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는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국 결정의 분수령이다. 실사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3월 6일~10일), 우크라이나 오데사(20일~24일), 부산(4월 3일~7일), 이탈리아 로마(17일~21일) 순으로 진행된다.
실사단은 어떤 내용을 중점으로 보게 될까. BIE는 홈페이지를 통해 상세하게 설명한다. BIE는 “실사단의 임무는 BIE에 제출된 후보 서류에 명시된 각 엑스포 프로젝트의 타당성과 실행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엑스포 후보지 선정 동기 ▷제안된 엑스포 테마의 매력 ▷제안된 부지와 엑스포 이후 재사용 계획 ▷사업에 대한 지역 및 국가 지원 수준 ▷예상 참여 ▷재정적 타당성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이어 “실현, 실행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후보를 결정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부산시는 지난해 9월 BIE에 2030부산엑스포 유치 계획서를 제출했다. 실사단은 이 계획서의 실행 여부를 따져보기 위해 우리나라에 오는 것이다.
특히 가덕신공항 건설이 핵심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는 유치 계획서에 부산엑스포의 교통접근성 개선을 위한 가덕신공항 조기 완공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유치 계획서 2장에 가덕신공항 추가건설 계획을 밝혔고, 8장에는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BIE 실사단이 가덕신공항 건설에 대한 정부의 답을 보다 명확히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방문에서 접근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실사단은 오는 4월 2일 인천공항을 통해 우리나라에 입국한다. 이어 서울로 가 3일에는 국회와 정부의 지원 체계를 점검한다. 이후 KTX를 타고 부산으로 이동한다. 4일부터 6일까지 부산 실사를 한 뒤 다시 김해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갔다가 출국한다. 지난 9일 국회 엑스포유치지원특위 회의 때 공개된 실사단 동선이다. 부산을 방문하는 해외여행객의 불편함을 실사단이 그대로 겪게 될 판이다.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은 당시 회의에서 “해외여행을 해봐도 일단 환승하면 많이 힘들다. 실사단에 굉장히 안 좋은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가덕신공항밖에 없다. 특위 위원들의 질의도 ‘엑스포 전 개항’을 실사단에 제시할 수 있는지에 집중됐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부산 사하갑) 의원은 “어떤 공법으로 언제 착공해서 2029년에 가덕신공항을 완공할 것이라는 계획이 제시돼야 실사단 마음을 끌 것 아니냐”고 물었다. 국민의힘 이헌승(부산 부산진을) 의원도 “사우디 리야드는 2030년 엑스포 전에 세계 최대 규모의 공항을 건설하려고 한다. 로마는 이미 활주로 4개의 공항이 있다”고 정부의 확답을 요구했다. 하지만 어명소 국토교통부 2차관은 “최대한 빠르게 착공하고 완공할 수 있도록 전문가와 용역진이 논의를 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했다.
최근 여권의 한 인사는 기자와 만나 “가덕신공항 조기 건설은 엑스포 유치에 큰 변수가 아니다”고 말했다. 부산의 다른 장점이나 교통 접근성 개선을 위한 대안으로 만회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엑스포 유치 활동에 중요한 위치에 있다. 이 인사의 생각은 여권 일각의 기류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BIE는 홈페이지를 통해 각국의 유치 계획서를 검증하는 것이 실사단 역할이라고 명확히 밝힌다. 약속한 숙제는 하지 않고, 검사를 하려니 엉뚱한 말로 대충 넘길 수 있다고 여긴다면 엑스포 유치는 물 건너간다. BIE 실사는 각국이 제출한 유치 계획서를 토대로 엄격하게 진행될 것이 확실하다. BIE 홈페이지에도 이런 의지가 엿보인다. BIE는 4개국의 유치 계획서와 프레젠테이션(PT) 내용을 같은 분량으로 소개하며 철저한 균형을 유지했다. 정부와 부산시는 실사단 방문에 맞춰 ‘잔치’에 열을 올린다. 실사단 이용 KTX나 비행기에 홍보 래핑을 하고, 부산 행사를 실사 기간에 몽땅 몰아넣는 식이다. 물론 열기를 끌어올리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부수적이다. 지금은 BIE가 요구하는 ‘답안’ 마련에 집중할 때다.
박태우 서울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