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으면 홍수, 적으면 가뭄을 일으키는 걱정덩어리 물은 인간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만큼 다루기가 어렵다. 하늘이 하는 일을 ‘기우제’를 지냄으로써 성난 민심을 달래보겠다는 역대 왕들의 노력은 가슴 찡하게 한다. 하늘이 노(怒)하여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가뭄이 발생했다고 한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남부지방 강수량은 평년의 72% 정도이고, 광주·전남에는 66% 수준의 비가 내렸다. 광주의 제한 급수 가능성이 뉴스를 타고, 섬 지방은 오래전부터 제한 급수를 했다. 낙동강의 가뭄도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시작할 때 도로망 확충과 물 확보가 밑거름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저수량이 29억 t인 소양강댐 등 대형 댐의 건설로 수도권에 안정적인 물 공급이 가능해져 서울·인천·경기는 인구의 절반이 사는 메가도시가 됐다. 지속적인 댐 건설로 중소 규모 이상의 도시는 대부분 물 부족으로부터 벗어났다. 가뭄에 취약한 지역은 산간 농촌과 도서 해안인데 인구가 적다 보니 대규모 물 공급을 위한 시설물 설치는 경제적이지 못하다. 해수담수화, 지하댐 등 맞춤형 물 공급 정책을 꾸준히 폈지만 아직도 혜택을 받지 못한 지역이 많다.
가뭄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데 현재 최대 사회적 관심사는 광주의 제한 급수 여부다. 일단 제한 급수는 없을 것이라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광주는 대부분 물을 섬진강 수계에 있는 동복댐과 주암댐에서 가져온다. 광주는 마당 앞에 흐르는 영산강 물을 외면하는 정책을 폈다. 영산강이 오염됐기 때문에, 광주는 고개 넘어 섬진강의 깨끗한 물을 먹고 있다. 섬진강도 물이 부족하다 보니 광주는 영산강에서 지난 3월 2일부터 하루 3만 t의 물을 취수하고 있고 가뭄이 깊어지면 5만 t까지 늘릴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비상 상황이 되자 원칙으로 돌아가고 있다. 광주는 영산강의 수질을 개선해 앞마당 영산강 물을 우선해서 먹는 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섬진강 물은 이제 섬진강 수계로 돌려줘야 깊은 가뭄이 들면 필요한 만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해 부산과 대구는 물이 부족해도 제한 급수를 경험해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낙동강에는 1000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먹고, 농사짓고, 공장 돌리는 물이 풍족하기 때문이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 이후 주민들은 깨끗한 물을 먹기를 원했고, 4대강 사업으로 녹조 독성물질이 범벅된 낙동강 물에 대한 불신이 지속되자 또다시 취수원 이전 계획이 발표됐다. 부산은 창녕과 합천으로, 대구는 구미 또는 안동댐으로 취수원을 이전할 계획이다. 여기에 2조 원 이상의 국민 세금이 필요하단다.
아직 가뭄이 계속되고 있지만 광주의 사례는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원칙은 낙동강 물을 깨끗하게 관리하여 그 물을 먹는 것이다. 하류 지역 물이 오염되었다고 지류로, 상류로 취수원을 옮기는 것은 하책(下策)이다. 낙동강을 버리는 행위다. 지류는 낙동강 본류보다 가뭄에 취약하고, 낙동강을 방치하면 상류도 언젠가 오염될 것인데, 그때는 어쩔 것인가?
수도권 먹는 물은 대부분 팔당댐에서 공급한다.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팔당댐 수질 목표는 BOD는 1ppm, 총인(TP)은 0.02ppm인 반면, 부산의 취수원인 물금의 수질 목표는 BOD는 2ppm, 총인은 0.04ppm으로 설정하고 있다.(필자가 블로그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자 최근 환경부는 낙동강 물금 수질 목표를 삭제했음을 확인했다) 미국 환경청에 따르면 녹조 발생 기준은 총인이 0.02ppm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차별화된 물 정책으로 수도권 젖줄인 한강(팔당댐)에서 녹조 발생은 거의 없고, 낙동강은 매년 녹조 발생으로 먹는 물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다. 정치권이 제시한 취수원 이전 계획은 방향이 잘못됐다. 낙동강을 한강 수준으로 수질관리 하면 해결될 문제다. 금번 낙동강과 영산강의 가뭄은 수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수질이 나쁘기 때문에 발생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잘못된 정책으로 만들어진 가뭄이라 할 수 있다. 낙동강이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