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의 등하굣길이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다. 차도와 보행로의 구분이 없는 곳이 태반이고 추락이나 부상 우려가 있는 옹벽이나 급경사로를 통행로로 이용하는 학교도 적지 않다. 부산시교육청이 시내 304곳 초등학교 가운데 40곳을 1차 선정해 등하굣길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안전한 통학로 구축 방안 연구’ 1차년도 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 가운데 15곳이 ‘매우 위험’ 상태였고, 23곳도 ‘위험’으로 분류됐다. 이들 학교에서는 최근 3년간 등하교 도중 실제로 사고가 났거나 사고 노출 경험을 모두 갖고 있었다. 전체 현황은 연차별로 예정된 추가 조사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학교가 추가될 것만은 거의 확실하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정책은 이미 여러 사건을 계기로 수차례 만들어졌다. 2019년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벌어진 초등학생 사망사고 이후 일명 ‘민식이법’이 제정돼 스쿨존 내 감시카메라 확충과 교통사고 처벌 강화 등이 시행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어린이안전종합계획을 수립해 등하굣길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교통안전시설물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부산시교육청은 매년 상당액의 예산으로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고 올해는 더 늘렸다. 부산시는 학생 통학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번 조사에서 보듯 학교 앞은 여전히 위험하다. 현실과 실천이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관련 법과 제도에 의해 단속이 강화됐다고는 하나 그건 큰 사고가 발생하거나 사회적 관심이 일시적으로 쏠릴 때 뿐이다. 학교 주변을 돌아보면 분명 노란 색 표시가 있는데도 불법 주정차를 하거나 규정 속도를 위반해 쌩쌩 달리는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을 저지하기 위한 무인단속카메라나 폐쇄회로(CC)TV 설치도 아직은 완벽하지 않다. 스쿨존 891곳 가운데 300여곳은 없다. 영도 청동초등학교 사례에서 보듯 사유지라는 이유로 낭떠러지 같은 옹벽을 20년 이상 통학로로 이용하게 만드는 게 우리 현실이다. 치안에 무방비인 빈집도 많다. 구도심이 많은 도시의 특성상 통학 환경 속에 도사리는 위험은 이렇게 각양각색이다.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어린이 한 명 한 명은 나라의 보물이다. 초등학교 등하굣길 안전의 기본은 법·제도 정비를 통한 시설 개선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어른들이 이기심을 버리는 데 있다. 학교 주변 도로에서 해서는 안되는 행동을 자제하는 것은 물론, 어린이 보호를 위해 지역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얼핏 답이 없어 보여도 해운대 운봉초등학교처럼 관계기관이 마음만 모으면 안전한 보행로 확보가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부산시교육청은 관련 용역을 하루 빨리 마무리 짓고 부산시 경찰 등과 협력해 학교 주변 정리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하윤수 부산교육감이 직접 챙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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