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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끼니] 대구 뭉티기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  |   입력 : 2023-08-13 19:25:40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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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세계에서 쇠고기 맛을 세분하는 가장 뛰어난 미각을 지닌 민족은 한국이다”고 했다. 실제 우리 민족은 한 마리의 소에서 백 가지 맛이 난다는 의미로 ‘일두백미(一頭百味)’라는 명칭을 썼다. 현재 소 유통 방식 역시 대분할 10개 부위, 소분할 39개 부위, 그리고 다양한 부산물로 나눔으로써 능히 100여 가지 부위에 이르고 있다.

뭉티기는 대구 육식문화의 정점에 있다.
이처럼 소를 다양한 방식으로 먹는 정점에 생고기가 있다. 우선 육회와 생고기를 구분할 필요가 있겠다. 쇠고기를 익히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육회는 익히지만 않았을 뿐 다양한 양념과 부재료로 조리 과정을 거친다. 육회와 비슷한 음식은 몽골 유목민들로부터 시작된 ‘타르타르’, 이탈리아의 ‘카르파초’, 에티오피아의 ‘크트포’ 등 소를 먹는 민족에게서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소의 근육 덩어리를 아무런 조리 과정 없이 먹는 생고기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생고기를 먹는 문화는 한반도의 여러 지역에서 발견할 수 있다. 경남 울주군과 울산시, 전남 목포시와 광주시, 그리고 대구시가 있다. 지역마다 명칭도 다르고 먹는 방식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이 가운데 소비량과 대표성에서 독보적인 지역이 대구시다. 대구는 생고기를 두껍게 뭉텅뭉텅 썰어서 먹는다는 의미로 ‘뭉티기’라 부른다.

원래 소는 도축 후 등급판정을 받고 경매를 거친 다음 유통할 수 있다. 법이 그렇다. 법대로 하면 소는 도축 후 최소 24시간 후에나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뭉티기용 고기는 사후 경직이 풀리기 전에 먹어야 한다. 생고기를 좋아하는 지역에서는 ‘식기 전에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즉 도축 후 체온이 떨어지기 전에 먹어야 생고기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려면 소를 도축하자마자 출하해야 한다. 그래서 대구와 경북지역에 있는 도축장에서는 뭉티기용 부위만 먼저 잘라서 유통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특별히 허가를 해줬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는 지역의 관습이 법과 제도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근육 덩어리를 썰어서 먹는 뭉티기를 요리라고 할 수 있을까? 대구 사람들은 당당히 “그렇다”고 말한다. 뭉티기는 지방이 전혀 없는 살코기 부위를 선택한다. 덩어리째 보면 검붉은 살코기로 보이지만 기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아주 얇은 근막과 지방이 촘촘히 박혀 있다. 이를 얼마나 꼼꼼하고 신속하게 제거하느냐가 관건이다. 갓 뽑은 가래떡을 씹을 때처럼 부드럽게 씹히고 이물감이 전혀 없어야 좋은 뭉티기다.

대구에서 뭉티기를 먹을 때 고기만큼 중요한 것이 기름장이다. 좋은 참기름과 조선간장은 기본. 여기에 결정적인 재료는 고추와 마늘이다. 고추장은 안 된다. 붉은 고추를 숙성시켜서 다져야 한다. 마늘을 갈아서도 안된다. 칼로 총총 다져야 한다. 그리고 뭉티기는 한 점씩 먹지 않는다. 복어회 먹듯 여러 점을 기름장에 푹 찍어서 입속에 욱여넣어야 한다. 참기름도 고추도 마늘도 강하고 자극적인 재료들이다. 하지만 쫀쫀한 쇠고기의 살점을 꼭꼭 씹으면 탁한 호수에서 연꽃이 피어나듯 감칠맛이 뚫고 나온다. 그 감칠맛은 생선회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오로지 신선한 생고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칠맛이다.

이 맛을 알고 나면, ‘대구는 먹을 것 없는 도시’라는 생각은 두 번 다시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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