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손님이 짜다면 짜다

  • 권혁범 기자 pearl@kookje.co.kr
  •  |   입력 : 2023-06-21 19:34:02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손님이 짜다면 짜다’. 식당 영양사 또는 주인장 ‘명언’으로 유명하다. 대문짝만한 현수막에 강렬한 필체로 적혔다. 꽤 오래전부터 온라인상에 널리 퍼졌다. 원작자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 대놓고 ‘표절’한 아류가 전국 동네 식당 곳곳에 걸렸다. 참말이든 헛말이든, 손님의 신뢰를 얻는다. 적어도 씩 웃게 만든다.

이 문장이 지금도 명언으로 통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손님은 왕’이라는 마음가짐이 잘 압축돼있어서다. 손님 중에는 입맛이 유독 까탈스럽거나 터무니없이 트집 잡는 ‘진상’도 많다. 이들의 소소한 불평불만까지 꼬치꼬치 받아주기 어렵다. 그래도 주인장은 토 달거나, 변명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수십 년 전통 손맛이나, 장인의 자부심도 손님이 아니라고 하면 바꾸겠다는 뜻이다. 달리 말해 손님 기분에 공감하고, 고집부리지 않겠다는 의지다. 어떤 재료나 양념으로 볶고 튀기고 조리든 모두 다 손님에게 맞추겠다는 거다. 손님 말을 귀담아듣겠다는 배려다.

손님이 짜다는데 “짜지 않다”고 하면 시비가 붙는다. 갈등의 불씨가 된다. “염분 농도는 몇 퍼밀(‰)이며, 기준치를 넘지 않는다”는 투로 가르치려 들면 큰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 그래서 ‘손님이 짜다면 짜다’ 이 한 문장에는 재미를 넘는 무게가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삼중수소가 1만 베크렐이니 62만 베크렐이니, 세슘 스트론튬이 알프스(ALPS)로 제거되느니 마느니 하는 문제는 저마다 기준이 다르고 주장이 엇갈리니 일단 논의 범위 밖에 두자.

대신 눈앞에 벌어진 ‘현상’을 보자. 국민은 불안하다. 부산의 대형마트 소금 진열대가 비었다. 마트에서 발주한 소금이 도착하기도 전에 식자재 매장에는 줄이 이어진다. 마트 측은 부랴부랴 ‘소금 1인당 1개 한정’ 안내문을 붙였다. “오염수 방류 후 만든 소금은 먹기 꺼려진다”는 손님, “소금이 동나는 건 굉장히 이례적”이라는 직원.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매장마다 수산물 방사능 오염 측정기를 도입했다.

지난 13일 부산해양수산청에서 열린 해양수산부 ‘수산물 안전 현장 설명회’. “대통령도 오염수를 먹겠다고 해야 한다”는 거친 발언이 나왔다. 전날 성난 전국 어민은 물때에 맞춘 생업을 포기하고 국회 앞에 몰려갔다. “바다가 아니면 먹고살 수 없다”며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을 토했다. 바닷물을 걸러 식수로 사용하는 선원들은 “생명이 위험하다”며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다.

국민은 이리 불안하다는데, 정부는 ‘과학’과 ‘수치’를 앞세워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불안하다는 국민 목소리는 ‘괴담’이 된다. “짜다”는데 “짜지 않다”는 것과 별반 다름없다. 그러니 자꾸 갈등이 생긴다. 주변국 대응은 사뭇 다르다. 태평양 섬나라들은 일본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지 내무부 장관은 일본 방위상 앞에서 “그렇게 안전하다면 왜 오염수를 일본 내에 두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중국은 “태평양은 일본의 하수도가 아니다”며 날을 세운다. 국민은 불안하다는 말에 귀 기울이고 공감해주는 정부가 필요하다.

‘과학으로 실패한 전례’는 가까이에 있다. 기장군 해수담수화 시설은 2014년 8월 완공됐다. 1255억 원이 투입됐다. 95억 원을 들여 수도관 매설도 끝냈다. 그러나 삼중수소를 비롯한 방사성 물질 논란으로 2018년 1월 가동을 완전히 멈췄다. 고리원전이 문제였다. 과학과 수치는 도움이 안 됐다. 부산시는 각종 과학적 근거를 내밀며 안전하다고 홍보했지만, 불안한 시민은 거부했다. 하필이면 오염수 논란이 불거진 지금, 시가 해수담수화 시설 재가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린다고 하니 시민 불안은 더 커질 게 뻔하다.

정부는 국민 불안에 공감하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꼬치꼬치 소소한 불평불만이라 해도. 불안하다는 국민에게 안전하다고 강요할 일 아니다. 과학이 백번 옳다 해도. 동네 식당도 그렇게 장사하지 않는다. 손님이 짜다면 짜고, 국민이 불안하다면 불안한 거다.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권혁범 경제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2. 2[근교산&그너머] <1485> 경북 영주 ‘무섬길’
  3. 3부산불꽃축제 숙박비 2배가 기본…여전한 ‘바가지’(종합)
  4. 4“북항돔 공모사업 목숨 걸고…” 전재수 시장 완수 의지 밝혀(종합)
  5. 5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6. 6태종대 명물 다누비 사라지나…市, 대체 운송수단 검토
  7. 7尹 선거법 2심도 ‘당선 무효형’…형 확정 땐 국힘 397억원 반환(종합)
  8. 8조선의 궁인데…이름도 옷도 서양식 K-사극, 판타지 세계관 확장 통할까
  9. 9전재수 시정 첫 행감…국힘, 기관장 인선 등 파상공세 예고
  10. 10비스텝 원장 6개월 공석 될 판…내년 사업 어쩌나
  1. 1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2. 2전재수 시정 첫 행감…국힘, 기관장 인선 등 파상공세 예고
  3. 3부울경 全 국회의원 회생촉구 서명…노동청, 지광 출석 요구
  4. 4“왜 사회적 지탄 대상 되려하나” 김대식, 지광에 회생 동의 촉구
  5. 5與 ‘조작기소특검법’ 5일 처리 추진…국힘 “모든 안건 필버”(종합)
  6. 6국힘 “미래기금, 총선용 사금고” 민주 “세수 변동 대비 안전장치”
  7. 7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8. 8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9. 91호기 명단 유출 파일 'MOFA(외교부) 형식, 유출 경위 파악에 주력
  10. 10[속보]李대통령, 사랑제일교회 향해 “버티면 된다는 건 세상에 없어”
  1. 1비스텝 원장 6개월 공석 될 판…내년 사업 어쩌나
  2. 2철새도래지서 즐기는 하이엔드 커피
  3. 310월 세계 선박 발주량 반토막…韓 점유율은 22% ‘존재감’
  4. 4쿠팡 Inc 올해 누적적자 2조 육박 ‘역대 최대’(종합)
  5. 5美 의회 장악 민주, AI 규제하나…韓 반도체 업계 촉각
  6. 6벡스코 ‘26분 정전’ 원인은 합선…노후 전력설비 개선 추진
  7. 730대그룹 美 계열사 10년새 232% 급증
  8. 8대양전기공업 배당성향 30%로…주주가치 제고
  9. 9“극지연구 데이터 사업화, 기업 신성장 동력으로”
  10. 10주가지수- 2026년 11월 4일
  1. 1부산불꽃축제 숙박비 2배가 기본…여전한 ‘바가지’(종합)
  2. 2“북항돔 공모사업 목숨 걸고…” 전재수 시장 완수 의지 밝혀(종합)
  3. 3태종대 명물 다누비 사라지나…市, 대체 운송수단 검토
  4. 4尹 선거법 2심도 ‘당선 무효형’…형 확정 땐 국힘 397억원 반환(종합)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5일
  6. 6“양산 충렬사·현충시설 관리인, 10년 연속 특정인 선발 특혜”
  7. 7폭염에 냉방 꺼 ‘갑질 논란’ 기업, 불법 하도급 의혹 추가
  8. 8기장 리조트 참사 시공사 대표 중형 구형
  9. 9“제조업 AI 전환 적극적 추진…‘부산의 심장’ 활력 되찾겠다”
  10. 10전남광주 순천대·경북 경국대 ‘지역의대’ 신설
  1. 1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2. 2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3. 3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4. 4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5. 5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6. 6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7. 7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8. 8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9. 9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10. 10[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선출 권력 통제
등골 프로텍터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건강 불평등 해소한다더니…취약지역 외면한 의료버스
AI 악용 부정행위, 수능 공정성 지킬 대책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