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가 시기상조라고 반대해왔던 대체거래소(ATS)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 신청이 최근 마감됐다. 금융투자협회를 포함해 34곳이 포함된 컨소시엄 한 곳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동안 부산의 여러 기관·단체가 대체거래소 설립을 반대했던 가장 큰 이유는 부산에 본사가 있는 한국거래소(KRX)와 이해가 상충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제 겨우 기반을 다져가는 부산 금융중심지 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체거래소는 현재 한국거래소가 독점하고 있는 주식 매매 체결 기능을 대체하는 거래소다. 대체거래소가 세워지면 주식 매매 역할이 분산되고, 경쟁 관계인 한국거래소 수입은 자연히 감소하게 된다. 부산 금융중심지의 발전에 저해 요인이 될 것이고 정말 힘들게 한 걸음 한 걸음 발전하는 금융중심지의 위상 추락도 걱정된다.
물론 대체거래소가 생기면 거래소끼리 경쟁하게 돼 수수료가 낮아지고, 정규 거래시간이 아닌 야간에도 거래가 가능해지는 등 편리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함께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악용 우려, 시장 규모에 따른 비효율성 등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런 장단점이 있으나, 대체거래소는 설립 시기가 문제이지 결국 금융환경의 변화에 따른 시대적 흐름이라는 의견에는 부분적으로 수긍되는 바가 적지 않다.
다시 강조하자면 대체거래소 설립에 따른 문제의 핵심은 부산 금융중심지 발전과 국토균형발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다. 돌이켜보면 부산은 1999년 선물거래소를 유치해 법적 인프라를 갖추면서 국제금융도시로서의 출발을 알렸다. IMF 외환위기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았던 그 어렵던 시기에 부산 상공인들과 시민 전체가 나서 한목소리를 내면서 수도권의 완강한 부산 설립 반대에 맞서 전투를 치르듯이 유치를 성사시켰다.
당시 부산의 지향점은 단순한 선물거래소가 아니었다. 싱가포르나 홍콩같이 선물거래소가 있는 국제 금융중심도시였다. 부산이 두 도시와 비슷한 무역·항만·물류도시이고 지리적 조건이나 주변국과의 여건을 살펴볼 때도 이들 도시가 하는 것을 못 할 이유가 없다고 여겼다.
그렇게 부산의 원대한 꿈과 희망을 담아 유치한 선물거래소는 2005년 코스닥·코스피와 합쳐져 현재의 한국거래소가 됐다. 부산은 2009년 서울과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됐다. 이렇게 되기까지의 과정 또한 순탄치 않았고,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제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중심의 편견과 견제는 계속됐다.
지금도 한국거래소 중추 기능은 수도권에 그대로 남아있고 부산은 이름뿐인 금융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부산은 그동안 국책은행과 외국 금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왔다. 선물거래소 유치 당시에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았던 필자도 정부와 정치권에 금융 특구 지정을 요청하는 등의 금융중심지 활성화를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에 동참해왔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부산 남구 문현동에 BIFC(부산국제금융센터)가 들어서고, 2년 전 박성훈 부산시 경제특보(현 대통령실 비서관) 등이 중심이 돼 홍콩 등에 있던 해외 금융기관들을 처음으로 유치하는 등의 성과가 나타나 글로벌 금융도시의 희망을 조금씩 키워오고 있다.
대체거래소 설립으로 금융중심지가 위협받는 지금은 초기의 절박함과 그 후에도 계속 전력을 다했던 노력을 모두 소환해서 적극 대처해야 할 때다. 부산시도 시민의 절실한 요구가 반영되도록 정부와 정치권, 금융당국에 강도 높게 요청하고 대체거래소 참여를 희망하는 증권사들과도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야 한다.
선진국들은 거의 빠짐없이 글로벌 금융센터를 가진 도시를 둘 이상 두고 서로 경쟁력을 높이면서 균형발전을 꾀하고 있다. 서울에 편중된 금융산업으로 인해 부산의 금융중심지 실현은 아직도 미완의 장이다. 그러나 부산의 열정과 결집된 힘은 언젠가는 크고 아름다운 꽃을 피울 것이다. 대체거래소 본사는 반드시 한국거래소 본사가 있는 부산에 와야 한다. 이것마저 부산이 양보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