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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중대재해와 사업주 법정구속은 과한가?

강동묵 부산대 의대 교수

  • 강동묵 부산대 의대 교수
  •  |   입력 : 2023-05-23 19:23:06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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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창원지방법원에서 H제강 대표가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는 일이 일어났다. 적용된 법률은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었다. 작년 1월에 이 법이 시행된 이후 최초로 기업대표가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사례였다. 해당 중대재해 사건은 작년 3월 일어난 것으로, H제강의 하청업체 K산업 소속 노동자가 방열철판을 뒤집기 위해 섬유벨트를 철판에 건 다음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던 중 섬유벨트가 끊어지면서 철판이 낙하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재해자는 왼쪽 다리가 철판과 바닥 사이에 협착됐고, 곧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좌측 다리 동맥 손상에 의한 실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법원은 H제강 대표에게는 징역 1년 실형과 법인에 벌금 1억, 하청업체인 K산업 대표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H제강 대표는 법정구속했다.

실형이 선고된 이유는 중량물 취급 작업에 관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재해자로 하여금 심하게 손상된 섬유벨트를 사용하도록 하는 등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던 점 등과 이에 더해 경영책임자의 다수 동종 전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동종 전과는 2010년 검찰청-고용노동부 합동점검에서 안전조치의무 위반 사실 적발과 벌금형, 2020년 고용노동청 감독에서 적발과 벌금형, 2021년 산업재해 사망사고 발생으로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 후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 원 확정, 2021년 사망사고를 계기로 실시된 감독에서 또다시 안전조치의무 위반 사실이 적발돼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여기에 더해 2022년 1월 중처법이 시행됐음에도 2021년에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로 형사재판을 받던 중에 2022년 3월에 이 사건이 발생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실시한 사업장 감독에서 또다시 안전조치의무 위반 사실이 적발된 것 등이 다수의 동종 전과다.

이 법원의 판결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은 큰 차이를 보인다. 노동계는 첫 실형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징역 1년이라는 법정 하한형에 머무른 것과 원청업체의 매출액과 규모에 비해 벌금 1억도 턱없이 낮다면서, 법인의 경영에 부담을 주지 못하는 처벌이 어떤 법적 억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현장의 안전·보건조치 여부를 직접 관리·감독할 수 없는 대표이사에게 단지 경영책임자라는 이유만으로 형벌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고 밝혔다. 사업주는 산업재해는 사업을 하는 이상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필요악이라 보는 경향이 강해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인식을 보인다. 경영계에서는 기업의 오너 일가도 예외일 수 없다는 분석을 하고 있으며, 건설업을 비롯해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곳에서 진행되는 기업은 오너가 모든 책임을 지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한다. 이 사건에 앞서 대표이사가 기소된 D산업은 중처법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한 상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중처법 이전에도 산재에 대해 처벌하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존재한다. 김용균 씨 사망을 계기로 산안법의 전면개정과 양형기준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기소된 사람이 실형을 받은 경우는 2.1%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 중처법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 법은 2007년 영국에서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 2007)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만들어졌고, 캐나다 호주 등에도 있는 법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의 산재 책임을 과실치사와 살인의 영역으로까지 본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중요한 문제를 고치고자 많은 국민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법임에도 불구하고, 작년 1월 중처법 시행 이후 연말까지 11개월 동안 수사에 착수한 229건 중 52건(22.7%) 만이 사건 처리됐고 재판에 넘겨진 것은 14건밖에 되지 않아, 수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2012년 무렵 유력 정당의 대선경선 후보가 내세운 슬로건 “저녁이 있는 삶”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던 적이 있는데,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전에 먼저 저녁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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