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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순봉의 음악이야기] 두 마리 토끼, 콘골트

하순봉 작곡가

  • 하순봉 작곡가
  •  |   입력 : 2023-03-26 19:33:14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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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에 음악기자 평론가 등 전문가들이 세계 천재작곡가 열 명을 뽑은 적이 있다. 흥미로운 건 멘델스존 베토벤 슈베르트 등 우리가 익히 아는 작곡가들 외에 에리히 볼프강 콘골트(1897~1957)라는 낯선 이름의 작곡가가 있다는 사실이다.
클래식 음악과 영화음악 두 분야에서 위대한 성공을 거둔 에리히 볼프강 콘골트.
사실 이 작곡가는 영화음악 쪽에서 유명하다. 영화 ‘로빈후드의 모험’(1938) 등의 작품으로 아카데미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 클래식 쪽에서도 그의 바이올린협주곡, 첼로 협주곡, 오페라 죽음의 도시는 다들 각자의 장르에서 메이저 레퍼토리로 남아 있다. 그는 한마디로 클래식과 영화음악 두 분야에서 위대한 성공을 거둔 보기 드문 그런 작곡가이다.

콘골트는 오스트리아 빈 출신으로 아버지는 유명한 음악평론가였다. 그의 조숙한 천재성은 가히 멘델스존에 비견할 만한 것이었는데 무려 7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했고 이미 후기 낭만주의의 작곡 기교를 자랑했다. 9살에 칸타타 ‘황금’이, 14세엔 발레 작품 ‘눈사람’이 당시 요제프 황제 앞에서 연주됐다. 당대 최고의 작곡가였던 말러와 R.슈트라우스의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며 시벨리우스는 “콘골트는 젊은 독수리다. 그야말로 우리들의 미래다”고 극찬했다. 어떤 비평가는 “콘골트는 새로운 음악 질서를 확립할 것이다. 우리의 화성학과 대위법의 책을 불태워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꾸준히 작품을 쓰던 콘골트에게 1934년 친구 막스 라인하르트가 제작한 할리우드 영화 ‘한여름 밤의 꿈’에 사용할 멘델스존의 음악을 편곡해 준 것이 인연이 돼 영화음악 작곡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또 나치 독일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콘골트 작품의 연주를 금지하자 콘골트는 그길로 미국으로 망명, 할리우드에 정착했다.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는 쇤베르크를 비롯, 유대인 예술가와 지식인이 대거 망명 중이었다.

아카데미 음악 부문은 1934년 제7회부터 처음으로 시상하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작곡가가 아닌 제작사의 음악 부서 수장에게 상을 수여했으나 1938년 11회 시상식부터 작곡가에게 수여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당시 할리우드에는 정통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장엄한 음향이 대세였고 프로코피에프, 한스 아이슬러 같은 많은 클래식 작곡가가 영화음악을 작곡했으나 그 비중은 약했다.

그에 반해 콘골트는 영화음악의 부수음악적인 특성을 잘 살리면서도 독립된 음악 자체로도 훌륭한 음악을 남기면서 장엄하고 서정적인 할리우드 영화음악의 전형을 만든 것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특히 콘골트의 ‘킹스 로우’ 같은 작품을 들어보면 할리우드 영화음악의 최고 작곡가인 존 윌리엄스도 그에게 깊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가 없다. 호사가들의 표절 논란에서 자주 인용되는 이야기다. 20세기 초반 쇤베르크의 12음기법을 모두가 맹목적으로 추종할 때 콘골트도 당연히 이 신음악에의 동참을 권유받았으나 그는 쇤베르크의 음악에 공감하지 않는다면서 자신은 후기 낭만주의의 연장선에서 자신의 음악을 계속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는 당시 현대음악계에서 시대에 뒤처진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영화음악을 작곡하면서 그런 인식은 더 커졌다. 한마디로 아방가르드에 합류하지 않고 영화음악이란 다른 길을 갔다는 이유로 그의 음악은 폄훼되어버린 면이 컸다.

말년은 교향곡 등 클래식 음악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영화음악과 너무 유사하다고 또 비판받았다. 최근 그의 위상은 영화음악의 전형을 만들었고 서정성과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을 선보인 마지막 낭만주의 작곡가 중 한 명으로서 다시 재평가받고 있다. 그의 음악에는 초일류의 비범함과 대세를 따르지 않는 자신만의 낭만적인 언어가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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