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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전당포 찾는 2030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3-06-07 19:30:02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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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어째 없을까?” 아내는 전당포에 맡길 모본단 저고리를 찾다가 망연자실한다. 이미 전당포에 맡겨버린 옷이라 집에 있을 리 없는데도 기억을 하지 못한 탓에 그것을 또 맡기려 하고 있는 것이다. 1921년 나온 현진건 작가의 단편 ‘빈처’ 첫 장면이다. 그 당시 전당포는 서민이 급전을 융통할 수 있는 쉽고 유일한 창구였다는 의미다.

전당포는 물건을 맡기고 얼마간의 돈을 빌리는 행위인 ‘전당’에 가게를 뜻하는 ‘포’자를 붙인 것이다. 국내에서 전당포가 처음 등장한 것은 1365년 고려 공민왕 때로 알려져 있다. 공민왕이 노국공주의 명복을 비는 불사 자금 마련을 위해 일시적으로 전당 활동을 했다. 우리나라의 전당포는 개항과 함께 외래자본이 유입되면서 대폭 늘어났다. 당시 전당포가 난립하자 우려의 시각도 나타났다. 전당포는 높은 이율 때문에 고리대금의 대명사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전당포가 일반화하기 시작한 1960∼70년대는 TV와 라디오 시계 재봉틀 등을 주로 담보로 잡혔고, 1980년대는 밍크코트나 비디오 등을 주로 전당포에 가져왔다고 한다. 금융기관의 대출 문턱이 낮아지고 신용카드가 보편화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전당포의 역할이 차츰 사라져 갔다. 서민 물품을 맡는 대신 비싼 정보통신기기를 취급하는 ‘IT(정보기술) 전당포’와 중고 명품을 다루는 ‘명품 전당포’로 변신하고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 여파로 생활고를 겪는 청년들의 전당포 이용이 늘고 있다. 전당포에선 금융기관 대출과 달리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돈을 빌릴 수 있고, 대출 기록이 남지 않는다. 신용이 없는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도 돈을 빠르게 빌릴 수 있다 보니 휴대전화 노트북 아이패드 등 IT제품을 잠깐 맡기고 급전을 마련하는 것이다. 돈을 빌린 뒤 내야 하는 이자는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 수준에 육박한다. 빚을 갚으면 물건을 되찾을 수 있고, 못 갚으면 업체가 처분한다.

전당포를 이용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이들의 삶이 힘들어졌다는 말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가계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30대 이하 대출 잔액이 지난해 4분기 은행권과 2금융권을 합해 514조5000억 원이었다. 이는 3년 전보다 27.4%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사태 이후 주식과 코인 등 빚투 열풍이 분 데다 경제적 위기 등으로 청년층의 대출이 늘어난 것이다. ‘골목길 구제금융’이라 불리는 전당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무거워 보여 안타깝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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