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 만덕과 해운대구 센텀을 잇는 대심도 공사 현장에서 대규모 붕락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위치는 만덕2터널에서 미남교차로 방향으로 500여ｍ 내려간 지점이다. 지난 25일 새벽 이곳 지하 60ｍ에서 흙과 돌이 무너져 내렸다. 25ｔ트럭 40대 분량이다. 강관을 시공하다 터널 윗부분의 풍화토층 일부가 붕괴한 탓으로 일단은 보인다. 전조가 있어 공사 관계자들은 미리 대피한 덕분에 인명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사고지점 가까이 도시철도 3호선 운행은 미남역과 만덕역 구간에서 속도를 낮추는 등 지금까지 차질이 빚어진다.

이번 사고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대심도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일이어서 관심이 높다. 대심도는 지하 수십ｍ에 터널을 뚫어 만드는 일종의 지하 고속도로다. 당연히 터널 바로 위에는 지하철, 그 위에는 도로와 주택, 각종 지상 구조물이 있다. 이번 사고 현장도 마찬가지다. 사선으로 약 30ｍ 거리에 지하철이 다니고 있고 지상에는 25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비롯해 빌라 등 주택이 들어서 있다. 대심도 공사로 인한 주변 영향에 대해 막연한 우려와 두려움을 가졌던 주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을 수 없다.

사고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시공사와 부산시의 사후 대처 방식이다. 사고가 난 시각은 25일 새벽이지만 이것이 시민에게 최종 알려진 건 부산시가 언론 브리핑을 실시한 28일 오후 6시다. 사흘간 깜깜이였던 것이다. 시공사가 부산시에 한 보고부터 이미 사고가 터지고 10여 시간이 흐른 뒤로 알려졌다. 부산시도 27일 오후에야 부산교통공사에 알렸다. 도시철도 3호선 감속운행이 사고 이틀 후인 27일 오후 5시부터인 이유다. 만덕~센텀 대심도 공사는 공정률 35%로 갈 길이 멀다. 부산에는 사상과 해운대를 연결하는 대심도 공사가 또 예정돼 있다. 이들 구간에는 아파트 단지나 시설물들이 촘촘하다. 지금도 여기저기서 불길한 조짐이 보인다. 사고 자체도 문제지만 이를 제때 정확히 알리지 않는다면 공사에 대한 시민 불안과 불신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대심도는 보상비가 안 드는 장점 등으로 더 이상 도로를 낼 공간이 없는 대도시의 교통난을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엔 공사와 운영 선례가 없기 때문에 문제점도 검증된 바가 없다. 환기, 화재 대처와 대피, 지상 구조물 영향 등이 그것이다. 정부도 여기에 문제의식을 갖고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가동할 정도다. 신공법의 안전성에 대한 알 권리는 누구보다 해당 지역 주민에게 있다. 우선은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 가능성은 없는지, 이로 인한 주변 영향은 무엇인지 꼼꼼히 살피는 게 순서일 것이다. 무엇보다 민간사업자인 GS컨소시엄은 더 이상 논란이 없게 안전시공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부산시도 정보의 신속한 공유와 소통 없이는 시정에 대한 불신만 쌓여갈 뿐이라는 사실을 되새겨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