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남 대구 경북 등 우리나라 곳곳의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돈다.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도 전에 벌써 무더위 걱정이다. 지난 17일 기준 낮 최고기온은 부산 25도, 울산 29도, 경남 24~31도로 평년(22~26도)보다 2~7도나 높은 수준이었다. 이를 두고 벌써 ‘폭염’ 우려가 나오나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애교’ 수준이다. 싱가포르는 지난 13일 기온이 37도까지 치솟아 5월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태국 북서부 탁 지역은 지난달 14일 태국 역대 최고 기온인 45.4도를 찍었다. 인도 프라야그라지는 지난달 17일 44.6도, 베트남은 이달 초 44.1도까지 올라 사상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일대 체감온도가 50도를 넣었다고 하니 지구촌이 예년보다 일찍 펄펄 끓어오르는 상황이다.
이른 폭염은 올해 ‘엘니뇨’ 현상이 도래해 지구 기온이 기록적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는 기상학자의 경고가 나온 가운데 시작됐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달 3일 보고서를 내고, 지난 3년간 지속된 ‘라니냐’가 끝나고 올해는 엘니뇨가 찾아와 폭염은 물론 지역에 따라 홍수, 가뭄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니냐가 동태평양 적도 지역 바닷물이 평년보다 낮아지는 데 비해 엘니뇨는 해수 온도가 0.5도 이상 올라가는 현상이다. 지구가 끓는 물속에 놓였다는 말이다.
더 큰 문제는 라니냐는 그나마 해수 온도가 낮아지는 상태라 지구 기온 상승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면 엘니뇨 상태에서의 온도 상승은 그야말로 고삐 풀린 망아지란 점이다. WMO 보고서는 “지난 3년 동안 라니냐로 인해 지구 기온 상승에 일시적인 제동이 걸렸는데도 우리는 기록상 가장 따뜻한 8년을 보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온난화는 가속화하고 지구 기온은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통 엘니뇨는 발생 이듬해 지구 기온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므로 내년이 역대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내년이 엘니뇨 영향으로 산업화 이전 지구 평균 기온을 1.5도 뛰어넘는 첫해가 될지 모른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난해 영국 런던 등 여름 유럽 대부분 지역은 초대형 열파(heatwave)로 최고기온 40도가 넘는 등 사상 최악의 폭염에 시달렸다. 이를 두고 한 기후과학자가 던진 경고를 떠올리면 다시 간담이 서늘해진다. “수십 년 후에는 이 정도면 상당히 시원한 여름일 것이다.” 엘니뇨가 부추길 이상기후와 온난화의 가속화를 막기 위해 인류는 지금 당장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뻔한 말이라 하더라도 더는 정답이 없다.
이선정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