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황정수의 그림산책] 의재 허백련의 한국적인 산수화

  • 황정수 미술평론가
  •  |   입력 : 2023-03-19 19:13:45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974년 소설 ‘25시’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게오르규가 한국을 찾았다.

허백련의 ‘산수’. 1976년 의재미술관 소장
한국의 정신을 느낄 수 있는 명사를 만나고 싶어 하여, 당시 한국의 대표적 화가인 의재(毅齋) 허백련(許百鍊, 1891~1977)의 무등산 춘설헌(春雪軒)을 방문했다. 그때 게오르규는 허백련에게 “난초는 동양인의 마음과 같다는데, 대하기 까다롭다는 뜻인지요?”라 물었다. 허백련은 이에 “아니지요. 조용하고 깊이가 있다는 뜻입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허백련은 화가이면서도 깨달음을 얻은 도인 같은 사람이었다. 그는 젊은 시절 새로운 미술공부를 하기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고 싶어 했다. 집안에서는 미술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법학 공부를 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가야만 했다.

허백련은 일본 남화의 거두인 고무로 스이운(小室翠雲)에게서 그림을 배우고 싶었다. 당시 일본 화단은 ‘신남화(新南畵)’라는 새로운 일본화 화풍이 휩쓸고 있었다. 과거의 전통적인 화법에서 벗어나 서구 원근법과 수채화법을 받아들인 새로운 화법이었다. 허백련 또한 신남화를 습득하기에 바빴다. 한국에 돌아온 허백련은 일본에서 배운 화법으로 한국 화단의 대표 작가가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일본에서 배운 화법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스스로의 예술 세계를 되돌아보았다. 과연 ‘일본에서 배운 일본화법이 옳은 것인가’라는 화두에 빠졌다. 그는 일본에 가기 전에 김정희 허련 허형으로 이어지는 조선조 남종화를 배웠었다. 유행을 따라 일본에서 새로운 화법을 공부했으나, 새로이 배운 화법이 이상적인 화법이 아님을 깨닫는다.

허백련은 이때부터 다시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만의 새로운 그림을 찾는다. 결국 그가 찾은 길은 자기 몸에 깊숙이 배어 있는 조선조 전통에 현대의 미감을 담는 일이었다. 그는 젊은 시절 학습할 때의 마음으로 되돌아가 새 길을 모색한다. 일본 신남화가 추구한 세련되고 감각적인 화풍을 버리고 무던하면서도 순수한 조선 화법을 가다듬기 시작한다. 그는 이러한 화법을 ‘작대기 산수’라는 말로 표현했다. 곧 겉멋 들지 않은 산수화, 잔재주에 얽매이지 않는 대범한 산수화를 그리고자 했다.

이후 허백련의 그림은 다른 화가들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한동안 일본에 유학한 화가들에 의해 유행한 세부 묘사에 치중한 감각적인 산수화를 버리고 대범하게 산세를 표현한 기법을 되찾은 것이다.

실제 허백련의 그림은 동시대에 활동했던 화가들의 그림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화보에 따른 중국풍의 그림이나 일본 화풍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농촌의 모습을 가감 없이 그렸으며 화조화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또한 서예에서도 선이 굵은 자신만의 독특한 서체를 개발해 썼다. 이러한 허백련의 모습은 당시 한국의 전통을 보여주는 선비 같은 모습이었다. 단지 한 명의 화가였다기보다는 한국적 정서를 담은 ‘한국의 양심’ 같은 존재였다.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이 그의 그림을 좋아하는 것은 그의 화풍이 좋아서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인격적인 면에서 아름다운 모습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갈수록 과학 문명이 힘을 얻어가는 현실에서 정신성의 고귀함을 일깨워주었던 허백련의 삶이 더욱 그리운 시절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3. 3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4. 4‘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7. 7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8. 8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9. 9‘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10. 10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1. 1‘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2. 2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3. 3교육위 국감 화두 ‘교부금 축소’…“교육감 대응도 안일” 질타
  4. 4부산회생법원 국감 “지역언론 가치 고려 국제신문 살펴야”
  5. 5與, 초광역특구법안 발의 “주 52시간 특례 숙의”
  6. 6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7. 7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8. 8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9. 9[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10. 10"법령 검토해 결정하겠다"던 김지용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1. 1‘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2. 2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3. 3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4. 4송도 바다서 만난 융드립 커피 한 잔
  5. 5가덕 6200억 증액 확약 절실…국회는 특별법 개정안 논의
  6. 6관광과 지역민 함께 성장을…세계가 부산서 묘책 찾는다
  7. 7“친환경 항만 투자 100억 당, 부산 124억 생산유발”
  8. 8동남아 접수하러 ‘부산표 게임’ 방콕행
  9. 9부산은행, 불꽃축제 등 지역축제 발전에 2억 후원
  10. 10예탁원 나눔재단, 17년째 지역상생 실천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3. 3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4. 4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5. 5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6. 6APEC공원·금련산역 러너지원공간 문 열어
  7. 7“기존 공부량 유지하며 취약점 공략…남은 주말 수능처럼 모의고사를”
  8. 8“광안리 해변 보행공간 개선…구 차원 추가 캐시백 검토중”
  9. 9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10. 10구·군 일손 적고 주인 자비부담 꺼려…슬레이트 철거 하세월
  1. 1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2. 2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3. 3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4. 4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5. 5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6. 6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7. 73연승 KIA, LG 꺾고 23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8. 8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9. 9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10. 10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주당 ‘13.7시간’ 고용
발가벗겨진 사우디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미래대응기금, 지방재정 기반 흔들어선 안 된다
단일종목 ETF 졸속 심사 인정…책임 소재 밝혀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문화예술의 시대
다민족 사회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