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10일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지역 정치권은 각자 ‘다른 의미로’ 선거 모드에 들어간 분위기다. 속을 좀 더 들여다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총선 출마 후보군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사뭇 다르다.
민주당 후보군은 벌써 지역 밑바닥 훑기에 들어갔다. 해운대갑을 지역구로 둔 홍순헌 전 해운대구청장은 주말과 평일 할 것 없이 지역주민을 만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홍 전 청장은 “주말에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지역 곳곳을 둘러보고 주민과 만나기에 시간이 부족할 정도”라고 말한다.
민주당 후보군이 일찌감치 총력전에 돌입할 수 있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국민의힘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재풀이 빈약한 것이 이유다. 현역 지역구 3곳을 제외하면 대다수 지역구는 전직 구청장이나 시의원 등 지역위원장들이 사실상 총선 라인업을 완료한 상태다. 공천 경쟁이 없다 보니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1년 전부터 지역구 다지기에 올인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민주당에 다소 불리한 부산의 정치적 지형을 일찌감치 상쇄해야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전재수(북강서갑) 최인호(사하갑) 박재호(남을) 의원 등 현역 3인방이 지역 밑바닥 훑기를 앞세워 재선에 성공한 점도 이들에게는 민주당 후보가 부산에서 당선되는 비법으로 인식되는 측면도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공천 샅바 싸움이 시작될 조짐이다. 현역 의원을 비롯한 출마 후보군의 시선은 아무래도 지역구보다는 중앙당의 공천으로 향할 수 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부산에서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내년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검핵관(검찰 출신 정부 핵심 관계자)‘ 등 윤심(尹心)이 실린 인사의 단수공천 또는 전략공천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촉각을 곤두세운다.
벌써 하마평에 오른 인사는 많다. 검사 출신인 박성근 국무총리실 비서실장(중영도)과 조승환 해양수산부장관(서동), 경윤호 한국자산관리공사 감사(사하갑), 박성훈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부산진갑), 국민의힘 장예찬 최고위원(북강서갑), 역시 검찰 출신인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해운대갑),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부터 호흡을 맞췄던 측근 주진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수영) 투입설이 돌고 있다. 현역 의원 중에서는 핵심 윤핵관인 장제원(사상) 의원과 여의도연구원장을 맡은 박수영(남갑) 의원, 국회 법사위원장인 김도읍(북강서을) 정도가 ‘변수가 없는’ 안정권으로 평가받는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보면 내년 총선의 키워드는 ‘윤석열’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과 대중적인 인기가 공천 기준을 가르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창 주가를 올리던 시절, 대구 경북은 물론 부산 울산 경남에서도 박 전 대통령과 찍은 사진만으로도 당선을 보장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내년 총선에서 윤핵관의 부산 진출이 연착륙을 하려면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나 인기가 높아야 한다는 전제가 수반된다. 단수 공천이나 전략 공천으로 불거질 공천 불협화음을 상쇄하고도 승리할 수 있다는 낙관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으로 조직과 인사에 그립을 세게 쥐는 윤 대통령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내년 총선을 윤핵관의 등용문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여의도 정치에 자산과 인맥이 옅은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총선 승리는 물론 내부적으로도 ‘마음이 맞는’ 인사들을 국회에 넣어 국정의 동력원으로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대통령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내년 총선에서 윤핵관 인사들이 대거 부산에 상륙할 경우, 현역 의원과의 공천을 둘러싼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선을 다시 민주당으로 돌리면, 일찌감치 지역 다지기에 올인한 후보들이 국민의힘의 공천 갈등의 틈을 비집고 얼마나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느냐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부산 민주당에게도 내년 총선의 최대 변수는 ‘윤석열’이다.
윤정길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