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학창 시절 4번의 창업과 2번의 인수합병 경험을 기반으로 2013년부터 벤처·스타트업을 보육, 투자하는 전문 액셀러레이팅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투자자로 살면서 창업자를 바라보면 잘될 것 같다고 생각한 기업이 잘 안되기도 하고, 잘 안될 것 같아 투자를 거절한 기업이 아주 잘 되는 경우를 경험하기도 하면서 투자자로서의 역량은 나에게 없는 것인가 하는 좌절감도 수없이 맛보았다. 하지만 2500여 개의 다양한 성장단계 기업을 만나서 보육하고 검토하면서 4가지 기준을 세우게 되었다.
4가지 기준은 투자자를 만나서 투자유치를 하고 싶은 기업이라면 꼭 가져야 할 DNA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값비싼 대가를 치른 필자의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DNA 4가지는 ▷비즈니스모델(BM) ▷기술(TECH) ▷조직(TEAM) ▷자금계획(FINANCE)에 대한 것이다. 4가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기업은 없다. 그러나 4가지에 대한 해석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 번째 DNA는 아이템과 비즈니스모델(BM)을 구분하는 시각이다. 여기 각각 3500원, 2000원 과일 주스를 판매하는 기업 A, B가 있다. 어떤 것을 사먹겠느냐고 물어보면 고객은 두 그룹으로 나뉠 것이다. 이 두 그룹은 각각 다른 시장이다. ‘건강’이라는 가치에 과금을 하는 고객을 사업 초기에 충분히 확보했다면, 그다음 시장 확장은 ‘건강’한 샐러드 박스일 수 있고, ‘갈증’이라는 가치에 2000원 이상의 과금을 할 생각이 없는 고객을 확보했다면 그다음은 이온음료 시장으로의 진입일 수 있는 것이다.
아이템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면, 3500원, 2000원 둘 다 과일 주스 레시피의 확장, 즉 제품의 확장으로 이어져 둘은 경쟁 관계가 될 수 있었다. 고객의 어떤 가치에 집중해서, 어떤 시장으로 다각화할 것이냐의 문제가 바로 비즈니스모델적인 성장인 것이다.
두 번째 DNA는 기술의 개발과 탑재의 목적을 성장 단계별로 구분하는 시각이다. 기업이 보유한 기술에 대해서는 투자자가 창업자보다 더 잘 알 수 없다. 하지만, 완벽한 기술 체계를 갖추고 시장에 나오려는 창업자에게 투자자가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은 것은, 시장의 변화 속도를 놓친 기술개발이 될까 우려스러운 것이다. B2C 기업의 초기 기술개발은 사용자 경험을 높이는 데 있을 것이고, B2B라면 클라이언트 기업의 비용혁신을 높이는 데 있을 것이다. 각각의 목적에 맞는 기술개발인지, 시장의 변화 속도를 놓치는 기술개발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세 번째 DNA는 우리의 조직구성(TEAM)이 우수한 인재의 이탈을 예방하고, 소통 지향적인지에 대한 시각이다. 인구 5000만 명의 대한민국에서 우수한 인재의 수는 한정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장 단계의 기업들은 투자금의 큰 부분을 인재 유치에 사용한다.
힘들게 유치한 인재가 일을 못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회사의 업무체계가 그들의 일하는 방식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MZ세대의 스마트한 친구들은 처음부터 디지털에 익숙한 채 태어났다. 디지털 업무체계를 갖추고, 그들이 일하고 싶은 방식을 적극 반영한 사내 디지털 업무체계를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네 번째 DNA는 자금이 말라가는 시점(런웨이·Runway)을 미리 계획해 통합자금을 세우는 철저한 계획성이다. 정부의 단계별 지원으로 견인할 수 있는 자금 사용처는 제한적이다.
예를 들면, 신규 인력 인건비로의 사용은 가능하지만 기존 인력의 인건비 사용으로는 사용 불허하는 것이 일례인데, 이때 투자 혹은 보증 대출의 성격을 가진 자금이 유입돼야 한다. 무조건 투자금을 최대한 많이 유치해 모든 자금난을 해결하겠다고 하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그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만큼 회사의 주식 가치가 그렇게 크지 않을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 4가지의 DNA, 즉 세상과 내 사업을 바라보는 해석 시각의 기준을 가진 기업 혹은 창업자를 투자자는 만나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