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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싱가포르다움’을 위한 그들의 선택

  • 강동진 경성대 교수
  •  |   입력 : 2023-08-03 19:04:2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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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신비한 나라다. 적도에 근접해 있어 12월과 1월을 제외한 평균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국가임에도 1인당 GDP가 약 9만 달러(2023년)로 아시아 1위이고, 국제 경쟁력은 전 세계 3위이다. 정말 작지만 강하고 또 부유한 국가이자 도시다. 여기서 왜?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 싱가포르는 ‘독재에 가까운 강력한 통치체제 아래에서 공공의식이 매우 높은 사람들이 사는 도시이며, 국제금융에 기반 한 중계무역이 발달한 국가’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가까이서 만나 본 싱가포르는 세계 최고의 국가를 향한 다양한 미래실험이 행해지는 도전의 도시국가였다. 놀라운 점은 그 도전의 중심에 언제나 ‘고유한 싱가포르의 것’과 ‘창의적인 싱가포르 정신’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필자의 관심사에 들어온 몇 가지를 적어 본다. 영국 식민지 시절의 근대유산들과 마천루 풍경을 조화롭게 구성한 수변지대, 국제 명소의 반열에 오른 조류공원과 동물원, 세계유산이 된 식물원, 전 계층이 즐길 수 있는 복합리조트 등은 기본이다. 물을 수입하여 생수로 되팔고, 도심 한복판에서 ‘F1 그랑프리’라 부르는 스포츠카 경기를 개최한다는 사실 앞에서 비로소 그들의 특별함에 호기심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꾸불꾸불한 도심의 도로 위에서 굉음을 내며 달리는 자동차 경연에 열광하다 돌아선 그 자리에서 쇼핑과 숙박이 가능한 도시는 전 세계에 그리 흔치 않다. 언급한 예들 모두 싱가포르의 한계이자 장애로 지적되는 것을 기회의 자산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또 지역 밀착적인 그들만의 역발상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또 하나! 조금 다른 면에서 인지되는 것이 있다. ‘완벽에 가까운 형평성과 일관성’이다. 빈부격차는 있어 보이지만 빈곤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화려한 쇼윈도는 있지만 도심에서 외곽으로 이어지는 주거지대의 모습이 크게 달라 보이질 않는다. 도시의 모든 미래가 치밀한 마스터플랜에서 나오기에, 갑작스럽거나 변덕이 전혀 없다. 우왕좌왕하지도 않는다. 필자가 알고 있는 도시설계(urban design)의 가치가 가장 잘 발현 중인 도시라 여겨진다. 어떻게 이리 참하고도 멋진 매력이 쉴 새 없이 뿜어 나오는 도시가 될 수 있었을까?

여기서 리콴유(이광요) 초대 총리를 등장시키지 않을 수 없다. 싱가포르는 1819년 이래 영국 영향권에 속하며 오지에서 벗어났다. 1963년과 1965년, 영국과 말레이시아로부터의 두 차례 독립 과정에서 그는 싱가포르의 역사 전면에 등장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리콴유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죽어있던 싱가포르를 살려낸 위대한 지도자 vs 31년의 독재 또 세습의 길을 걷게 한 독재자’로 요약된다. 이렇게 대조적인 평가의 원인이 된 리콴유의 선택들은 마치 롤러코스트를 탄 듯 극과 극을 달렸다. 집권 초기 그는 정적들은 물론 측근 지지자들도 숙청이란 이름으로 멀리했다고 한다. 자신의 오른팔과 왼팔들마저도 잘라냈다는 사실을 확인하니 나도 모르게 낮은 탄식이 새어 나왔다. 그에게는 ‘오직 싱가포르’밖에 없었던 것이다.

생산 기반이 전무한 불모지 싱가포르를 위한 두 번째 선택은 ‘중계무역’이었다. 20세기 이후 싱가포르만큼 중계무역을 꽃피운 나라는 없으리라. 세 번째 선택은 ‘국민 기강 잡기’였다. 싱가포르의 문화는 융합으로 대변된다.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 사람들이 모여 독특한 싱가포르 스타일의 문화를 만들며 살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인종들을 마치 단일 성향의 국민처럼 통합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무지막지하다(?)고 알려진 벌금 제도가 탄생했나 보다.

리콴유는 왜 그런 길을 택했을까. 분명 외로운 길이었을 것이고, 그런 통제 가운데 살아온 국민도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시아 제일로 평가받는 그들의 얼굴 이면에서 약간의 어색함이 느껴졌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뭔지 모를 어두워 보이는 표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누적된 스트레스일 수 있고 동양인의 전형적인 특성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더 어색한 것은 그 통제가 국민들에게 억압이나 구속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통제에 젖어들어 즐기며 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통제와 순응의 과정 속에는 ‘국가에 대한 국민의 무한한 신뢰’와 ‘국민을 최고로 만들겠다는 올바른 신념’이 내재되어 있는 듯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싱가포르 전역에서 흘러넘치는 친환경적인 청결함과 글로벌과 로컬을 넘나드는 경제와 문화의 활력을 설명할 수가 없다. 최근의 추세라면 수년 내 싱가포르는 세계 최고의 국가 반열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더위, 작은 섬, 연약지반, 다우(多雨), 먹는 물 부족, 식민시대, 다인종 등의 제약들을 빛나는 싱가포르다움으로 대전환시켰고, 지금 또다시 상상할 수 없는 위대한 대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선진국가가 된다는 것은 지도층과 국민 모두의 가치관과 관심이 선진적으로 바뀐다는 것을 뜻한다. 비록 통제와 규제에 기반 한 선택이었지만 변화를 향한 싱가포르의 관심은 오직 ‘싱가포르에서 살아갈 다음세대와 그 땅의 미래’에만 집중했다. 무엇보다 ‘올곧은 공의와 진정한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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