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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사교육비 폭탄과 저출산

학생 월 사교육비 50만원, ‘에듀푸어’ 학부모 늘어나

공교육 부실에 불안감 커, 출산 기피 원인으로 주목…부담 더는 교육개혁 절실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3-03-20 20:01:55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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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이공계 인력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기업 취업이 보장된 수도권 반도체학과에 합격한 학생들마저 대거 등록을 포기하고 의대에 진학했다. 의대 열풍이 거세 서울 학원가에는 ‘초등학생 의대 준비반’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초등학생 선행학습이 과학고·영재학교 진학을 목표로 했는데 최근에는 의대로 바뀐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해 보니 부산에도 ‘초등 의대반’을 홍보하는 학원이 있었다.

이처럼 의대 선호 현상이 강해진 것은 IMF 외환위기 이후다. 많은 직장인이 실직하면서 월급쟁이의 직업 안정성이 흔들렸다. 이후에도 경제 불황이 이어지면서 평생 밥벌이가 가능한 안정적인 직업으로 의사가 꼽히고 있다. 결국은 먹고사는 문제다. 내 아이가 어려움 없이 사회생활을 했으면 하는 부모 마음이다. 산업화가 한창 진행됐던 1960~70년대에는 ‘우골탑’이란 용어가 회자됐다. 자녀를 대학에 보내려고 부모가 농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까지 팔아 학자금을 감당한 뜨거운 교육열을 빗댄 말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으나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여전하다. 고물가 시대에 먹고살기 힘들다 해도 학원비를 줄이기보다 식비 등 다른 생활비를 아끼거나, 빚을 지면서 많은 교육비를 지출하는 ‘에듀푸어’ 부모가 많다.

지난해 부산 전체 초중고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역대 최대인 39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과 비교하면 7%가 늘어난 것이다.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을 기준으로 하면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50만2000원이었다. 전국적으로는 1년 사이 학생 수가 532만 명에서 528만 명으로 0.9% 줄었는데도 사교육비 총액은 전년 대비 10.8%나 늘어난 26조 원에 달했다. 사교육을 받은 학생은 75.5%로 전년보다 8.4%포인트 증가했다. 정부는 코로나19사태 장기화로 학습 결손 불안감이 커지면서 사교육비가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이 이어지면서 학교 교육의 질 저하를 부추겼을 수 있겠으나 코로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문제다.

정부의 사교육비 통계 발표 자료를 본 지인은 코웃음을 쳤다. 실제로는 자녀 1명당 매달 100만 원 이상 사교육비에 쏟아붓는 집이 많단다. 미취학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유치원·어린이집 하원 후 보내는 학원까지 계산하면 국내 사교육 시장 규모는 엄청나다. 하지만 사교육비 부담이 크게 늘었으나 학생들의 학업 능력이 향상됐다는 통계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사교육비가 치솟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공교육이 부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35~50% 많다. 공교육에 투입되는 세금은 많은 데 효율성은 떨어지는 셈이다. 학생은 계속 줄고 교육재정은 늘어나는 데도 기초교육을 학교에서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만큼 공교육 내실화가 시급하다는 뜻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사교육비가 해마다 늘어난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적극적으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추진한 결과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 연속 줄어들었다. 2009년에는 방과 후 수업에 교과교육을 포함하고 2010년 EBS 교재의 수능 연계율을 70%로 올린 것이 효과가 있었다. 이후 2017년 18조7000억 원이었던 사교육비 총액이 지난해 26조 원까지 늘어난 것이다. 이는 정부가 관심을 가지면 사교육비를 경감할 교육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는 뜻이다. 툭하면 바뀌는 입시제도에 불안해진 부모들이 학원의 공포 마케팅에 지갑을 열면서 사교육 열풍이 이어진다. 공교육 수준이 높아지지 않는 한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일선 교육청과 교사들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공교육 내실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교육비는 사회 전체의 부담이다. 사교육비가 이렇게 많이 드는데 누가 아이를 많이 낳겠는가. 감사원은 2021년 보고서를 통해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주거난, 취업난과 함께 사교육비를 꼽았다. 집값이 안정되고 취업이 돼야 결혼을 하고, 사교육비가 적정 수준이 돼야 아이를 낳는다는 결론이다. 집값은 급등했고 취업은 어려워지고 있다. 사교육비는 치솟고 있다. 정부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퍼부어도 혼인율과 출산율이 바닥을 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가 사교육비 문제를 저출산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할 때다. 학생들이 방과 후 여러 학원에 가지 않아도 원하는 공부를 학교에서 할 수 있게 공교육을 개혁해야 한다. 물론 긴 안목을 가지고 면밀하게 수립하는 100년 대계가 필수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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