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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도청도설] 페스티벌 디렉터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3-05-25 19:52:38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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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영화제에서 집행위원장을 페스티벌 디렉터(festival director)라고 한다. ‘감독’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를 찾아보면 농구 감독은 헤드코치(head coach), 야구 감독과 축구 감독은 매니저(manager)로 주로 표현함을 알 수 있다. 영문판 위키피디아에 필 잭슨은 전 시카고 불스 헤드코치, 거스 히딩크는 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매니저,그리고 토미 라소다는 전 LA 다저스 매니저로 소개돼 있다. 영화감독은 디렉터(director)라고 표현 한다. 한국에서는 이를 모두 감독으로 통칭한다.

한국어에서는 똑같은 감독인데 본고장 언어인 영어에서는 왜 조금씩 다를까 궁리도 해봤지만, 속시원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뉘앙스 차이는 분명 있다. 헤드코치는 농구처럼 상대적으로 좁은 코트에서 ‘여러 코치 가운데 우두머리’로서 활발하게 경기에 개입하는 모습에 왠지 어울린다. 큰 공간을 쓰는 야구와 축구에서 매니저는 큰 그림을 그리는 관리 총책 이미지가 느껴진다. 그럼 디렉터는?

영화감독 하면 떠오르는 보통의 이미지가 있다. 간단히 말하면 세밀한 예술의 측면부터 거대한 흥행 요소까지 두루 모두 안고 가는 책임자이다. 질과 양 모든 면에서 성격이 다른 수많은 요소를 조합해 관장(manage)하고 개입(coach)하고 실행(play)하는 독특한 존재감이 있다. 이런 특징은 영화제(film festival)로도 그대로 옮아간 듯하다.

영화제 또한 수많은 요소가 모이고 부딪히고 어우러진다. 부산국제영화제(BIFF)처럼 큰 필름 페스티벌은 서로 거의 ‘모순’되는 목표가 행사 기간인 열흘 동안 어우러져 장을 펼치는 느낌을 받을 지경이다. 예술성(이걸 높이면 대중성을 올리는 데는 한계가 생긴다) 대중성(이걸 신경 쓰면 예술성과 종종 부딪힌다)에 장터(마켓을 열고 거래를 성사시켜야 한다)까지 짊어져야 한다. 지역문화 관점의 비중도 중요하다.

이런 점을 두루 미루어볼 때 전 세계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페스티벌 디렉터로 호칭하는 게 이해는 된다. 영화제 현장을 취재해 보면, 페스티벌 디렉터에게는 실제로 막중한 책임과 높은 명예, 존중과 권한이 주어진다. 최근 내홍 사태를 겪은 BIFF가 지난 24일 임시 이사회의 결정으로 일정한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쇄신 발판을 놓는 것은 지금부터다. 서로 돌아보고 양보하며 지혜롭게 쇄신 방향으로 나아가, 후대에도 줄곧 부산 시민이 자랑하는 페스티벌 디렉터들이 나올 수 있게 해주기 바란다.

조봉권 부국장 겸 문화라이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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