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봄이다. 1970년 후반 인기를 누렸던 가수 윤승희가 1977년 발매한 2집 앨범 타이틀 곡 ‘제비처럼’ 노랫말이 떠오른다. ‘꽃 피는 봄이 오면/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노래하는 제비처럼//언덕에 올라보면/지저귀는 즐거운 노래소리/꽃이 피는 봄을 알리네…’
요즘도 대중매체에서 종종 흘러나오는 45년 세월이 묵은 ‘트로트’ 곡이다. 바람은 불어도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지금 분위기에 맞아떨어진다. 윤승희가 시원한 목소리로 전하는 가사 내용이 중·장년층 세대에 아련한 추억을 자극할 법하다. 그 시절 이맘때면 귀소본능 강한 제비가 출현했다. 그리고 ‘노래하는 제비처럼’ 새 봄 소식이 전해졌다.
기상청은 1923년부터 제비를 우리나라 봄 도래의 지표로 삼았다. 하지만 더는 ‘봄의 전령’이 아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계절 변화에 둔감해져 5, 6월은 돼야 우리나라에 간혹 나타나기 때문이다. 당연히 봄의 대표성이 떨어진다. 환경 변화가 몰고 온 현상이지만,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봄꽃 피는 시기는 아직 큰 변화가 없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산림청이 최근 내놓은 ‘2023년 봄꽃 개화 예측지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면서 봄 소식을 전하는 개나리 진달래 벚꽃은 예년과 비슷한 시기에 어김없이 찾아온다. 지역과 수종에 따라 편차는 있어도 3월은 제주와 남부지방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방방곡곡이 꽃 피는 시기다. 부산은 오는 16일 개나리, 18일 진달래, 27일 벚꽃 순으로 개화 시기가 조사됐다. 강남 갔던 제비는 여전히 무소식이라도 꽃 피는 봄은 온 게다.
올봄은 각별하게 다가온다. 마스크를 벗어 던지는 사람의 얼굴이 어색해 보이지 않고, 대학가에선 새내기 환영식과 개강파티가 열리는 등 새 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코로나19 사태의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 맞이한 첫 봄인 셈이다.
‘당신은 제비처럼/반짝이는 날개를 가졌나/다시 오지않는 님이여/당신은 제비처첨/반짝이는 날개를 가졌나/다시 오지않는 님이여’. 가요 ‘제비처럼’ 노랫말은 그렇게 끝난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제비 서식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라고 한다. 이제 ‘다시 오지않는 제비’를 통해 봄 소식을 기다릴 이유가 없겠다. 급격한 환경 변화로 ‘제비처럼’ 봄꽃마저 늦게 올지 모른다는 걱정도 없지는 않다. 짧게 머물다 지나갈 봄날을 즐기고 볼 일이다. 꽃 피는 봄이 오면 언제나 마음이 설렌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