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떠오르는 속담이 하나 있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아니 앓는다’. 여름철에 감기를 앓는 사람을 조롱하는 말이다. 날씨가 더워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여름에 감기 드는 사람의 됨됨이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개도 조심해야 할 정도로 추운 계절에 앓는 감기보다 고약하다는 의미도 있다.
감기는 일반적으로 독감을 포함한 상기도(코, 인두, 기관 등)의 감염성 염증 질환을 총괄해 지칭한다. 병리학적으로는 감기와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종류와 그 증세에는 차이가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 질환인 독감은 감기보다 더 치명적이다. 짧은 시간에 넓은 지역에서 유행하게 된다면 젊은 사람도 사망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독감은 주로 겨울에 발생한다. 그래서 ‘계절성 독감’이라고도 한다.
최근 독감 유행이 방역 당국의 통계 작성 이후 가장 거세다는 소식이다. 질병관리청은 전국 196곳의 의료기관을 찾는 외래환자 1000명당 ‘38도 이상 발열’과 인후통, 기침 등 독감 의심 증세를 보이는 환자 비율(독감 의사환자 분율)을 집계해 유행 규모를 파악한다. 5월 셋째 주(14~20일) ‘독감 의사환자 분율’은 25.7명이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같은 시점 기준으로 가장 높다. 매년 이 시점 ‘독감 의사환자 분율’은 5명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동안 가장 높은 수치로 기록됐던 11.8명(2019년 5월 12~18일)보다 배 이상이다.
통상 우리나라에서 독감 유행은 각급 학교 개학 직후인 3, 4월에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올해는 여름을 앞둔 5월 말까지도 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조치 해제가 독감 환자 증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거리두기 등으로 독감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아 사람들의 ‘자연 면역’이 떨어진 상태에서 방역수칙 해제로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독감 유행은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지난 3월 넷째 주(19~25일)를 기점으로 급증세로 돌아섰다.
본격적인 여름 시즌으로 접어드는 6월 1일부터는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의무가 해제되고, 동네의원과 약국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독감 환자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여름 독감’이라는 말이 유행하지 않도록 누구나 건강 관리에 신경 쓸 일이다. 여름과 겨울 가릴 것 없이 개인위생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