다. 부산만의 방식이 고민되고 선택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산정에서 내려다보았다. 눈 아래 펼쳐진 풍경들이 아름답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밤이 되니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시선을 낮추어 모아 보니 작은 산들이 섬처럼 둥둥 떠 다니고 해안가 대부분은 마천루들과 이름 모를 아파트들로 점령당해 있다.
자연이 내려준 혈(穴)들은 토막나 있고 어떤 곳은 바다에서 불어 들어오는 바람길을 가로막고 서있다. 현대 도시계획의 핵심 원리는 ‘집중과 선택’임에도 황령산에서 내려다본 부산경관의 멋짐과 자연스러움은 급격히 오그라들어 있다. 21세기에 전 세계인이 지켜가자고 다짐 중인 ‘환경 정의(Environmental Justice)’는 온데간데없어 보인다. 이 난개발의 도시를 어떻게 멈춰 세울 수 있을까. 그 계기가 황령산타워가 될 수 있을까. 에펠탑이 그리했듯 황령산타워 건설의 진짜 조건, 즉 부산 난개발을 순화시키고 혁신적인 도시계획과 관리의 질서를 바로 세우는 일들이 크게 펼쳐져 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