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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보기에만 좋은 섬 아닌 살기 좋은 섬으로

  •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  |   입력 : 2023-04-05 19:57:5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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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대표 관광도시인 경남 통영시는 570개의 섬을 보유해 ‘바다의 땅’으로 불린다. 전남 신안군 다음으로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섬을 갖고 있다. 570개의 섬 중 유인도만 44개에 이른다. 이들 유인도 중 한산도 사량도 욕지도 등 3개 섬은 면사무소를 둘 정도로 규모가 크다. 도내에서 섬에 면사무소를 운영하는 곳은 이들 3개 섬 뿐이다.

한산도는 임진왜란 당시 한산대첩이 펼쳐진 구국성지로, 이순신 장군 유적지인 제승당(사적 제113호)으로 유명하다. 사량도는 국내 100대 명산에 속하는 지리망산에서 옥녀봉에 이르는 산행코스가 환상적인 ‘모험의 섬’이다. 욕지도는 통영 남단에 자리잡아 섬 앞쪽으로는 올망졸망한 섬들이, 섬 뒤쪽으로는 망망대해가 들어오는 ‘변화무쌍한 섬’이다. 이들 섬 외에도 불교성지로 유명한 연화도, 아름다운 비경과 바닷길이 열리는 소매물도와 등대섬 등은 꽤나 이름난 섬들이 있다. 비진도 산호길, 대매물도 해품길 등 섬 트레킹 코스도 인기다. 섬이 새로운 관광 트렌드로 자리잡았고, 완연한 봄을 맞아 섬을 찾는 관광객은 늘고 있다. 통영항 가오치항 삼덕항 등은 섬을 찾는 탐방객들로 북적거린다. 때맞춰 여객선사와 행정은 다양한 할인 이벤트와 정책을 통해 섬 탐방객 유치에 더욱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통영항의 두 여객선사는 어느 섬을 가든 통영시민은 편도 3000원, 외지인 동반 50%를 할인하는 ‘통영 섬 알리기 캠페인’을 이달 말까지 전개한다.

통영시는 섬 숙박비와 체험비, 승선료 등을 지원하는 ‘슬기로운 섬생활’이란 프로젝트 규모를 올해 500명으로 늘렸다. 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스마트관광도시 조성’ 공모사업에 최근 선정돼 3년간 ‘투나잇 통영, 섬으로 가는 길’이라는 관광 통합플랫폼 구축에도 나선다. 섬 관광과 실시간 여객선 운항·기상 정보 등 섬 관광 포털인 ‘아일랜드 570’ 사이트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경남도는 지난달 남해안시대 관광개발 선도를 위해 한산도를 중심으로 한 이순신 장군 승전지 순례길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이 다양한 정책이 쏟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정작 섬 주민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섬 주민은 “보기에만 좋은 섬이 아닌, 살기에도 좋은 섬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해부터 가뭄이 계속되면서 욕지도를 중심으로 한 욕지군도의 여러 섬들은 아직도 식수난을 겪고 있다. 섬은 육지와 달리 섬의 수원지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매번 물 부족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기존 욕지도 댐을 확장하는 식수원 개발사업이 완공되면 사정은 조금 나아지겠지만 섬 주민은 해저관로를 깔아 남강물을 섬에 공급하는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촉구한다. 규모가 큰 섬과 달리 주민이 적게 사는 섬은 이동권부터 제약받는다. 두미도, 노대도, 추도 등은 하루에 여객선이 오전·오후 단 2번 운항한다. 섬 주민이 오전 배를 놓치고 오후 배로 육지에 나오면 어쩔 수 없이 육지에서 1박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탐방객 입장에서도 오후 배로 섬에 들어가면 당일 섬에서 빠져 나올 길이 없다. 이들 섬은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여객선이나 도선이 아예 운항하지 않는 섬은 사선을 이용하지 않고는 오갈 방법이 없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한산도와 사량도 등은 각종 규제로 사유지인데도 개발행위를 마음대로 할 수 없어 주민 불만이 여전히 높다. 현재 추진되는 다양한 정책들이 섬 주민의 가려운 등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것은 아닌 듯 싶다. 섬 주민은 기본적인 생활권 보장이 더 아쉬울 뿐이다.

정부는 소중한 삶의 터전이자 미래성장 동력인 섬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과 함께 공감하기 위해 ‘섬의 날’을 제정하고 2019년부터 매년 기념행사를 개최해 오고 있다.

통영은 다른 지자체가 갖지 못한 570개의 보석 같은 섬과 바다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와 달리 지역 특성에 맞게 육지에서 바라보는 행정이 아닌 섬에서 바라보는 행정을 함께 펼치는 것은 어떨까. 섬과 바다의 활용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박현철 남부경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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