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일본 아이치세계박람회(엑스포)엔 2200만 명이 방문해 목표치 1500만 명을 크게 웃돌았다. ‘자연의 예지’란 주제에 어울리게 마스코트는 초록색 숲의 요정이었다. 그해 3월 25일부터 9월 25일까지 6개월 동안 행사장 곳곳을 장식한 마스코트가 눈에 선하다. 엑스포가 큰 성공을 거둔 원인을 여럿 꼽을 수 있겠으나 교통 인프라를 빼놓을 수 없다. 그 가운데 하나가 엑스포 개막을 한 달 남짓 앞둔 2월 17일 개항한 주부(中部)국제공항이다.
주부공항은 나리타, 간사이와 함께 일본 3대 국제공항시대를 열었다. 이 공항을 찾은 건 개항 두 달가량 뒤인 4월 중순이었다. 24시간 운영되는 해상공항인데다 나고야 역에서 전철로 30분 거리라는 점에서 당시 가덕도에 신공항을 짓는다면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주부공항은 세계 29개 도시와 연결되는 국제선과 함께 24개 도시와 이어지는 국내선을 운영하고 있었다. 공항 관계자는 국제선과 국내선 병행으로 이용 편리성을 높였다고 자랑했다. 신생 공항답게 이용자 중심 설계가 인상적이었다. 열차가 공항 2층 액세스 플라자까지 들어왔다. 원형의 대합실인 액세스 플라자에서는 열차 뿐만 아니라 버스 자동차 여객선 터미널로 바로 통했다. 액세스 플라자에서 한숨 돌린 이용객은 무빙워크나 계단이 없는 진입로를 이용해 국제선과 국내선 출발 창구인 3층으로 이동했다.
엑스포 흥행에 기여한 주부공항이나 사실 이 공항이 들어선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내륙에 위치한 나고야공항의 문제점, 즉 소음 문제를 해결하면서 인근 지역 물류 수송을 담당하는 것이다. 나고야공항은 일본 제조업 생산 1위인 아이치현 등 물동량의 10~20%도 처리하지 못했다. 나고야시에 현청을 둔 아이치현의 대표기업이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 도요타자동차다. 이런 고민 끝에 육지에서 3㎞ 떨어진 해상에 주부공항을 만들었다.
그 무렵 일본에선 도쿄 나리타국제공항과 하네다공항은 물론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이 확장 공사를 진행중이었다. 이들 공항 상황을 둘러보고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할 수만 있다면, 주부공항을 딱 들어 가덕도에 앉히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가 고개를 저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가덕도 연대봉에 오르면 부산신항과 남해를 거쳐 태평양에 이르는 수평선이 발 아래다. 2030엑스포 유치는 부산 도약의 디딤돌이다. 2029년 개항할 가덕신공항이 관문이다. 가덕신공항엔 그보다 중요한 역할이 있다. 항공 육상 해상 복합물류의 거점으로 부산에 힘을 불어넣는 일이다.
정상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