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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앞서 걸은 자의 책임

  •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
  •  |   입력 : 2023-04-27 19:44:43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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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가 2030세대를 덮쳤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 모두 2030 청년층이다. 전국의 전세사기 피해자도 2030 세대에 집중됐다. 경찰청 특별 단속 결과 피해자의 절반이 20, 30대였다. 부산 지원센터에도 2030 세대의 호소가 봇물을 이룬다. 2주간 이뤄진 방문 상담 참여자 80%가 2030 세대다. 피해는 다세대 주택과 오피스텔에 집중됐다. 우리 사회의 주거 사다리는 빌라에서 오피스텔, 아파트 등으로 이어진다. 결국 주거 사다리의 가장 낮은 단계부터 시작하는 젊은 층을 사기 대상으로 노렸던 셈이다.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청춘들은 월 10만~20만 원 차이의 월세가 큰 부담이다. 이들은 2년간은 맘 편히 살 수 있다는 기대감에 떨리고 불안함 마음으로 대출 창구를 두드렸을 것이다. 그런데 기성세대는 그런 청년의 희망을 자신의 배를 채우는데 이용했다. 경험에서 얻은 얕은 지식으로.

2030 세대는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섰다. 국가 경제의 성장 엔진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이전 세대처럼 성장의 혜택을 기대하기 어려운 세대다. 게다가 일자리도 줄어든다. 남은 일자리도 기성세대 몫이다. 그들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2중, 3중의 철옹성도 쌓았다. 계층 이동 사다리마저 금수저에 한정된 특권이다. 우리 사회를 휩쓸던 ‘영끌’ ‘비트코인 광풍’은 청년들의 절망과 불안감의 자화상이다.

결국 청년이 손을 벌린 곳은 ‘빚’이다. 최근 국회사무처에 제출된 한 보고서에 드러난 ‘청년 빚’의 실태는 서글프다.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은 2017년 710조 9000억 원에서 2022년 6월 말 기준 1102조 원으로 55% 증가했다. 이 기간 2030 세대의 증가율은 96%로 가장 크다. 2030 세대 빚이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28%에서 35%로 확대됐다.

기성세대는 청년이 걷는 길을 먼저 걸었다. 지금 2030 세대처럼 낯선 길을 걸으며 불안과 공포도 느꼈다. 그때는 이전 세대의 유산이 있었다. 산업화로 일자리가 넘쳐났고, 민주화로 자유는 확대됐다. 지금 청년들은 고립무원이다. 어디도 기댈 데가 없다. ‘나잇값’은 기성세대가 경륜으로 쌓은 자산이다. 앞선 세대가 그 값을 청년들의 등을 치는데 사용한 것은 아닌지 자성할 때다. 우리 사회는 이전 세대의 희생으로 조금이나마 발전해 왔다. 전세사기 피해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30대 청년은 “버틸 자신이 없다”는 유서를 남겼다. 젊은 층이 버틸 힘이 없어 생을 마감하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 기성세대가 해야 할 최소한이다. 그렇게 해야 공동체다.

박태우 서울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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