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도청도설] 제사

  • 강춘진 기자 choonjin@kookje.co.kr
  •  |   입력 : 2023-05-14 19:50:58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소설가 이하천이 2000년 1월 발표한 수필집의 ‘도발적인’ 타이틀이 반향을 일으켰다. ‘나는 제사가 싫다’(이프 펴냄). 첫 장에서 ‘조상은 상전이 아니다, 사회가 바로 상전이다’고 한 이 수필집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내용과 형식이 완전히 새로운 제사, 여성으로서 몸과 영혼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혁명적인 제사 양식을 찾기 전에는 절대 현재의 제사를 받아들일 수도, 지낼 수도 없다고 용기 있게 외친다.” 겉으로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나도 제사가 싫다”고 소리 죽여 외치던 사람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전은 제사를 ‘신령이나 죽은 사람의 넋에게 음식을 바치어 정성을 나타내는 의식’으로 규정한다. 고대 종교 신전 제의와 가톨릭 미사 등 폭 넓게 사용되는 개념이다. 한국에서는 주로 조상 제사의 의미로 쓰인다. 특히 제사상 차림 형식을 놓고 논란이 많았다. 성리학 예법이 평민에게까지 퍼지고 신분 질서가 무너진 조선 말엽부터 일반 가정에서도 제사를 모시기 시작했다는 게 정설이다. 집안마다 제사상 차림이 존재했을 법하다.

아들딸 관계없이 재산을 공평하게 분배하던 고려나 조선 전기까지 제사 주체에 대한 남녀차별이 없었다. 출가외인이라는 개념도 없어 모두 돌아가면서 제사를 모셨고, 기혼 남성이 돌아가신 아버지 제사를 지내기 위해 시집 간 누나 집을 방문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조선 중기 이후 유가에서 규정한 제사 형태가 일반화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보통 집안의 장남이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굳어졌다. 제삿날에는 상 차림 등을 놓고 크고작은 다툼이 심심찮게 벌어졌다.

대법원은 최근 “제사 주재자는 공동상속인 간 협의에 의해 정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남녀, 적서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 주재자로 우선한다”고 판결했다. 2008년 아들에게 제사 우선권을 주었던 대법원의 종전 판례가 15년 만에 깨진 것이다.

“제사를 올리는 집은 조상에 대한 숭배의 목적이 아닌 친척 형제와의 관계유지와 전통적인 관례와 풍습으로 하는 것이다”는 시각이 더 많은 세태다. 제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시대 흐름 따라 자연스럽게 변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핵가족이 대세를 이루고, 더 나아가 홀로 사는 세대도 늘면서 제사 모시는 집이 드물어질 수 있겠다. 바뀐 세상, 제사 주재자를 또다시 규정한 대법원의 ‘친절한 판결’이 낯설기도 하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거제 2000번 버스 개통 이후 9년 만에 요금 첫 인상
  2. 25년간 과대포장으로 5억5000만원 과태료
  3. 3[종합]이재명, 尹 대통령에 '민생영수회담 제안'... 여 "뜬금포"에 야 "전제군주" 반박
  4. 4명절 때 더 심해지는 층간소음 갈등… 작년 추석 연휴 3일간 339건 경찰 신고
  5. 5부산 영도구 사찰에서 불...소방차 30대 출동
  6. 6'부산 돌려차기' 男 보복 협박 혐의로 송치
  7. 7[카드뉴스]먹어도 살 빠지는 '뇌 스위치' 발견
  8. 8"길에서 두번째 명절"... 서울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차례
  9. 9이탈리아어과 교수가 부산을 사랑하는 법?…"세계박람회 유치 기원해요"
  10. 10고금리에 빚 못갚는 청년…'신용불량' 된 20·30대 23만명
  1. 1[종합]이재명, 尹 대통령에 '민생영수회담 제안'... 여 "뜬금포"에 야 "전제군주" 반박
  2. 2단식과 검찰로 보낸 이재명의 시간
  3. 3이재명, 尹에 '민생영수회담' 제안, 與 "뜬금없어, 대표회담부터"
  4. 4尹, 원폭피해 동포들과 오찬 "한일관계 미래지향적 발전시킬 것 "
  5. 5민주당 원내수석에 박주민 의원 선임
  6. 6연휴 첫날 인천공항 찾은 윤 대통령, "수출 수입 더 늘려야"
  7. 7추석 앞 윤 대통령 지지율 36.0%로 1.8%p↓…국민의힘 36.2% 민주 47.6%
  8. 8이재명 추석 인사 “무능한 정권에 맞서 국민 삶 구하겠다”
  9. 9구속 피한 이재명…여야 ‘검찰 책임론’ 두고 극한대치
  10. 10한미일 북핵수석대표, 北핵무력 헌법화에 "강력 규탄"
  1. 1명절 때 더 심해지는 층간소음 갈등… 작년 추석 연휴 3일간 339건 경찰 신고
  2. 2고금리에 빚 못갚는 청년…'신용불량' 된 20·30대 23만명
  3. 3올해 로또복권 절반 수도권서 구매…8월까지 1조8000억
  4. 4식지 않는 위스키 인기…올해 1~8월 韓 수입량 40% 급증
  5. 5한국, 세계국채지수 편입 또 무산…정부 "제도 개선할 것"
  6. 6산업부 "IEA 회원국과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 공조 강화"
  7. 7부산형 급행철도(BuTX) 이어 가덕철도망도 속도전
  8. 8주가지수- 2023년 9월 27일
  9. 9주인 못 찾은 복권 당첨금 436억…‘대박의 꿈’이 날아갔다
  10. 10‘악성 임대인’ 334명, 보증금 1조6533억 원 ‘꿀꺽’
  1. 1부산~거제 2000번 버스 개통 이후 9년 만에 요금 첫 인상
  2. 25년간 과대포장으로 5억5000만원 과태료
  3. 3부산 영도구 사찰에서 불...소방차 30대 출동
  4. 4'부산 돌려차기' 男 보복 협박 혐의로 송치
  5. 5[카드뉴스]먹어도 살 빠지는 '뇌 스위치' 발견
  6. 6"길에서 두번째 명절"... 서울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차례
  7. 7양산시립미술관, 1700억 투입 양산시 문화예술의전당 사업 발목 잡나
  8. 8[60초 뉴스]추석 명절동안 전통시장에 무료 주차하세요
  9. 9서울~부산 7시간 20분…추석 귀성길 고속도로 정체 극심
  10. 10[부고] 박무성 전 국제신문 사장 본인상
  1. 1[아시안게임] 여자 탁구 복식 신유빈-전지희, 북한 누르고 8강 진출
  2. 2[아시안 게임] 김우민 한국 수영 역대 3번째 3관왕
  3. 3[아시안게임]최동열 한국신기록으로 남자 평영 50m 동메달
  4. 4부산의 금빛 여검객 윤지수, 부상 안고 2관왕 찌른다
  5. 5추석연휴 첫날 金 쏟아지나…김우민 자유형 800m·황선우 계영 400m 출전
  6. 6세계 최강 어벤저스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팀, 중국 여유 있게 제치고 우승
  7. 75년 전 한팀이었는데…보름달과 함께 AG여자농구 남북 맞대결
  8. 8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여자 플뢰레, 단체전 은메달 확보
  9. 9‘요트 전설’ 하지민 아쉽게 4연패 무산
  10. 10행운의 대진표 여자 셔틀콕 금 청신호
우리은행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싱가포르다움’을 위한 그들의 선택
우리는 제1부두를 맘대로 할 자격이 없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과학자들의 소통방식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기고 [전체보기]
대통령의 ‘서울·부산 2개 성장 축’ 실현되려면
안전한 세상에서 아동은 꿈을 펼칠 수 있습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교권회복 시킨다더니…교육부, 교사 집단연가에 으름장
‘고삐 풀린’ 부산 분양가 괜찮나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꼰대세상
파격적 세대교체를 소망한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달’ 대신 ‘손가락’만 보세요
세계는 지금, 반도체 전쟁 중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양말 뒤집어 신기
‘학생의 날’이 있다면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자연과 인간을 잇는 원초적 매개체
무대 밖으로 뛰쳐나온 예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PK는 목마르다
이젠 팬이 원하는 감독을 보고 싶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3위가 목표인 대회
부산형 급행철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명란과 옹기
시즈오카의 녹차 젤라또
사설 [전체보기]
이재명 영장 기각…여야는 사과하고 정치하라
부산 영도에 들어설 도시재생 거점 기대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명절 때 나눌 치매 예방 이야기
역사 전쟁과 자유론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와 의료민영화
간호법 제정안과 지역사회 보건의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해인의 서랍에서
친구에게 추천하는 두 권의 책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독일을 보면서 곱씹어보는 교훈
골짜기 세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불편한 제의
사적 공간의 미학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야만의 과학
밥의 길, 쌀의 미래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베로나 아레나 오페라 페스티벌
글로컬대학 30, 성공은 총장 리더십에 달렸다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잼버리 파행을 부산엑스포 전화위복으로!
민주당이 ‘노무현 정신’을 되살리려면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화해의 와인
와인, 스토리텔링
특별기고 [전체보기]
수산업 몰락 재촉하는 후쿠시마 방사능 선동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가 비과학적인 이유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12음기법
바이로이트 음악축제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화가 장욱진이 온다
황창배의 ‘곡고댁(哭高宅)’
CEO 칼럼 [전체보기]
세계박람회와 벡스코 제3전시장
우리가 몰랐던 지역의 잠재력과 성장성
  • 맘 편한 부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