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침묵의 봄’으로 우리에게 살충제 남용의 위험성을 일깨웠던 과학자이자 작가 레이첼 카슨은 그 이전에 이미 바다와 관련한 3부작으로 문학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그중 1951년에 쓴 ‘우리를 둘러싼 바다’가 가장 유명한데 그녀는 이 책을 ‘어머니 바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하고 있다. 책에서 그녀는 “생명 자체가 바다에서 시작된 만큼, 우리도 저마다 어머니의 자궁이라는 작은 바다에서 생을 시작한다”고 하면서 “우리가 물개나 고래처럼 바다로 되돌아갈 수 없지만 상상 속에서나마 바다로 회귀하기 바라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바다를 깊은 부분까지 탐구하고 조사해 왔다”고 했다.
사실 바다는 우리의 요람인 동시에 많은 먹을거리를 선사해 왔다. 힘든 보릿고개 시절에도 해안가 마을은 굶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엄청난 양의 열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지구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그야말로 중요한 ‘생명 유지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어머니 바다가 이제 그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바다 생물 약 70%의 산란장이자 생활 터전이라 할 수 있는 ‘바다 숲’이 2022년 기준으로 33% 이상 갯녹음(바다사막화)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바다에는 육지보다 훨씬 많은 생물종이 살고 있는 데다 먹이사슬이 촘촘하지만 빠른 속도로 황폐화되고 있다. 갯녹음은 결국 바다 전체 생태계를 파멸시킬 것이며 이는 곧 지구 생태계의 파멸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는 이미 2009년부터 매년 5월 10일을 ‘바다식목일’로 정해 바다 숲을 조성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이미 천문학적인 재정을 쏟아붓고도 그 효과는 거의 없어 보인다. 갯녹음의 원인이 지역별로 다름에도 이에 대한 제대로 된 규명 없이 사업을 벌이는지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충격적인 사실은 전 세계 바다에 떠다니는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무려 170조 개가 넘으며 그 무게도 230만 t에 이른다는 것이다. 최근 OECD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렇게 가다가는 2040년에는 현재의 3배에 이를 것이라 예상된다.
카슨이 “신비로운 과거에 바다는 모든 흐릿한 생명의 기원을 감싸고 있었으며, 수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스러져간 뭇 생명의 잔해를 받아들인다. 모든 것은 영원히 흐르는 시간의 강처럼 종국에는 처음이자 끝인 바다로 돌아간다”고 했듯이, 바다는 시작이자 끝이면서 동시에 순환의 고리다. 그런데 우리는 폐기물을 버리고 오염된 폐수를 흘려보내며 그 고리를 끊어버림으로써 우리의 터전을 죽음의 행성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역시 여러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벌이는 자멸 행위이며, 어머니 바다를 하수 처리장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패륜이다.
2021년에 넷플릭스를 통해 상영된 다큐 영화 ‘씨스피라시(Seaspiracy)’는 우리에게 바다와 우리 삶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갖게 한다. 실제로 바다 생태계의 파괴는 인간의 상업적 어업이 가장 큰 요인이란 것이다. 바다 쓰레기의 45%가 어업 쓰레기인데다 멸종 위기종을 가리지 않고 제트기 13대와 성당 3채를 동시에 삼킬 규모의 저인망 그물로 물고기를 싹쓸이하는 게 현재의 수산업이다. 산에서 산나물이나 약초를 캘 때 잘 보존될 수 있도록 함부로 채취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어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영화는 파괴적인 어업을 통해 약소국들의 자립적 수산업 파괴와 선원의 노예화 문제까지 영상에 담으면서 어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특히 한국인들에게 현실적으로 당장 실천 가능한 일이라 생각되지는 않지만 바다 생태계에 대한 우리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간절한 절규로 받아들여야 한다. 카슨은 ‘우리를 둘러싼 바다’의 1961년 개정판 서문에서 “바다는 나쁘게 변한다 해도 끝내 존속할 것이다. 정작 위험에 빠지는 쪽은 생명 그 자체”라고 썼는데 이제 이 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