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장마가 시작됐다. 25일 기상청은 제주와 남해안을 시작으로 이번 주 중부지방까지 전국이 장마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보했다. 올해 장마에는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강력한 슈퍼 엘니뇨 현상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강우량이 더 많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하고 시간당 20~40㎜ 매우 강한 비도 잦을 전망이다. 행정안전부는 장마에 대비해 관계기관에 안전관리 강화를 당부했다. 기록적인 폭우가 잦았던 지난해 장마철 집중호우와 태풍 ‘힌남노’ 등으로 전국에서 25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됐고 29명이 다쳤다.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부산의 침수 우려지역 주민이 걱정이다. 부산에서 폭우로 인한 위험이 우려되는 자연재해 위험개선지구 14곳 중 11곳이 침수위험지구인데 수해 대비 공사가 완료된 곳은 한곳도 없다. 2020년 침수로 사망자가 3명 발생됐던 동구 초량지하차도 역시 침수 대비 시설이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2019년 집중호우가 내린 사하구 구평동 경사지에서 발생한 산사태도 아직 복구 작업을 시작하지 못했다. 당시 사망 4명, 이재민 1명의 인명피해와 90억 원 이상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처럼 수년째 수해 복구공사가 지연된 상태에서 장마철을 맞으면서 위험 지역 주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침수 대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폭우가 내리면 그 피해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시는 자주 물에 잠기는 지역 및 산사태 위험지역 등의 주민이 위기 발생시 신속히 대피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야 마땅하다.

침수방지 시설뿐만 아니라 시내 도로 곳곳에 설치된 빗물받이 점검도 철저히 해야한다. 빗물받이는 빗물을 하수관으로 보내 침수를 막는 역할을 하는데, 쓰레기나 담배꽁초가 차 있으면 역류 현상으로 침수 피해를 키울 수 있다. 서울시는 예산을 편성해 빗물받이 전수 점검을 최근 마쳤다고 한다. 하지만 부산시는 행안부가 고시한 침수 위험지역이 16곳에 달하지만 빗물받이 점검률이 이달까지 6.6%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올여름 대규모 태풍 발생이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해 부산 해안가 일대를 휩쓸고 지나간 ‘힌남노’ 피해 복구를 아직 끝내지 못해 걱정스럽다. 전체 피해지역 71곳 중 12곳이 아직 공사를 끝내지 못해 집중호우와 태풍을 대비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기장군에는 문동항 두호항 칠암항 등 주요 항구 일대 제방과 방파제가 부서진 상태이다. 균열 상태로 방치한 월파 저감 시설은 비교적 작은 힘에도 부서질 수 있다. 기장군은 시비와 군비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에 시간이 걸려 공사가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영도구와 해운대구는 예산 확보를 하지 못해 제방 복구 등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서구는 송도해수욕장과 송도이진베이시티 일대가 월파 피해를 입었으나 후속대책이 실행되기까지 3년이 걸려 주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시는 ‘힌남노’ 피해 복구공사에 최선을 다하도록 지자체를 독려하고 풍수해 대책을 한번 더 점검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