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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당신이 부산에서 다치면 안 되는 이유

한성호 동아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한성호 동아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   입력 : 2023-06-05 19:33:17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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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일요일 오후 대구에서 10대 여학생이 4층 건물에서 추락했다. 대구시 주요 병원을 구급차로 2시간 넘게 떠돌던 이 학생은 받아주는 응급실이 없어 결국 사망했다. A 병원은 신경외과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B 병원은 병상이 없고 다른 외상환자를 진료하고 있다며 환자를 받지 않았다. C 병원은 다른 외상 환자가 닥터 헬기로 오는 중이어서, D 병원은 다른 심폐소생술 중이고 외상 환자들이 여러 명 대기 중이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모두 8곳 병원에서 환자를 받아주지 않아 꽃 같은 소녀 생명은 그렇게 스러졌다. 큰 병원이 밀접한 대도시 가운데 하나인 대구에서 일어난, 믿기지 않을 사건이다.

보건복지부는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당시 환자를 받아주지 않은 병원 8곳 중 4곳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내리는 한편 전국 응급실에 환자 이송 거절 기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제 이런 안타까운 사건은 다시 재발하지 않을까? 우리 부산은?

하지만 이 사건엔 불편한 진실들이 숨어있다. 만약 다발성 외상환자가 응급실로 이송된다면 응급처치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 벌어질 상황에 대한 모든 준비가 필요하다.

높은 곳에서 추락한 경우 각종 상해에 대한 전문과인 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안과 등 다양한 전문의들의 응급처치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전공의들의 싼 인력과 때우기식 진료로 주말과 야간 진료를 채우던 대한민국 대부분 대형병원은 전공의 근무시간을 주 80시간으로 제한한 ‘전공의특별법’ 이후 그 공백을 교수나 전임의(펠로우)들 당직으로 겨우 채우고 있는 형편이다. 입원 또는 응급실 근무만 전담하는 전문의를 채용하려고 해도 지원하는 사람이 없다. 결국 진료과목 별로 대부분 1, 2명 전문의로 야간당직이 이뤄지고 특히 주말의 경우 당직의사는 더 적을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에서 만약 이미 환자를 수술하고 있어 바로 응급수술이 이어질 수 없다면 어떻게 다발성 외상환자를 받을 수 있을까?

상대적으로 큰 소아나 청소년 당뇨환자를 주로 진료했던 소아 내분비과 교수는, 첫 응급실 당직 때 신생아를 20년 만에 진료하면서 너무 큰 자괴감이 들었다고 한다. 결국 이분은 대학병원을 떠났다. 갑상선 수술이 전공인 저명한 외과교수도, 돌아오는 당직 순서 때마다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응급환자만 오기만을 간절히 기도한다.

환자 생명과 연관된 이른바 ‘필수 의료’를 담당하는 의사 자체가 줄고 있는 부산 의료 상황은 더 열악하다. 결국 당직이나 중환자에 대한 업무 부담이 적은 중소병원으로 옮기거나 조금 더 나은 환경인 서울과 수도권으로 의사들이 유출되고 있다. 오는 2028년까지 수도권 8개 대학병원에서 10개의 분원을 또 만든다고 한다. 지역의료 인력을 깔때기처럼 빨아들여 가뜩이나 심각한 인력난에 빠진 지역 병의원 생존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지역에서 의대 교수로 모시려 해도 이제는 지원하려는 전문의가 없다.

누군가는 이야기한다. 의료인의 고귀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어디 갔느냐고? 공공의대나 정원을 늘리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부산지역 청년 실업자가 넘쳐도 중소 제조 기업으로 취직하지 않듯 의사 수가 아무리 늘어도 열악한 조건에 중증 환자 부담이 큰 전문과목은 더 이상 선택되지 않는다. 더구나 정부는 병원마다 요일별로 돌아가며 특정 질환에 대한 당직 의사를 공유하는 병원 간 순환 당직제도까지 시행하려 한다. 그런 힘든 과를 앞으로 누가 지원하게 될까?

우스개 같지만 오래전 한 영화에 나오는 대사가 생각난다. 나도 가고 싶지 않은 그 ‘하와이’는 누구도 가려 하지 않는다. 제발 ‘니가 가라, 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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