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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수영강 하구 옆 영화의전당

야외갤러리 APEC공원, 도로 건너 BIFF 전용관…6차로 사이에 두고 단절

시, 지하차도 건설하기로…두 공간 시너지 효과 기대

  • 강춘진 기자 choonjin@kookje.co.kr
  •  |   입력 : 2023-03-13 19:38:35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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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전당 주변은 전국적으로 알려진 명소다. 센텀시티에 자리한 영화의전당 맞은편은 수영강 하구다. 영상복합문화공간과 강 사이에는 센텀시티 랜드마크 공원인 APEC나루공원이 있다. 도심에 강이 흐르는 ‘바다의 도시’ 부산 이미지를 함축한 곳으로 봐도 무방하다.

수영강 물길은 경남 양산시 매곡동과 부산 기장군 정관읍에 걸쳐 있는 용천산(542.8m) 동양골에서 발원, 회동수원지를 거쳐 금정산 북동 사면에서 시작한 온천천과 합류해 수영만으로 흘러간다. 해운대구와 연제구, 수영구 경계를 지나는 지점의 수영강 하구는 유서 깊다. 1652년 조선 효종 3년 때 이곳에 경상좌도 수군절도사영이 설치되면서 수(水)와 영(營) 자를 따와 수영강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하구의 삼각주 지역은 한때 비행장으로 이용되다 부산 최대 번화가로 개발됐다. 물길이 하구로 모여 수영만을 거쳐 남해로 흘러가는 길목이라 수량이 풍부하다. 하천 변은 시민 휴식처로 활용되고 있다. 수영강 하구의 APEC나루공원이 대표적이다.

2005년 부산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해 조성된 APEC나루공원은 강과 첨단도시 사이에 자리잡은 도심 사색 공간으로 손색 없다. 총 면적 10만70㎡에 달하는 공원은 기념광장을 비롯해 야외무대 조망대 잔디광장 산책로(3.5㎞) 조깅코스(700m) 등을 갖춰 수영강 풍광을 풍요롭게 한다. 2006년 부산비엔날레 조각 프로젝트에 출품된 작품들로 예술적 향취가 짙다. 한국 영국 독일 일본 중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12개국 작가들이 내놓은 20점의 조각이 산책로 따라 펼쳐진 잔디밭은 ‘강변 공원 갤러리’다. 곳곳에 설치된 나무 그늘 아래 테이블에 앉아 책 읽는 즐거움은 색다르다.

2011년 9월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으로 개관한 영화의전당은 이 일대 명성을 더 높였다. 한국 영화산업의 상징물로, 해체주의 건축의 미학이 구현된 걸작 건물인 영화의전당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라는 평이다. 해가 지고 어두운 밤 이곳을 밝히는 조명과 어우러지는 수영강 주변 야경은 환상적이다. 영화의전당의 애칭은 두레(함께 모여)와 라움(즐거움)의 순 우리말 조합인 ‘두레라움(Dureraum)’. 하지만 영화의전당과 수영강 사이에 차로가 버티고 있다는 게 문제다. 자연과 멋진 인공 구조물을 오가는 사람들의 흐름을 딱 끊는 장애물이다. 각각의 특성이 ‘함께 모여’ 더 큰 ‘즐거움’을 주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는 구조다.

영화의전당 건립 당시 6차로인 이 도로를 지하화해 문화 공간과 강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예산 문제와 공사 기간 겪게 될 교통 불편을 우려한 일부 목소리 큰 해운대 주민의 반발에 밀려 구상 단계에서 멈췄다. 이후 10여 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차량 통행량이 늘면서 이 도로는 상습 교통체증 구간으로 변했다. 부산 최대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간 잠시 사람들로 붐비는 것을 제외하고 영화의전당은 평소 단절에 따른 ‘외딴 섬’ 신세다.

영화제 개·폐막식은 물론 행사 기간 수영강과 조각공원 등 주변 공간과 연계한 질 높은 프로그램 개발은 상상도 못한다. 지난해까지 27번 열린 부산국제영화제는 닫힌 공간에서 약간의 변화만 있었을 뿐 개·폐막식 이벤트 등에서 큰 틀의 연출력 발휘에는 한계가 있었다. 바로 옆 수영강과 APEC나루공원은 ‘접근 차단’으로 따로 존재했던 것이나 다름없다. 사람보다 차량 통행을 중시한 길 하나 때문에 풍광 좋은 부산의 자산이 사장됐다는 지적이 많은 까닭이다. 영화제에 대한 시민 관심도가 예전만 못하고, 빛을 잃어간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진작에 ‘갈아엎어야 할 도로’가 사라질 모양이다. 부산시가 영화의전당과 APEC나루공원 사이 왕복 6차로를 지하도로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올해 영화의전당 지하차도 건설을 위한 실시설계비 17억 원도 확보했다. 시는 총 사업비 467억 원을 투입해 내년 초 착공할 계획이다. 2026년 지하차도가 완공되면 센텀중학교에서 신세계백화점 센텀지점 구간 도로 358m는 보행로 및 시민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자연스럽게 영화의전당과 수영강은 연결된다. 반가운 소식이다.

사람 위주의 길이 생기면 영화의전당과 수영강, APEC나루공원은 한 묶음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바다 근처 강과 문화공간, 공원이 한데 어우러지는 부산 대표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지하차도가 개통되는 시기엔 부산국제영화제 31번째 행사가 열린다. 넓고 탁 트인 무대에서 새로운 30년의 시작을 알릴 수 있겠다. 관객은 물론 모든 참가자가 ‘즐거움’을 ‘다 함께’ 누릴 수 있는 큰 그림의 연출력을 기대한다. 부산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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