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BIFF를 우습게 만든 사람들

보수정부가 씌운 좌파 색깔론…정권교체 후 입신·출세 발판돼

부산문화 깨운 초심 어디 가고 견제 없는 그들만의 리그 변질

  •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  |   입력 : 2023-06-05 19:31:25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996년 출범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최대 위기’라 규정하는 덴 이유가 있다. 과거에도 몇 차례 부침이 있었으나 그건 외풍 탓이라 변명이라도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안에서부터 곪아 터졌다. 이용관 BIFF 이사장은 엄연히 간판격인 집행위원장이 있는데도 직제에 없는 운영위원장직을 별도 신설해 최측근을 임명하고, 집행위원장이 반발해 사퇴하는 과정에선 성추문 의혹마저 불거졌다. 최근 한달간 벌어진 일련의 사태 근원에는 7년 전 영화제의 완전한 민간 이양 이후 비대해진 이사장의 권한, 그로 인한 인사 전횡, 내외부 견제 부재가 깔려 있다. 올 영화제는 사상 처음으로 집행위원장 없이 대행체제로 치를 판이다. 지금 BIFF는 27년 전 문화 불모지 부산에서 기적처럼 태어나 시민이 키운 그 BIFF가 결코 아니다.

BIFF 잔혹사의 씨앗은 정부와 부산시의 어줍잖은 간섭, 그를 빌미삼아 자신들의 비위는 깔아뭉갠 영화제 인사들의 자정능력 부재라는 토양 위에 뿌려졌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BIFF가 뜬금없이 좌파 영화제로 몰리기 시작했다. 당시 영화제 창립 멤버이자 수석프로그래머였던 고 김지석은 마침 사무실을 찾은 기자에게 “BIFF가 좌파 영화제입니까”라며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전두환 노태우 정부 행정관료 출신인 김동호가 집행위원장이고, 여당인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소속 부산시장이 조직위원장인 영화제를 좌파라니 기자도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뉴라이트 계열 단체와 일부 보수 원로 영화인 쪽에서 “BIFF 관계자가 반정부 시국선언을 주도했다” “영화영상기관의 부산 이전은 노사모와 BIFF 합작품이다” 등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을 끈질기게 제기했다. 그 여파로 김동호 위원장이 결국 물러났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 2년차인 2014년 ‘다이빙벨 사태’가 또 터졌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이 다큐멘터리는 당시 이용관 집행위원장 체제였던 영화제와 부산시가 상영 여부를 놓고 격렬하게 부딪히는 틈에 작품성을 뛰어넘는 유명세를 탔다. ‘다이빙벨 사태’는 이용관 사퇴와 영화제 민간 이양으로 봉합되긴 했지만 여진은 한동안 이어졌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일대기를 다룬 ‘문재인입니다’를 지원하고 튼다 해도 정치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상영을 막는 사람은 없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지각 있는 관객과 흐르는 시간 몫이다. 그런데도 과거 정부와 부산시는 다큐 한편으로 온국민이 호도될 것처럼 호들갑 떨면서 BIFF에 좌파라는 정치색을 입혔다. 정권이 바뀌자 이 정치색이 영화제 집행부를 감싸는 보호색이 됐다.

기업과 협찬금 중개계약을 허위로 맺고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은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범법 행위다. 그러나 이용관 전 위원장은 영화제에서 해촉된 지 2년, 대법원에서 벌금 500만 원 확정 판결을 받은 지 불과 일주일만에 이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때 일이다. BIFF 정관상 임기 중 회계 부정을 저지른 사람은 이사나 집행위원에서 해임된다. 그러나 그가 현직이 아니어서 이 규정은 적용되지 않고 신규 위촉은 별다른 제한이 없어 법원 판결이 결격 사유가 안 된다는 게 당시 임시총회의 해석이었다. “죄는 죄다”는 일부 영화인 목소리는 이용관의 명예회복을 촉구하는 외침에 묻혀버렸다. 그때 이용관 구명에 앞장섰던 사람이 현재의 신임 운영위원장이고, 이용관 복귀가 영화제 정상화의 상징이라던 사람이 이번에 공석이 된 집행위원장 대행을 맡은 수석프로그래머다. 이들과 보조를 맞췄던 영화단체들도 현 이사회와 집행위원회에 다수 참여하고 있다.

BIFF가 삐딱하거나 반체제적 작품을 상영했다면 그건 영화라는 장르 고유 특성이지 영화제의 성향 탓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보수 정권과 부산시는 성급하고 편협한 자신들의 잣대를 들이댔다. 덕분에 영화제 수뇌부 몇몇은 영화 관련 기관 요직을 두루 거치는 경력을 쌓았고, 기사회생한 이용관 이사장은 실질적인 행적과 상관 없이 예술의 독립을 지킨 투사가 됐다. 보수 세력이 덧씌운 비상식적인 색깔론이 정권 교체 후 누군가의 입신 보증서가 되고 도덕적 해이에 대한 면죄부가 된 것이다.

관이 손을 뗀 BIFF는 한 해 예산 150억 원 안팎을 굴리는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 이사장이 밀어붙인 운영위원장을 사실상 추인해주는 바람에 이 난리를 촉발한 이사회는 사과는커녕 해결사를 자처하면서 혁신위원회 구성안을 들고 나왔다. 감시도 견제도 없는 조직의 민낯이란 게 이렇다. 영화제를 반석에 올리기까지 이용관 이사장의 헌신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아닌 그에게 이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수습후 사퇴’가 아닌 ‘사퇴가 수습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가?

강필희 논설위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민락수변공원 금주 지정 후폭풍… 회센터 편의점 사라졌다
  2. 2[영상] '부산다운' 건축물? 부산다운 게 뭘까
  3. 3부산 온천천 실종 50대 여성 숨진 채로 발견돼
  4. 4해운대구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일가족 3명 사상
  5. 52차 방류 후쿠시마 오염수서 방사성 핵종 검출…민주 "우리 정부 입장 표명 없어" 질타
  6. 6양산시 사송IC, 설치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 잠정합의
  7. 7(종합)이재명 단식 중단…26일 영장심사 출석, 당 내홍 진화 등 과제 '산적'
  8. 8기름값 고공행진…휘발유·경유 가격 11주 연속 상승
  9. 9[속보]이재명, 단식 24일차에 중단
  10. 10러시아, 내년 국방비 대폭 인상... 전쟁 이전 대비 3배 수준
  1. 12차 방류 후쿠시마 오염수서 방사성 핵종 검출…민주 "우리 정부 입장 표명 없어" 질타
  2. 2(종합)이재명 단식 중단…26일 영장심사 출석, 당 내홍 진화 등 과제 '산적'
  3. 3[속보]이재명, 단식 24일차에 중단
  4. 4한 총리 "성숙한 한중관계 기대" 시진핑 "떼려야 뗄 수없는 동반자"
  5. 5한 총리 부산엑스포 지지 요청에 시진핑 "진지하게 검토"
  6. 6한 총리, 오늘 오후 시진핑 주석과 한중회담
  7. 7한·미·일 외교장관 "북러 군사협력 논의에 우려, 단호한 대응할 것"
  8. 8사상 초유 야당 대표 체포동의안 통과 '후폭풍'
  9. 9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후폭풍…지도부 사퇴, 비명-친명 갈등↑
  10. 10조정훈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민주당엔 어마어마한 기회… 국힘엔 위기"
  1. 1기름값 고공행진…휘발유·경유 가격 11주 연속 상승
  2. 2취업자 2명 중 1명 '36시간 미만' 단기직…"고용 질 악화"
  3. 3'중국 견제' 美 반도체법 가드레일 확정…韓 기대·우려 교차
  4. 4제1086회 로또 1등 17명…각 15억 1591만 원
  5. 5부산신항 배후단지 불법 전대 끊이지 않아, 결국
  6. 6청년인턴 6개월 이상 채용한 공공기관에 인센티브 준다
  7. 7편의점서 마트서 추석 한 상 다 차렸네
  8. 8후쿠시마 등의 수산물 가공품, 최근 3개월간 15t 이상 수입
  9. 9[차호중의 재테크 칼럼]부자들의 주식투자법
  10. 10정부, 기후위기 대응 예산도 '칼질'…계획 대비 2조7000억↓
  1. 1민락수변공원 금주 지정 후폭풍… 회센터 편의점 사라졌다
  2. 2[영상] '부산다운' 건축물? 부산다운 게 뭘까
  3. 3부산 온천천 실종 50대 여성 숨진 채로 발견돼
  4. 4해운대구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일가족 3명 사상
  5. 5양산시 사송IC, 설치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 잠정합의
  6. 623일 부산, 울산 경남 대체로 맑겠으나 일교차 주의 필요
  7. 7캄보디아 교직원, 부산 대진전자통신고 찾아 정보화 연수
  8. 8청동초 참사 얼마 됐다고…또 민원에 밀려난 통학로 안전
  9. 9온천천 실종사고, 평소보다도 통제 인력 투입 늦었다…재난 대응도 제각각
  10. 10서면 돌려차기男 징역 20년 확정(종합)
  1. 1첫판 충격의 패배 ‘보약’ 삼아 캄보디아 꺾고 12강
  2. 2‘47억 명 스포츠 축제’ 항저우 아시안게임 23일 개막
  3. 3세대교체 한국 야구, WBC 참사딛고 4연속 금 도전
  4. 4부산시-KCC이지스 프로농구단 25일 연고지 협약식
  5. 5김민재, UCL 무대서 뮌헨 승리를 지키다
  6. 6한국 양궁 역대AG서 금메달 42개
  7. 7수영 3관왕 노리는 황선우, 中 라이징 스타 판잔러와 대결
  8. 8근대5종 대회 첫 金 조준…남자축구 3연패 낭보 기대
  9. 9롯데 “즉시 전력감보다 잠재력 뛰어난 신인 뽑았다”
  10. 10거침없는 부산, 1부 직행 가시권
우리은행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싱가포르다움’을 위한 그들의 선택
우리는 제1부두를 맘대로 할 자격이 없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현대 과학기술이 위험한 근본적 이유
기고 [전체보기]
안전한 세상에서 아동은 꿈을 펼칠 수 있습니다
메가이벤트는 재정정치게임? 지역의 희망?
기자수첩 [전체보기]
교권회복 시킨다더니…교육부, 교사 집단연가에 으름장
‘고삐 풀린’ 부산 분양가 괜찮나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꼰대세상
파격적 세대교체를 소망한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달’ 대신 ‘손가락’만 보세요
세계는 지금, 반도체 전쟁 중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양말 뒤집어 신기
‘학생의 날’이 있다면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자연과 인간을 잇는 원초적 매개체
무대 밖으로 뛰쳐나온 예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이젠 팬이 원하는 감독을 보고 싶다
부산형 특구 성공 조건은 ‘앵커기업’ 유치
도청도설 [전체보기]
‘에코델타동(洞)’ 논란
21세기 ‘러다이트’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시즈오카의 녹차 젤라또
대구 뭉티기
사설 [전체보기]
출구 없는 여야 대결의 정치가 빚은 헌정사 오점
공감과 실천 필요한 ‘부산 건축·도시디자인 혁신안’
세상읽기 [전체보기]
출산정책 헛다리 그만 짚고 고용안전성 높여라
천고마비 계절에는 마음의 허기 채우자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와 의료민영화
간호법 제정안과 지역사회 보건의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해인의 서랍에서
친구에게 추천하는 두 권의 책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독일을 보면서 곱씹어보는 교훈
골짜기 세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사적 공간의 미학
중세 고려의 여름, 휴가와 K-잔치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야만의 과학
밥의 길, 쌀의 미래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베로나 아레나 오페라 페스티벌
글로컬대학 30, 성공은 총장 리더십에 달렸다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잼버리 파행을 부산엑스포 전화위복으로!
민주당이 ‘노무현 정신’을 되살리려면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화해의 와인
와인, 스토리텔링
특별기고 [전체보기]
수산업 몰락 재촉하는 후쿠시마 방사능 선동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가 비과학적인 이유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12음기법
바이로이트 음악축제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화가 장욱진이 온다
황창배의 ‘곡고댁(哭高宅)’
CEO 칼럼 [전체보기]
세계박람회와 벡스코 제3전시장
우리가 몰랐던 지역의 잠재력과 성장성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