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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초저출생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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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김영삼 정부는 두 자녀 이하 가정에게만 적용돼 온 각종 혜택을 이듬해부터 없앤다고 발표했다. 그 대신 ‘질 위주의 신인구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1961년 시작된 정부의 ‘산아 제한’ 즉 출산 조절을 통한 인구 억제 정책이 35년 만에 전면 폐지된 것이었다. 저출생 풍조가 빠르게 자리를 잡으면서 1995년 합계출산율이 1.75명으로 떨어지고, 그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고령층 급증 등이 새로운 인구 문제로 떠오른 데 따른 조처였다.

그로부터 다시 35년이 흐른 현재 우리의 합계출산율은 2022년 기준 0.78명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저치인 것은 물론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단연 꼴찌다. OECD 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저출생이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해도, 합계출산율이 1명도 안 되는 OECD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보통 한 나라의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이 2.1명인 것을 감안하면 거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초저출생이자 ‘인구절벽’에 직면한 꼴이다.

앞으로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지난 7일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청년 삶 실태 조사’를 보면, 19~34세 여성 중 55%만 ‘출산 의향’을 나타냈다. 앞서 지난달 조사결과도 마찬가지다. 20~30대 미혼여성 중 ‘결혼과 출산은 필수’라는 말에 동의한 비율이 4%에 그쳤고, ‘결혼·출산이 중요하다’는 응답도 42.9%로 낮았다.

저출생은 취업 주거 교육 문화 성차별 등 다양한 요인이 응축된 복합적인 문제다. 그런 만큼 왕도가 따로 없다. 재정 지원도 좋지만 그것만으론 해결이 어렵다. 지난 16년간 정부가 저출생 관련 예산 280조 원을 쏟아붓고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 따라서 이제는 각 요인을 아우르는 종합처방과 함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 핵심축은 여성·가족 정책이다. 세계적 학자 한스 로슬링은 그와 관련, 여성의 지위 향상을 통한 양성 평등이 저출생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출산율 0.78명의 파장으로 정부가 긴급 전문가회의 개최를 비롯해 분주한 모습이다. 엊그제 윤석열 대통령은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하고 확실한 저출생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과연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우선 급한 것은 출산율 하락의 고삐부터 잡는 일이다. 인구 정책의 요체는 타이밍인데, 그 시기를 더 이상 놓쳐서는 백약이 무효하고 초저출생의 늪에서 벗어나기도 요원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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