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5일 코로나19 비상상황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팬데믹 선언을 했던 2020년 1월 30일로부터 3년 3개월 5일 만이다. 전시상황을 방불케 했던 팬데믹은 끝났지만, 비상상황 해제가 코로나19의 ‘종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보건체계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사실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질병 중 세계보건기구가 공식적으로 종식을 선언한 질병은 현재까지 천연두가 유일하다. 소아마비로 더 잘 알려진 폴리오 (polio) 등도 종식에 가까웠다고 하지만, 종식 선언이 된다고 하더라도 환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음을 의미할 뿐 그 원인균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타임지(Time)는 세계보건기구 발표 직후 ‘비상사태는 끝났다. 이제 다음 팬데믹을 준비할 시간이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비슷한 시기에 네이처(Nature)는 코로나19의 미래라는 기사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이 웨이브(wave)로 비유되는 대유행에서 잔물결 같은 웨이블렛의 시대(wavelet era)로 전환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블룸버그는 10년 내에 코로나19 수준의 팬데믹 발생 가능성을 27.5%로 예측한 한 조사업체의 결과를 보도했다. 10년 내가 아닐 수 있고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종이 아닐 수 있지만, 과학자들은 신종 감염병으로 인한 팬데믹의 재출현을 확신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팬데믹이라는 큰 시험을 마친 많은 국가들은 다음 시험을 위한 준비를 차분하게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준비에 과학의 역할은 매우 크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지구촌에 바이오기술 경쟁력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과학적 우위에 있는 국가들과 그렇지 않은 국가들의 현격한 격차가 드러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미국은 벌써 다음 팬데믹을 준비하기 위해 과학계에 많은 연구비 지원을 시작했다. 예를 들어 팬데믹 기간 중단되었던 중국 우한 연구소의 박쥐 코로나 바이러스 연구 지원을 재개했고, 코로나19 증상이 지속되는 롱코비드에 대한 연구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백신과 치료제 개발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도 바이오헬스 분야 신시장 창출 전략을 발표하면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관련 핵심과제를 발표했고, 대기업은 바이오산업 투자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AI 기반 신약개발로 제약바이오 분야의 혁신을 꾀하려는 노력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런데, 다른 분야에 비해 바이오제약 분야는 시장 중심의 접근보다 지속적이고 실효성 있는 연구지원이 중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의 가장 중요한 해결사가 되었던 mRNA 백신을 출시했던 모더나사와 화이자사가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던 것은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백신을 개발했고, 1년여 만에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이로운 사건이 가능했던 이유는 탁월한 경영능력과 과감한 투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십 년에 걸쳐 성공과 실패의 과정을 겪으면서 누적되어 온 엄청난 연구 결과들이 있었기 때문임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 연구자료 중 mRNA의 효능과 관련된 수많은 내용뿐만 아니라 mRNA를 사람의 몸 안에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지질나노입자 (lipid nanoparticle) 제조기술이 매우 중요한 성공 요인이었다. 백신을 포함한 신약개발은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독주가 아닌 협연을 통해 완성되기 때문에 mRNA 같은 활성의약품에만 집중하면 성공할 수 없으며 유관 연구가 함께 유기적으로 합쳐져 성공한 중요한 사례였다.
다음 팬데믹을 준비하려면 통합적이고 연속성 있는 연구를 통한 데이터와 이론을 축적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특히 바이오헬스 분야에 대한 투자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관련 분야들이 종합적으로 함께 발전해야만 위기의 순간 과학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