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6시,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였다. 부산시가 이례적으로 긴급 브리핑을 했다. 시가 발표한 내용은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대심도)’에서 붕락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지하 60m 아래에서 진행 중인 만덕~센텀 대심도 공사장에서 흙과 돌이 흘러내렸는데, 그 양이 25t 트럭 40대에 실을 양(부피 750㎥, 무게 1000t)이라고 했다. 시는 우선 현장을 안정시키고 긴급 조치를 시행하는 한편, 토목학회 전문가들이 현장을 진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명 피해가 없음을 강조했지만, 뭔가 큰일이 벌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사고의 발단은 이랬다. 지난달 24일 오후 8시30분부터 사고 현장에서 조금씩 흙이 흘러내려 작업자들이 모두 철수했고, 4시간 뒤인 지난달 25일 새벽 12시40분 다량의 흙과 돌이 쏟아졌다. 시공사인 롯데건설과 시 건설본부는 현장을 수습하는데 이틀을 보냈고, 사고 발생 사흘 만인 지난달 27일 오후 5시50분 시 행정부시장과 부산교통공사에 상황을 전했다. 이에 교통공사는 곧바로 사고가 난 지점인 만덕~센텀역 일부 구간의 전동차 운행 속도를 시속 70㎞에서 25㎞로 낮춰 서행 운전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28일 오후 늦게서야 언론을 통해 시민에게 이를 공개한 것이다.
시 건설본부는 브리핑에서 사고 전에 인부들을 대피시켜 인명 피해가 없어 초동 대처가 잘 됐고 현장과 도시철도, 지상 구간에 설치한 계측기도 수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아 현장이 안정화됐다고 자평했다. 또 사고 현장의 안정과 보완 조치에 시간이 다소 걸려 공개 시점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고 인명 피해도 없기 때문에 더 이상 걱정할 것은 없다는 태도였는데, 과연 그럴까.
토사 유출 사고가 난 지점은 많은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와 사람이 사는 주거지가 혼재한 도심이다. 내가 사는 집, 내가 차를 타고 지나는 도로 아래에서 큰 터널을 뚫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던 시민은 발밑에서 뭔가 큰 사고가 났다는 얘기만 들어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만약 흙이 흘러나온 지점을 모두 찾지 못하거나 다시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토사 유출이 반복된다면? 상황이 진정되지 않아 사고 영향이 예상보다 커진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대심도 공사 구간에 사는 이가 발을 쭉 뻗고 편하게 잠들 수 있을까.
공사를 맡은 시나 시공사는 상황이 안정된 만큼 더 이상 걱정할 것이 없다고 한다. 또 기술적으로 충분히 보완 조치가 가능하고, 한 달 내내 계측기를 모니터링하여 상황을 점검하겠다며 시민을 안심시킨다. 시나 시공사 입장에선 이런 추측이 과하다고 얘기할 것이다. 하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수준은 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불안하고 무섭다. 특히 이런 심각한 상황을 사고가 난 지 이틀이 지난 뒤에서야 시 행정 책임자에게 보고하고, 시민에게 사흘 만에 알린 것을 놓고 과연 시가 시민을 먼저 생각했다고 할 수 있을까. 당시 해외 출장 중이어서 자리를 비운 박형준 부산시장이 있었더라도 이렇게 늦게 보고됐을까.
현장에서는 당시 상황을 안정시키고 긴급 조치하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었다고 얘기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 롯데건설은 사고가 발생한 지 10시간이 지나서야 시 건설본부에 상황을 알렸고, 시 건설본부 역시 뒤늦게 행정부시장에게 알렸다. 롯데건설과 건설본부가 현장을 수습하려다가 상황이 진정되지 않자 뒤늦게 보고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시는 여론이 악화되자 이번 사고에 대한 전담팀을 꾸리고 대심도 공사에 대한 별도 안전대책 매뉴얼을 만드는 등 수습에 나섰다. 인명 피해가 없어 다행이지만, 시의 안일한 대처가 시민의 불안을 가중시켰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후진국에서나 볼 법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설마’하는 안일한 인식이 깔려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부산지역 모든 공사 현장이 더 안전해지길 바란다.
김현주 메가시티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