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찰 간부가 총경으로 승진하면서 잠시 서울에서 근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가족 모두 이사를 하려니 집이 제일 문제였다. 전세냐 자가매입이냐 고민하다 큰 마음 먹고 저지르는 기분으로 서울 아파트를 구입했다. 서울 근무를 마치고 부산에 복귀할 때쯤 이 아파트는 가격이 거의 두배로 뛰었다. 대출금을 갚고도 부산에서 아파트를 두 채 더 살 수 있는 여유 자금이 생겼다. 이 총경의 의도치 않은 재테크 솜씨를 부산경찰청 직원들은 한동안 부러워했다.
“저평가 알짜에 투자할 타이밍이 왔다.” 주식이 폭락한 2009년 금융위기 당시 회자되던 말이다. ‘공포에 사라’는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 세계에서 흔히 통용되는 경구다. 그렇다고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시장이 반등하리라는 확신과 함께 든든한 자금 동원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IMF 사태가 터지자 제 값보다 훨씬 싸게 나온 건물을 쇼핑하듯 사들인, 속칭 ‘줍줍’ 족들은 그런 여윳돈을 주무르던 사람들이었다.
아파트 청약의 거주지 제한과 무주택 규정이 이달부터 바뀐다. 기존 집이 있고 주택 건설지역에 주소지를 두지 않아도 무순위 청약에 참가할 수 있게 정부가 ‘주택공급에관한규칙’ 일부를 개정 공포했다. 규정은 이달 1일부터 바로 적용됐다. 2년 전 문재인 정부에서 이른바 ‘로또 청약’ 광풍이 불자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만 가능하도록 했던 청약 규제를 없앤 것이다.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이 첫 수혜지로 꼽힌다. 29~49㎡(과거 13~19평) 타입에 800여 채가 남았는데 곧 무순위 청약 물량으로 풀린다. 분양가는 최고가 기준 5억~9억 원이다. 소형 평형대는 실거주보다 임대투자용으로 인기가 있다.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지만 최근 서울 아파트 시세가 많이 떨어진 만큼 머지않아 회복하리라는 기대가 반영됐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부동산 규제는 대부분 사라졌다. 문제는 전국의 돈이 서울로 몰리면서 서울은 부동산 경기가 다시 들끓고 지방은 냉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의 외지인 거래 비중은 지난해 12월 기준 36%로 바로 전달에 비해 두배 가까이,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인천 송도와 세종 등지에서도 외지인 비율이 오름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금리 속 대출금 이자에 서민들의 허리가 휘고 미분양이 쌓이는 한편으로, ‘줍줍’에 나서는 지방 현금 부자들의 발걸음은 바빠지고 있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