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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감사하다’라는 인생의 보약

김민경 당근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김민경 당근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   입력 : 2023-05-24 19:26:16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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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준비를 위해 얼마 전 인테리어가 진행되고 있는 공사 현장을 방문했을 때였다. 꼼꼼히 둘러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나는 귀가해서 마저 살펴볼 요량으로 현장의 전반적 모습을 동영상에 담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서 슬슬 지겨워진 아이는 나의 촬영을 방해하며 장난치기 시작했고, 나는 아이의 손짓, 발짓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촬영을 빨리 마무리했다. 귀가 후 영상을 보던 나는 내 목소리에 흠칫 놀라고 말았다. 그때는 인지하지 못했는데 ‘좀 비켜봐!’라는 목소리에 어찌나 짜증이 묻어 있던지 말이다.

나는 아이에게 그 정도의 마음 여유조차 없었던 것일까? 동영상을 보지 않았다면 소중한 가족들에게 내가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을 것이다. 보통 순간적인 감정의 주고받음은 무척 주관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그런데 업무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상대를 고려해서 행동하기 쉽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을 상대가 어떻게 여길지 판단하며 조심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에 따라 내 평판과 혹은 사업적 이익이 달려있다는 걸 고려하면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러므로 타인들과의 만남은 알게 모르게 엄청난 피로와 긴장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가족은 어떤가? 힘들 때 가장 기대고 싶고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임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 위주로 생각하고 느끼게 된다. ‘가족이라면 이 정도는 이해해 줘야지!’ ‘내가 우리 가족들을 위해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데!’ 상담실에서 만나는 많은 내담자는 이러한 감정의 일방통행에 꼼짝없이 갇혀 있다. 자신이 애쓰고 헌신하는 것에 초점을 두다 보면 그 헌신을 가족에게 표현하며 얼마나 짜증을 내었는지, 강요했는지는 기억에 남지 않는다.

의학계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교류가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다정함의 과학’에서 저자 켈리하딩은 ‘토끼 효과’를 소개했다. 고지방 음식을 먹인 토끼의 혈관 건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유독 몇몇 토끼는 혈관 건강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차이점을 연구자들은 토끼를 돌본 사람의 친절함에서 찾았다.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더라도 돌봐주는 사람이 다정하고 친절하면 음식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의학은 이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주목한다. 한 연구에서는 외로움이 매일 흡연하는 것만큼 해롭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가족 내에서는 서로가 토끼이며 돌봐주는 역할을 교대로 하게 된다. 친절하고 다정한 말과 상대를 향한 관심이 내 건강과 가족의 건강을 지켜준다. 부모님 형제자매 자녀 등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감사할 일을 찾아보자. 감사할 부분을 찾아보자고 말하면 이렇게 응수하기도 한다. ‘감사할 일이 어디 있어야죠!’ ‘그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닌가요?’ 우리는 흔히 감사하다고 하면 감사를 받는 상대에 초점을 두기 쉽다. 내가 감사를 표현하니 상대가 좋은 거 아니냐는 거다. 그렇지 않다. 사실은 감사하는 사람에게 훨씬 더 유익하다. 배우자에 대한 불만, 부모님에 대한 서운함, 자녀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늘 부정적인 모습에 초점을 두게 한다. 불만이나 서운함도 습관이다. 늘 느끼고 생각하는 패턴이 각 개인에게 고정돼 나타난다는 뜻이다.

예컨대 가족과 함께 식사 자리에 앉은 상황을 상상해 보자. 가족 구성원 누군가가 애써 요리한 음식을 먹으면서 너무나 쉽게 ‘간이 맞지 않는다’ ‘반찬이 별로 없다’는 투덜거림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혹은 식사하는 사람에게 ‘반찬을 편식한다’ ‘ 많이 먹어서 살이 쪘으니 그만 먹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만약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과 밥을 먹을 때라면 어땠을까?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대화를 나누었을 터이다. 누군가에게 감사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 있어야 가능한 게 아니다. 내 마음의 초점을 불만에서 감사로 옮겨보자. 그리고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 그것을 표현해 보자. 감사하는 시기가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감사를 표현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면 감사의 달인 5월을 활용해 보자.

오늘 저녁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감사의 말 한마디가 나와 내 가족을 건강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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