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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격동의 사직야구장’ 새 버전 나오는 중

흥행 진원지 사연 많은 곳…열성 부산 팬들 화제 만발, 지난 10년간 ‘전설’로 남아

롯데 선전에 살아난 열기, 가을야구로 열매 맺어야

  • 강춘진 기자 choonjin@kookje.co.kr
  •  |   입력 : 2023-05-15 20:02:59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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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직야구장은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의 일부 예선 경기를 소화하기 위해 건설됐다. 1985년 10월 완공돼 다른 종목 경기도 치를 수 있는 다용도 종합운동장 성격으로 출발한 이유다. 관중석을 움직여 경기장 구조를 재구성하는 형태였다.

서울아시안게임 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홈 구장이 된 뒤에도 고등학교 축구대회를 비롯해 대학 미식축구와 필드하키 경기 등이 진행됐다. 1988년 4월 30일에는 프로축구 대우 로얄즈와 현대 호랑이 경기가 사직야구장에서 열리는 바람이 프로야구 롯데 홈경기는 구덕야구장으로 옮겨야 했다. 2001년 9월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개장으로 오롯이 야구장으로 사용될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프로야구(KBO) 흥행의 진원지로 우뚝 섰다. 부산만의 활기찬 이미지를 잘 드러냈다. 롯데 야구와 일체감을 느꼈던 팬들의 열성 덕이다.

장기간 이어지는 페넌트레이스를 지켜보는 긴 호흡의 프로야구 관람문화가 정착되기 이전의 1990년대 전후 사직야구장 풍경은 요즘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롯데가 지는 날이면 관중들은 격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야구장 안에서는 술병을 던지는 등 뒤풀이를 화끈하게 벌였다. 밖에서는 출동한 전투경찰대와 시비를 붙으며 화풀이를 해댔다. 구단에서는 패배가 확정된 순간 인기가요인 이남이의 ‘울고 싶어라’를 틀어 울분에 빠진 관중을 달래는 고육책을 쓰기도 했다. 처연한 음색의 “울~~고 싶~어라”는 이남이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롯데가 승리한 날이었다.

2000년대 들어 팬들의 관심은 멀어졌다. 2001년부터 4년간 내리 정규시즌 8위를 했던 롯데는 2007년까지 하위권을 맴돌았다. 2002년 10월 19일 한화 이글스와 맞붙은 롯데 홈경기의 사직야구장 유료 관중 69명은 전무후무한 기록일 수 있겠다. 그렇게 7년간 사직야구장은 썰렁했다.

결국 선수들의 파이팅 넘치는 경기력과 좋은 성적이 필요했다. KBO 사상 최초의 외국인 감독인 제리 로이스터가 롯데 지휘봉을 잡고 첫 시즌을 맞은 2008년 사직야구장 열기가 다시 달아올랐다. 역대 최다 11연승 등 화끈한 팀으로 거듭난 롯데는 8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2009년과 2010년 시즌에도 롯데의 가을야구는 계속됐다. 로이스터 후임으로 파격적인 아마추어 감독(양승호 전 고려대 감독) 체제를 꾸린 롯데는 2011~12년 가을에도 팬들과 함께했다. 그렇게 5년간 부산에는 활력이 돌았다.

홈경기가 있는 날 사직야구장 인근 상가의 주류와 안주, 생수는 동이 났고 주차장과 도로는 미어터졌다. 통닭 수요 급증에 사직동 전통시장 생선가게나 식당은 종전 업종을 접고 닭을 튀겨 상당한 매출을 올렸다. 부산 전역 번화가 식당가와 술집 등은 매장 곳곳에 대형 TV 화면을 설치해 ‘실내 관중’을 모았다. 부산도시철도 교대역에선 경기 시작 전 입장을 원하는 팬들을 싣고 꽉 막힌 여고로(사직야구장과 중앙대로 연결 도로)를 벗어나 이면도로를 곡예처럼 운행하던 ‘초급행 야구택시’가 호황을 누렸다. 전국적으로 이목을 끈 곳이었다.

롯데 야구 성적 하락과 함께 격동의 현장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딱 한 번(2017년 시즌 3위) 포스트시즌 진출에 그친 롯데는 정규시즌 꼴찌(2019년 10위)도 기록하는 등 만년 하위팀으로 굳었다. 봄에 잠시 반짝 성적을 내다 추락하는 식이었다. 부산 야구 열기는 식어가고, 지역 특유의 역동성도 사라졌다. 박진감 넘쳤던 사직야구장 이야기는 ‘부산의 전설’로 남았다.

그동안 프로야구는 경기 방식은 물론 각 구단 운영 등에 변화를 거듭했다. 관중층도 세대 교체를 이루고 응원 형태도 엄청나게 바뀌었다. 팬들은 롯데 패배에 더는 “울고 싶어라”를 노래하지 않는다. 반면 선수들이 멋진 플레이로 승전보를 울리면 열광하는 것은 불변이다. 프로스포츠 세계의 냉엄한 현실이다.

올 시즌 롯데 야구는 패배보다 이기는 경기(19승 11패)가 더 많다. 지난 14일 현재 단독 2위를 기록하는 등 기세 당당하게 여름시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직야구장 일대로 사람이 몰리고, ‘격동의 사직야구장’ 새 버전이 생성되는 분위기다. 어느 곳에서든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야구 경기를 접하는 시대, 한층 진화한 이색 현장이 연출될 수도 있겠다. 자연스럽게 부산 전체가 들썩거릴 터다.

사직야구장은 2029년 새 구장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2025년 말 철거된다. 전통적인 사직야구장 롯데 홈경기 형태는 세 시즌이 지나면 마무리된다는 뜻이다. 앞으로 3년간 프로야구 시즌마다 다채로운 화제가 쏟아졌으면 좋겠다. 이후 3년의 공백기를 지나 2029년 시즌부터는 또 다른 버전의 후속 편이 이어져야 함은 당연하다. 가을야구에도 선전이 필요한 롯데 성적이 관건이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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