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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원희룡의 결기, 공공기관 2차 이전에선?

  •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
  •  |   입력 : 2023-07-12 20:01:1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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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자체를 전면 중단하고 이 정부에서 추진됐던 모든 사항을 백지화하겠습니다.”

지난 6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모습에서는 굳은 결기가 느껴졌다. 야당이 의혹을 제기한다는 이유만으로 1조 7695억 원 규모의 대형 국책사업 백지화를 선언한 것은 그가 정치인 장관이기에 가능했을 터다. 지난해 건설노조 파업현장에 나서서 진두지휘했던 모습도 겹쳐보였다. 건설노조 파업을 강경 대응으로 진화하면서 그는 당시 여당 지지율 상승을 견인한 ‘수훈갑’이란 평가도 받았다.

그는 건설노조 파업현장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개혁에 대한 철학을 따랐고, 이번 사태에서는 장관직과 정치생명을 걸고 사업중단이란 승부수를 띄웠다. 정부 여당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야당을 ‘가짜뉴스 생산자’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원 장관의 백지화 폭탄선언은 고속도로 관련 의혹 역시 가짜뉴스로 치부하겠다는 것으로 읽히는데, 일각에서는 무리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인 ‘지방시대’에 대해 원 장관은 어떤 결기를 보여줬는가. 지난달 29일 국회 교통위원회에서의 원 장관의 발언은 지방시대라는 국정철학에 대한 그의 인식을 의심케 한다.

당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관련 정부의 의지가 약해진 것이 아니냐는 질의에 그는 “(관련 용역)납기 지연의 우려가 있다.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할 수 있어 당장 이전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무리”라며 공공기관 2차 이전 연기를 공식화했다. 애초 올해 6월 말까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기본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던 국토부가 ‘갈등’을 이유로 내세우며 정책 동력을 놓쳐버린 것이다.

원 장관이나, 국토부가 기본계획 수립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이유를 보면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지자체마다 유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어렵다고 한 것은, ‘지자체의 공공기관 유치 경쟁 과열 때문에 지방이전을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수도권의 논리와 다를 바 없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맡은 주무부처와 그 수장이 공공기관 이전을 극렬히 반대하는 수도권 논리와 같은 이유로 로드맵 수립을 늦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역의 유치 경쟁, 조직 내 반발 등은 예견된 것이고, 전임 정부도 공공기관 지방이전 논의를 하면서 이와 관련해 수차례 검토한 바 있다. 국토부가 이러한 문제점을 몰랐을 리도 없을 것이다. 정책 추진에서 파생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인식하고 있는 상태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이라는 과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수행해야 할지 고민해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주무부처가 할 일이다.

여기에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이 지난 5일 공공기관 2차 이전 시기를 내년 총선 이후로 못박으면서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이번 정부에서도 선거용으로 전락할 우려도 나온다. 공공기관 2차 이전을 논의만 하고 선거를 앞두고 시기를 조절했던 전례를 겪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로드맵 수립 연기는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가 절실한 여당 내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산은 이전을 기폭제로 삼아 부산을 중심으로 한 남부권 중심축을 형성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산은 부산 이전 상황을 점검하고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을 위해 가덕신공항 개항시기를 앞당기도록 지시한 것에서도 이 같은 의지가 읽힌다.

윤 대통령이 올해 하반기부터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단행돼야 한다고 강력하게 지시했다면, 원 장관은 장관직을 걸고 ‘납기’를 지켰을 지도 모른다. ‘정치인 원희룡’을 움직인 동력이 사실상 윤 대통령이라면,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참모들이나 국무위원들에게 ‘지방시대’라는 국정철학의 배경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기 바란다. 그러고보면 윤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지방시대를 언급한 것도 오래됐다.

김태경 서울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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