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최태호의 와인 한 잔] 내게서 멀어지는 것들

최태호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 최태호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  |   입력 : 2023-06-04 19:47:22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포도밭의 토양을 와인 한 잔으로 느낄 수 있을까? 식물은 생장에 적합한 환경의 범위를 벗어나도 생존할 수 있지만 최상의 풍미는 가장 적합한 토양에서 자랄 경우만 얻을 수 있다. 포도나무의 뿌리는 토양으로부터 수분과 미네랄을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척박한 토양에서 자라는 포도나무는 수분과 미네랄을 얻기 위해 뿌리를 깊게 내린다. 인생도 힘겨울수록 값진 보람을 안겨 주는 법이다. 하지만 토양이 너무 메마르면 수분 결핍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성장이 정체되고 관개해주지 않으면 포도의 풍미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한다. 인생도 아픔만큼 행복한 구석이 있어야 살아갈 만하다.
이탈리아 부루넬로디몬탈치노 와인 중 유일하게 그리스방식으로 포도를 재배하는 티에치 와이너리.
이탈리아는 세계 최고의 와인생산 대국으로 과거 에노테리아라는 명칭에 걸맞게 오랜 역사를 가진 와인의 땅이다. 전 국토에서 와인이 생산되는 유일한 와인 생산국가로 수천 종의 토착 품종이 서로 다른 기후와 토양에 따라 다양한 와인으로 만들어진다. 이러한 다양성 때문에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와인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고의 바롤로 생산자 로베르토 콘테르노의 말처럼 이탈리아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고 평균적으로 질 높은 와인을 생산하는 나라다. 그들에게 가장 큰 일상의 즐거움은 와인을 마시며 요리에 관해 끝없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라고 한다. 이탈리아 와인을 마시며 그들을 이해하고 이탈리아의 음식과 문화를 통해 그들의 와인을 이해할 수 있다.

이탈리아 와인의 중심 토스카나는 수많은 역사와 다양성, 백과사전이 될 만큼 많은 위대한 와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을 지배하는 품종은 단 두 가지, 트레비아노와 산지오베제다. 산지오베제가 세계적으로 뛰어난 레드와인 품종 중 하나가 된 것과 달리 트레비아노는 여전히 많이 알려지지 않은 품종이다. 생산성이 좋으며 질병에 강하고 자연적인 산도가 높아 갈증을 해소하는 상쾌함을 가지고 있지만 한때 가벼운 화이트와인을 대량 생산했던 과거로 인해 피렌체의 트라토리아에서 편하게 마시는 와인이 되었다. 트레비아노의 정통성을 자랑으로 삼을 만한 와인으로 빈산토가 있다. 와인과 위스키의 중간쯤 되며 아몬드와 캐러멜 향이 나는 스위트와인으로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와인이다. 하지만 빈산토에서 트레비아노는 말바시아를 받쳐주는 산도 높은 품종으로 귀결된다. 홀로 빛나는 와인은 아니지만 다른 품종과 브랜딩되면서 다양하게 변신하는 와인. 여전히 2인자로 존재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자리를 묵묵히 지켜내고 있다.

우리는 새 지식·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처음 마음이나 다짐을 잊어버린다. 소중함을 알아채지 못하다가 없으면 가치를 깨닫는다. 절대로 놓지 않기로 다짐했던 감정이 과거를 벗어나면 모든 기억들은 거짓이 된다.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최근 감상한 영화 ‘다가오는 것들’은 다가오고 멀어지는 것들의 교차점에 선 한 여성의 이야기를 지적이면서 담담하게 그려낸다. 누구나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마주하는 상실을 경험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잃어야 모든 것을 상실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게서 멀어져 가는 것들 속에서 다가오는 것들의 세월, 그것이 굳이 행복이 아니어도 좋다. 일상 속에서 밀고 올라오는 것과 밀려가는 것의 잔향을 담담하게 느끼는 삶도 괜찮다. 온전히 자기 자신만의 다짐으로 마음을 돌려먹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달라질 것 없는 삶으로 변해버린다. 내게서 멀어지는 것들 때문에 아파하지 말자. 익숙함에서 멀어지는 것이 낯설지만 다가오는 것들에 대한 설렘을 즐겨보자.

더위를 잊게 해줄 프로세코 한잔이 그립다. 너무 많은 생각으로 머리를 썩이고 싶지 않을 때 제격인 와인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3. 3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4. 4전재수 부산시장 “목숨 걸고 북항 돔구장 공모 준비”
  5. 5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6. 6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7. 7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8. 8“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9. 9경남도, 2027년 농어촌 기본소득 공모에 산청군만 추천
  10. 10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1. 1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2. 2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3. 31호기 명단 유출 파일 'MOFA(외교부) 형식, 유출 경위 파악에 주력
  4. 4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5. 5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6. 6친청 “공개사과하라”·김 “자정 노력”…민주 신천지 수습 난항
  7. 7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8. 8국회의원 치적 ‘또’ 홍보한 김형찬 전 강서구청장 기소
  9. 9美 중간선거 시작, 우주서도 투표는 계속된다
  10. 10與주도로 조작기소 특검법안 법사위 상정…국힘 반발·퇴장
  1. 1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2. 2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3. 3"가덕도신공항 올해 예산집행률 고작 0.03%…정상화 시급"
  4. 4“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5. 5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6. 6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7. 7[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8. 8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김장재료 공급 차질 없도록 할 터”
  9. 9‘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10. 10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1. 1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2. 2전재수 부산시장 “목숨 걸고 북항 돔구장 공모 준비”
  3. 3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4. 4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5. 5경남도, 2027년 농어촌 기본소득 공모에 산청군만 추천
  6. 6“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7. 7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8. 8부산 양정동 한 대학 창고서 불…인명피해 없어
  9. 9수백 개 대포통장으로 2700억 원대 불법자금 세탁 일당 무더기 검거
  10. 10수능 ‘AI 안경 커닝’ 막는다지만…전문 탐지기 없어 실효성 의문(종합)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4. 4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5. 5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6. 6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7. 7[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8. 8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선출 권력 통제
등골 프로텍터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건강 불평등 해소한다더니…취약지역 외면한 의료버스
AI 악용 부정행위, 수능 공정성 지킬 대책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