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숙의민주주의와 노란봉투법

곽태원 한국노동경제연구원장

  • 곽태원 한국노동경제연구원장
  •  |   입력 : 2023-06-07 19:28:49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노란봉투법으로 알려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이 지난달 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직상정됐다. 쟁점이 되는 내용 가운데 세 가지만 살펴보자. 첫째 사용자 개념의 확대다. 현행법에서는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만을 사용자로 본다. 하지만 개정안에 의하면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으면 사용자로 본다. 하청업체 근로자가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원청사업자에 대해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소위 원청의 사용자성을 명문화한 것이다.

둘째 파업으로 노동조합이나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했을 때 그 개인별 귀책 사유와 손해 기여도에 대한 입증의 책임을 사용자에게 부과했다. 개인별 손해배상책임 비율을 사용자가 입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용자로서는 협상 타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된다. 끝으로 이 법안에는 노동조합의 교섭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노동조합의 파업은 기업의 손실을 전제로 한다. 기업에 손실을 줌으로써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목적으로 취하는 노동조합의 행동이 파업이다. 이런 노동조합의 활동은 법으로 보장된다. 이렇게 부당한 법이 있느냐고? 있다. 바로 법 위의 법, 헌법 33조에 규정된 단체행동권이다. 헌법이 보장한 권리라는 사실과 그로 인해 기업이 손실을 보게 된다는 사실 사이의 괴리는 여러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우선 법에 대한 평가는 잠시 미뤄두고 법 개정의 역사를 볼 필요가 있다. 노란봉투라는 명명은, 2009년에 있었던 쌍용자동차 파업과 뒤이은 47억 원의 손배가압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가압류 금액에 대한 4만7000원 모금운동에 등장한 것이 노란봉투였던 것에서 유래한다. 그 이전인 노무현 정부에서도 손배가압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다. 철도노조에 대한 75억 원의 손배소송은 그 한 예다.

문재인 시대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회의원 시절 문재인 전 대통령은 손배가압류에 대응하기 위해 2014년 조직된 ‘손잡고’라는 시민단체의 발기인이었다. 나중에 문재인 정부 정무수석이 되는 조국 교수는 이 단체의 공동대표를 맡기까지 했다. 손배가압류 근절을 공약으로 내걸고 2017년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그러나 당선 직후 ‘손잡고’가 청와대에 보낸 공약 이행 요청에 침묵했다. 2020년 4월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둠으로써 국정운영의 확실한 주도권을 장악한 후에는 몇 차례 여당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법률 개정이 시도되기도 했으나 모두 흐지부지됐다. ‘손잡고’는 2020년 말까지 문재인 정부 임기 중 제기된 손배소송은 28건, 청구금액은 약 69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라고 발표했다. 노무현 문재인 정부만 언급한 것은 모두 자신을 노동자의 편이라고 스스로 인정한 정부였기 때문이다.

파업에 대한 손배가압류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이 있다.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노동조합이나 노동자에 대한 손배소송과 가압류는 손해의 보전이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노동조합의 손발을 묶고 단체행동을 무력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손배가압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의 책임’은 법률체계의 일반적 원칙이라는 점을 든다. 노란봉투법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은 여기에 근거한다. 본회의에 직상정된 노란봉투법의 운명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간호법이 반면교사다. 거대 야당만의 결의로 국회 본회의 통과,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발동, 그리고 원안 그대로 재표결 및 법률의 폐기가 그것이다. 간호법의 운명처럼 이 과정에 여야의 숙의를 기대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렵다.

아이러니하게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묵혔던 법률들이 국회의 벽을 넘어서고 있다. 오죽하면 여당일 때 그렇게 하지 하는 소리가 나오겠는가. 간호법의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면 그것은 숙의민주주의의 필요성이다. 개혁은 점진적일 수밖에 없고, 일방통행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간호법이 준 교훈이다. 쌍용자동차에서의 손배가압류로 서른 명 가까운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마음이 있다면 지금처럼 해서는 안 된다. 간호법의 전철을 반복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3. 3[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4. 4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5. 5[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8. 8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9. 9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10. 10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 1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2. 2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3. 3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6. 6[2026 국감 브리핑]조경태 “최고 시스템 갖춘 건기연이 가덕도신공항 부지 침하 연구해야”
  7. 7"법령 검토해 결정하겠다"던 김지용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8. 8이 대통령 "관행·절차 얽매이지 말고 주택 공급 전격전 펼치길"
  9. 9통일부. 北 대남확성기 재개 위협에 “문제 해결 노력에 호응” 촉구
  10. 10이 대통령, "생애 첫 연금 지원사업 신청한 사람만? 실질적 불평등"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3. 3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4. 4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8. 8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9. 9노르웨이 북극권 누빈 부산 청소년, 극지경험 공유의 場
  10. 10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5. 5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6. 6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7. 7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8. 8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9. 9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0. 10“경남 강점 활용한 SMR 특구 만들자”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발가벗겨진 사우디
“난 짜장”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LCC 통합 때 약속한 부산 허브 구축, 정부가 이행하라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무색, 제도적 미비점 보완 시급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