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메디칼럼] 사람은 사람에게 기대어 핀다

한일용 부산백병원 흉부외과 교수

  • 한일용 부산백병원 흉부외과 교수
  •  |   입력 : 2023-06-05 19:40:49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도로를 따라 금계국이 노란 카펫을 만들었다. 하얀 찔레꽃, 연분홍색 작약도 활짝 피었다. 골목 모퉁이의 이름 모를 들꽃까지 모두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는 계절이다. 여러 꽃 중에서 특히 장미가 눈에 들어온다. 재잘재잘 즐거운 초등학교 등굣길을 따라서도, 어느 집 담벼락에도, 아파트를 둘러친 울타리에도 장미가 군집을 이루어 새빨갛게 피어 있다. 고운 자태로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아 저절로 발걸음이 멎는다.
장미는 한자로 薔(장미 장) 薇(장미 미)를 쓴다. 중국 명나라 시대에 편찬한 ‘본초강목(本草綱目)’이라는 의서에는 ‘이 식물은 줄기가 부드럽고 쓰러져서 담장에 기대어 자라기 때문에 장미(牆蘼)라고 일컫는다’고 적혀 있다. 즉, ‘쉽게 쓰러질 수 있어 담장에 기대어 피는 꽃’이란 의미다. 날카로운 가시로 무장했지만 탐스럽고 우아한 겹꽃봉오리를 받치기엔 장미의 줄기가 너무 가늘고 약하다. 담장에 기대지 못한 장미꽃들은 이내 고개를 떨구고 땅을 바라본다. 장미 가시에 찔려 패혈증으로 죽었다는 시인 릴케(Rilke)는 장미를 ‘순수한 모순’이라고 표현했다. 정열적인 꽃잎과 날카로운 가시, 크고 탐스러운 꽃봉오리와 가늘고 연약한 줄기를 떠올리면 정말 적합한 묘사이지 않은가?

사람도 서로 기댄다. 사람을 뜻하는 인(人)도 사람의 옆모습(?)을 나타낸 상형문자에서 발달했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혹자는 두 사람(혹은 두 막대기)이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으로 ‘사람은 서로 의지하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서 해석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부모 가족 스승 친구 등 수많은 담에 의지했기에 ‘나’라는 꽃이 필 수 있었고, 이제는 반대로 나를 기대는 누군가에게 작은 담장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나의 담장에서 누군가의 꽃이 핀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의사와 간호사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다. ‘의료’라는 공통 목적을 위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함께 걸어간다. 때때로 의사들은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그들과 함께 보내고, 더 많은 대화를 나눈다. 가족끼리도 서로 갈등이 생겨 다툼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서로 신뢰하며 이해하려는 노력과 대화로 대부분의 갈등은 해결된다.

현재 간호법을 놓고 의사-간호사로 대립되는 양상이 안타깝다. 찬성하는 측도, 반대하는 측도 모두 주장하는 것은 대한민국 의료의 발전과 국민의 건강증진이다. 같은 목적을 위한 다른 시각, 다른 방법을 놓고 서로 격렬한 토론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각각 여야 정당을 등에 업은 채로 정치다툼 세력싸움으로 변절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의사협회 간호사협회의 대표들이 서로의 주장을 위해 제각각 단식을 하는 모습에는 그 타당성 판단보다 먼저 실소(失笑)가 난다. 의료계 미래 자원인 간호대 의대 학생들마저 거리에 앉아있는 모습은 의료계 기성세대를 부끄럽게 만든다.

의료의 체계는 단순하지 않다. 여러 분야의 이해득실과도 맞물려 한 부분을 바로잡으려면 또 다른 문제가 드러난다.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 기대어 유기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아야 온전한 의료의 모습을 갖춘다. 이번 간호법 말고도 앞으로도 의료계가 부딪히고 해결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그때마다 서로의 주장을 거리 시위와 단식으로 내세울 것인가? 어느 한 편이 승리하면 반대편이 또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는 국민은 불안하다.

시급하고 당면한 의료계의 많은 문제에 대해 진정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대화와 치열한 토론을 거쳐 ‘개선된 정책’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일까? 상생의 정치로 정책을 만들고 일하는 국회가 아니라 서로를 비난해 그 반사이익을 얻는 작금의 정당정치 형태를 개탄한 어느 국회의원의 참회 섞인 호소가 새삼 떠오른다. 사람은 사람에게 기대야 필 수 있는 장미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3. 3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4. 4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5. 5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6. 6[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7. 7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8. 8“美·이란, 호르무즈 재개방 위한 단계적 합의 모색”
  9. 9시진핑 "美 동물원에 '우호의 사절' 판다 두 마리 보낼 것"
  10. 10장동혁 “한동훈 ‘당원게시판’ 사건 수사 중…복당 언급 부적절”
  1. 1[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2. 2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3. 3[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4. 4장동혁 “한동훈 ‘당원게시판’ 사건 수사 중…복당 언급 부적절”
  5. 5청와대 ‘검찰개혁 국민 속였다’ 유시민에 법적 대응 검토
  6. 6우크라이나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 이미 한국 입국해
  7. 7[정가 인&아웃] 울산 남갑서 당권파 - 친한계 격돌하나
  8. 8“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9. 9[속보] 정부, 젤렌스키 ‘북한군 포로 한국행’ 발언 사실상 확인
  10. 10국힘 유용원 “北포로 송환, 정부 노고 감사…젤렌스키 통해 알려진 건 아쉬워”
  1. 1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2. 2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3. 3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4. 4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5. 5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6. 6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7. 7[한 손 뉴스] 국산 전투기로 영공 수호…KF-21 공군 1호기 배치
  8. 8바리스타 심사위원이 만든 스페셜티
  9. 9홍지선호 국토부 출범 “公기관 2차이전 속도”(종합)
  10. 10빚에 허덕이는 20·30세대…올해 '개인회생 신청' 3만명 육박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3. 3'부캉이' 북항 놀러 왔다가 덜컥 정착?…부산 명예홍보대사 도전
  4. 4대구도 ‘돔 유치’ 참전…부산 부지·재원 서둘러야 국비 선점
  5. 5장기체류 ‘부캉이’ 연휴 뒤 외해로 유도할 듯(종합)
  6. 6수해 상처 여전한 거제, 전국서 ‘한가위 온정’
  7. 7곳간 적자 사하구, 감천마을축제 예산은 더 늘려
  8. 8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9. 9밀양 분만 의료공백 현실화…산모들 부산·창원 원정
  10. 10가게 이름 ‘시진핑’이라서?…한밤중 괴한에 ‘페인트 테러’ 당한 중식당
  1. 13경기 1실점 철벽 마운드 韓, 조1위 슈퍼라운드행
  2. 2父 여홍철과 어깨 나란히…여서정, 8년 만에 도마 금메달
  3. 3여서정·안세영·우상혁…‘금빛낭보’ 기대
  4. 42전 전승 한국축구, 조 선두로 8강 진출
  5. 5송세라, 항저우 한 풀었다…AG 첫 ‘금빛찌르기’
  6. 6[속보]한국 카누, 아시안게임 남자 카약 4인승 500m 금메달
  7. 7부상 악재 이정후, 사실상 시즌 아웃
  8. 8육상 8년 만의 금빛 질주 기대…육상 29일까지 ‘골든데이’
  9. 9셔틀콕 女단체 4강행…배드민턴 女단체전 2연패 시동
  10. 10프로농구 시범경기 24일 점프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인간만의 영역 ‘관광과 과학’의 결합
국제칼럼 [전체보기]
추석 밥상에 오를 이재명 정부의 성적표
그때 부끄러움을 알았더라면
기고 [전체보기]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복합재난에 강한 도시의 조건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작자 미상
범숙학교의 기적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아이의 근시, 안경만 쓰면 끝?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구체적 로드맵부터 마련하라
동남권 건강지표 ‘빨간불’…촘촘한 의료 안전망 구축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니트 세대와 한국 노동시장의 불편한 현실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공정함이 만드는 브랜드 가치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