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세계에서 쇠고기 맛을 세분하는 가장 뛰어난 미각을 지닌 민족은 한국이다”고 했다. 실제 우리 민족은 한 마리의 소에서 백 가지 맛이 난다는 의미로 ‘일두백미(一頭百味)’라는 명칭을 썼다. 현재 소 유통 방식 역시 대분할 10개 부위, 소분할 39개 부위, 그리고 다양한 부산물로 나눔으로써 능히 100여 가지 부위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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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뭉티기는 대구 육식문화의 정점에 있다. |
이처럼 소를 다양한 방식으로 먹는 정점에 생고기가 있다. 우선 육회와 생고기를 구분할 필요가 있겠다. 쇠고기를 익히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육회는 익히지만 않았을 뿐 다양한 양념과 부재료로 조리 과정을 거친다. 육회와 비슷한 음식은 몽골 유목민들로부터 시작된 ‘타르타르’, 이탈리아의 ‘카르파초’, 에티오피아의 ‘크트포’ 등 소를 먹는 민족에게서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소의 근육 덩어리를 아무런 조리 과정 없이 먹는 생고기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생고기를 먹는 문화는 한반도의 여러 지역에서 발견할 수 있다. 경남 울주군과 울산시, 전남 목포시와 광주시, 그리고 대구시가 있다. 지역마다 명칭도 다르고 먹는 방식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이 가운데 소비량과 대표성에서 독보적인 지역이 대구시다. 대구는 생고기를 두껍게 뭉텅뭉텅 썰어서 먹는다는 의미로 ‘뭉티기’라 부른다.
원래 소는 도축 후 등급판정을 받고 경매를 거친 다음 유통할 수 있다. 법이 그렇다. 법대로 하면 소는 도축 후 최소 24시간 후에나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뭉티기용 고기는 사후 경직이 풀리기 전에 먹어야 한다. 생고기를 좋아하는 지역에서는 ‘식기 전에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즉 도축 후 체온이 떨어지기 전에 먹어야 생고기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려면 소를 도축하자마자 출하해야 한다. 그래서 대구와 경북지역에 있는 도축장에서는 뭉티기용 부위만 먼저 잘라서 유통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특별히 허가를 해줬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는 지역의 관습이 법과 제도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근육 덩어리를 썰어서 먹는 뭉티기를 요리라고 할 수 있을까? 대구 사람들은 당당히 “그렇다”고 말한다. 뭉티기는 지방이 전혀 없는 살코기 부위를 선택한다. 덩어리째 보면 검붉은 살코기로 보이지만 기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아주 얇은 근막과 지방이 촘촘히 박혀 있다. 이를 얼마나 꼼꼼하고 신속하게 제거하느냐가 관건이다. 갓 뽑은 가래떡을 씹을 때처럼 부드럽게 씹히고 이물감이 전혀 없어야 좋은 뭉티기다.
대구에서 뭉티기를 먹을 때 고기만큼 중요한 것이 기름장이다. 좋은 참기름과 조선간장은 기본. 여기에 결정적인 재료는 고추와 마늘이다. 고추장은 안 된다. 붉은 고추를 숙성시켜서 다져야 한다. 마늘을 갈아서도 안된다. 칼로 총총 다져야 한다. 그리고 뭉티기는 한 점씩 먹지 않는다. 복어회 먹듯 여러 점을 기름장에 푹 찍어서 입속에 욱여넣어야 한다. 참기름도 고추도 마늘도 강하고 자극적인 재료들이다. 하지만 쫀쫀한 쇠고기의 살점을 꼭꼭 씹으면 탁한 호수에서 연꽃이 피어나듯 감칠맛이 뚫고 나온다. 그 감칠맛은 생선회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오로지 신선한 생고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칠맛이다.
이 맛을 알고 나면, ‘대구는 먹을 것 없는 도시’라는 생각은 두 번 다시 못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