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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헌법 속에 박제된 ‘국회의원 선서’

국민·통일 위한 소임 가치, 특권 집단 이미지로 퇴색…정치 퇴행·국론 분열 원인

내년 총선서 물갈이 위해 유권자가 냉정히 판단을

  • 강춘진 기자 choonjin@kookje.co.kr
  •  |   입력 : 2023-04-10 18:52:03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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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제24조에는 ‘국회의원은 임기 초 국회에서 다음의 선서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 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각 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엄중한 책무가 담겼다.

달리 읽힐 법도 하다. ‘국가 이익’보다는 ‘정파 이익’ 우선, ‘국민의 자유와 복지’보다는 ‘개인의 안위와 특권’ 증진 등으로 비틀어도 비난할 사람은 미미하다. 사실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보다는 ‘당리당략에 따라 단일대오 유지’를 더 중시한다.

국회의원은 국민적 욕바가지다. 그래도 현직은 선수를 이어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입법 기능과 정권 견제, 예산 심의 등 나라를 위해 보람 있는 일을 하는 ‘직업’이니 그럴 만하다. 200가지가 넘는 특권도 매력적이다. 불체포와 면책 특권이 상징적이다. 현행범이 아니면 법을 위반하더라도 회기 중에는 국회 동의를 받지 않으면 체포되지 않고, 국회에서 직무상 한 말과 투표 행위에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 독재정권 시절 의회민주주의를 지키는 자구수단이었다. 민주화 이후에도 없어지지 않고 오·남용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이를 내려놓겠다는 정치권 약속이 나왔지만, 때에 따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상황 논리’가 번번이 나왔다. 말 바꾸기를 해도 탈 없는 것도 국회의원 특권이다.

국회의원 연봉은 1억5426만 원으로, 그중 30%는 비과세다. 일하지 않아도 통장에 꼬박꼬박 꽂힌다. 연평균 4499만 원의 1인당 ‘입법 및 정책 개발 지원비’는 물론 업무추진비, 차량 유류비, 공공요금 등 별도 지급되는 금액이 만만찮다. 현직 상태에서 다른 공무원은 불가한 대선 출마·캠프 참여를 국회의원은 가능하도록 한 것은 스스로 만든 특권이다. 국가를 위해 ‘큰일’을 한다는 그들의 혜택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입법 권력 등을 자기 편리한 대로 사용한다면 따져볼 문제다.

21대 국회 출범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자당 소속 의원의 위장 탈당 등 편법을 동원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날 국무회의에서 공포된 이 법은 헌법재판소에서 “국회 심의·표결권을 침해하는 등 절차가 부당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그래도 무효는 아니라고 했다. 국회 입법권 존중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최근에는 초과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민주당은 개정안을 통과시키려고 자기 당에서 출당시킨 무소속 의원을 상임위 안건조정위에 넣는 꼼수를 썼다.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리자 이 의원을 다시 이용해 본회의에 직접 회부했다. 민주당은 재정 부담과 쌀 과잉 생산 우려 등 논란이 많은 법 개정을 집권여당 때는 추진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헌재 판단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 후 가뜩이나 쪼개진 국론은 더 분열되는 양상이다. 다수당의 입법 폭주와 대야 소통 등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소수 여당의 무기력이 맞물려 빚어진 결과다. 자신의 미래만을 위한 당 공천과 지지세력을 의식한 의정 활동에 더 가치를 둔 국회의원 집단은 정책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야 극한 대립만 반복됐다. 정치 퇴행과 국론 분열 원인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현 정부 출범 2년을 한 달 앞둔 2024년 4월 10일 치러질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다. 입법권력을 마음껏 휘두르고 있는 거대 야당도 평가 대상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정권 심판론’과 ‘거야 심판론’을 놓고 사활을 걸 태세다. 정의당 등 제3세력은 궤멸 수준에 빠진 지지층 회복이 급선무다. 선거 결과는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 선택에 달렸다. 정치적 셈법에 휘둘릴 이유는 없다. 내 편만 바라보는 ‘지지세력 정치’나 ‘갈라치기 정치’에 기생하는 정치꾼만은 걸러내야 한다. 지지 정당 후보라도 특권만 누리고 국회의원 책무를 소홀히 할 인물이라면 배척하는 현명한 투표가 필요하다.

국민은 다음 총선에서 ‘역대급’으로 현직 물갈이를 결행할 분위기다. 개표가 끝난 2024년 4월 11일 아침부터 정치판 분위기가 확 달라질 게다. 딱 1년 뒤다. 양당 대립 체제가 되풀이되든 중간지대 약진의 다당제가 구축되든 선거 뒤 새롭게 꾸려질 국회 구도는 결집된 주권자 의지다. 헌법 속에 갇힌 ‘국회의원 선서’가 존재 가치를 제대로 드러내는 국회로 거듭나면 된다. 그 의미를 무겁게 새길 후보를 고르는 냉엄한 국민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년 선거의 시대정신일 수 있겠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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