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인기가 갈수록 뜨겁다. 위스키 오픈런(매장 문을 열자마자 달려가는 행태를 가리키는 말)도 일상이 되고 있다. 위스키 12병을 추첨으로 파는 한 행사에 1만2000여 명이 몰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다양한 위스키 제품과 마시는 방법, 안주 등을 다룬 정보가 쏟아진다. 과거에는 위스키 대부분이 유흥주점에서 소비됐으나 이젠 집에서 즐기는 사람이 많다. 특히 코로나19사태로 외부에서 술을 마시기 어렵자 위스키에 탄산수와 레몬을 넣어 칵테일처럼 마시는 ‘하이볼’이 유행이다.
그동안 위스키는 40대 이상 중년층이 마시는 독한 술로 인식됐으나 최근에는 주 소비층이 MZ세대로 바뀌었다. 회식이 사라지고 혼술 문화가 정착되면서 작은 사치를 부리고 싶은 2030세대들이 즐겨 찾고 있다. 또 SNS에 사진을 올려 자랑할 소장품,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한다. 희소가치가 있는 위스키는 빈병도 사고 판다. 위스키가 단순히 술이 아닌 명품처럼 과시할 수 있는 수집품인 셈이다.
위스키는 12세기 십자군전쟁에 참가했던 유럽 가톨릭 수사들이 중동에서 증류기술을 배워오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원료에 따라 맥아만 사용한 몰트, 옥수수로 만든 그레인, 몰트와 그레인을 혼합한 블렌디드로 나뉜다. 원액 숙성 기간에 따라 8년 이상이면 스탠더드, 12년 이상이면 프리미엄, 15년 이상이면 슈퍼프리미엄급으로 불린다.
위스키에 대한 국내 최초 기록은 1882년 한성순보에 나온다. 위스키를 ‘유사길’이라고 불렀다. 부산은 위스키와 인연이 깊은 곳이다. 한국전쟁 이후 밀수된 일본산 위스키 ‘토리스 위스키’가 유행하자 부산 토성동 국제양조장에서 이를 본따 소주에 색소를 넣어 ‘도리스 위스키’를 만들었다. 상표도용 문제로 이름을 ‘도라지 위스키’로 바꿨다. 가수 최백호 씨의 ‘낭만에 대하여’ 가사에도 이 위스키가 나온다. 노랫말처럼 당시 다방에서 도라지 위스키 몇 방울을 떨어뜨린 위스키 티를 비싼 값에 팔았다.
국산 위스키의 효시는 1976년 백화양조에서 만든 ‘조지 드레이크’이다. 이후 국내 위스키 산업은 외국에서 원액을 수입하는 정도였다. 한국은 일교차가 커 정통 위스키 제조가 불가능하다는 인식때문이다. 이런 편견을 깨고 한국 위스키 제조장인 1호 김창수 대표가 만든 ‘한국 최초 싱글몰트 위스키’가 완판 행진을 이어간다. 경험과 희소성, 다양한 스토리를 즐기는 MZ세대가 이제 주류시장도 선도하고 있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