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 절반은 여성이다. 우리의 어머니 아내 누이가 차별 없는 평등한 사회에서 행복할 때 우리 사회 모두가 더불어 행복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동시장에는 다양한 성 차별이 존재한다. 성별 임금격차는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크고, 여성의 고용 불안전성은 최상위 수준이다.
우리나라 성별 임금격차는 2021년 기준 31.1%로 나타나 26년 연속 OECD 회원국의 성별 임금격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고용이 불안전한 여성의 임시직 비중은 OECD 회원국 중에서 32.0%(OECD 평균 12.2%)로 가장 높고, 여성의 평균 근속연수는 4.7년(OECD 평균 8.2년)으로 가장 짧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여성 관리자 비중은 2021년 기준 16.3%에 불과해 OECD 회원국 평균(33.7%)보다 절반 정도로 낮은 것으로 나타나 승진에서도 유리천장이 존재한다. 성별 노동시장 격차는 광역시·도 및 권역별로도 차이가 존재하는데, 안타깝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부울경 지역의 여성 고용률이 가장 낮고, 임금격차는 호남권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성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아야만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성 차별은 노동시장 내에서의 차별과 노동시장 진입 과정에서의 차별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노동시장 내에서 차별 요인은 사회적 편견 등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선행연구에 따르면 출산·육아 등에 의한 경력단절과 비정규직으로의 재취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성별 비정규직 비중으로 살펴보면 20대(25~29세)에는 큰 차이가 없다(비정규직 비중 여성 30.4%, 남성 32.2%). 하지만 출산·육아가 시작되는 30대부터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여성의 비정규직 비중은 큰 폭으로 증가(28.0%→43.3%)하는 추세를 보인다.
반면 남성의 비정규직 비중은 30대 이후에도 20% 초반(22.3~26.3%)을 유지한다. 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크게 존재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의 경력단절에 의한 비정규직화는 성별 임금격차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노동시장 진입과정에도 성 차별이 존재하는데, 이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수가 던칸(Duncan)의 성 산업(또는 직종) 분리지수(Dissimilarity index·DI)이다. DI는 0~1의 값을 가지는데, 1에 가까울수록 성 차별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임금 수준이 높은 산업에 남성노동자가 밀집돼 있고, 임금 수준이 낮은 산업에 여성노동자가 밀집돼 있으면 DI 값이 커진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원시자료)를 활용해 권역별 DI를 분석한 결과 부울경(0.408) 호남권(0.395) 대구·경북권(0.383) 강원도(0.363) 순으로 나타나 동남권이 가장 높았다. 이는 동남권의 경우 노동시장 내에서의 임금격차와 더불어 노동시장 진입과정에의 차별에 의한 임금격차도 매우 크게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3월은 세계여성의 날(3월 8일)이 있는 달이다. 세계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의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정치적 평등권 쟁취와 노동조합 결성,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날로 올해가 115주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남녀평등과 성 차별 해소를 요구하는 집회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개최된다. 역사는 깨어있는 양심들의 행동과 실천에 의해 조금씩 변화·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성 차별 해소는 더디고 115년 전 미국 여성노동자들이 외쳤던 구호와 2023년 우리나라 여성들이 외치는 구호가 크게 다르지 않다.
성 차별은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어머니 아내 누이 그리고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노동시장에서의 성 차별은 결혼과 출산의 파업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낮은 원인은 노동시장의 차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불합리한 성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 성별 임금격차가 크고 여성의 고용률이 낮은 부산에서부터 성별 임금공시제를 도입하고, 독일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등 유럽에서 시행하고 있는 여성임원할당제의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