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우리는 지금 무법천지에 살고 있는가

  •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
  •  |   입력 : 2023-08-23 19:36:24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요즘처럼 일상이 무서웠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21세기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비상식적 사고로 떼죽음을 당하고, 참사가 예상되는 자연재난 예고에도 설마하며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기에 출근하던 시민이 물에 빠져 숨졌다. 누군가의 자식으로 태어난 수백명 아이는 소리소문 없이 죽거나 죽임을 당했고, 사기꾼의 덫에 걸린 세입자는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 보증금을 떼여 죽음으로 내몰렸다. ‘내새끼 제일주의’에 편승한 교권침해는 교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고, 출·퇴근길에 벌어진 묻지마 흉기난동과 성폭행 살인은 ‘치안강국’ 한국의 위상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24일은 이태원 참사 300일 째다.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지난해 10월 서울 도심에서 150명이 넘게 죽었지만 사고 발생 10개월이 다 되도록 제대로 책임지고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 유가족은 왜 내 가족이 죽어야 했는지에 대한 진실을 알기 위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1년 가까이 길 위를 헤매고 다니지만 아직 속시원한 답을 얻지 못했다. 지난 22일 중구 서울광장에서는 이태원 참사 발생 300일을 앞두고 유가족과 종교인들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및 300일 추모 4대 종교 삼보일배’를 하며 관련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6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지금까지 법안 심의가 시작되지 않은 상황을 규탄하며 국회가 특별법 제정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오열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극한호우로 오송참사가 벌어졌다. 사고 당시 지하차도 CCTV를 보면 범람한 미호강 흙탕물이 폭포수처럼 지하차도 입구를 덮치면서 터널에 갇힌 차량 속 피해자 14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당시 기록적인 폭우로 홍수경보가 발령됐지만 재난 대응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여느 참사처럼 언제 책임자를 찾아내 처벌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수천만 원~억 대의 전세 보증금을 떼인 젊은층의 죽음도 잇따른다. 지난 봄 숨진 채 발견된 5명의 전세사기 피해자 대부분은 20, 30대 사회초년생으로 저축과 대출 등으로 마련한 목돈을 일순간에 잃으면서 더는 살기 힘든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23일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열린 공판에 사기 혐의로 나온 50대 최모 씨를 보면, 무자본·갭투자 방식으로 부산 연제구 중구 수영구 부산진구 등 6개 구 총 263채를 사들여 263명에게 200억 원이 넘는 보증금을 떼 먹었다. 돈 한 푼 없이 수백억 대 사기를 칠 수 있게 방치한 대가가 20, 30대를 벼랑 끝으로 밀어넣었다.

2015~2022년 태어난, 출생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등록 영유아 2123명 중 249명이 이미 숨졌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알게 됐다. 미등록 아동 10명 중 1명 이상이 숨졌으니, 전수조사를 하지 않은 다른 연도에 태어난 아동 중 또 얼마나 많은 이가 세상을 떠났을지 모른다. 그간 미등록 아동이 이렇게나 많이 죽음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어린 생명을 유기·학대하는 우리사회 민낯이 드러났다.

서울 서이초 새내기 교사의 극단적 선택 후 터져나오는 교권침해 행태에 대해서는 말을 잃게 한다. 학생의 욕설·폭행과 함께 학부모의 모욕·명예훼손·협박·폭행 등등.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를 심의하는 교권보호 위원회 심의 건수는 2019년 2662건에서 지난해 3035건으로 늘었다. 공교육 붕괴로 학교와 가정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양측의 감정이 곪아 터지는 동안 정부는 어디서 무엇을 했나.

이 같은 무법천지는 흉기난동 사건으로 최고조에 달했다. 서울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에 이어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사건, 서울 신림동 성폭행 살인 사건까지 잇따라 터지는 흉악범죄에 마음 편히 일상을 누리기가 어렵다. 각종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해법보다 ‘전 정부 탓, 현 정부 탓’ 공방만 치열한 정부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눈떠보니 선진국’이란 책이 발간되면서 한동안 전국민을 으쓱하게 만든 적이 있다. 불과 2년이 지난 지금은, 자고나니 무법천지 세상에 내던져진 느낌이다.

임은정 메가시티사회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2. 2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3. 3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4. 4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근교산&그너머] <1484> 통영 학림도 망산
  7. 7‘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8. 8147일 만에 투표지 공개 검증
  9. 9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10. 10영업중단 이어 단전 위기…피가 마르는 홈플러스 입점업체들
  1. 1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2. 2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3. 3[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4. 4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5. 5‘가상자산 과세 유예’ 결론 못낸 당정
  6. 6李 대통령 “국민 생명·안전 지키기가 최우선”
  7. 7여야 ‘조희대 국조’ 두고 공방 격화
  8. 8[속보] 대통령비서실, 30억 들여 월평균 11회 여론조사…내용은 비공개
  9. 9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10. 10조현, 한미관계 난기류 우려에 “벨트 단단히 매면 돼”
  1. 1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2. 2‘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3. 3퇴직금 2028년부터 사외적립…체불 예방
  4. 4부산시 “부산에 글로벌 AI 허브 유치하겠다”
  5. 5미래에셋·대신증권·빗썸도 뚫렸다(종합)
  6. 6사실상 금융업 전체가 다 털릴 판…靑, 긴급 대응회의(종합)
  7. 7첫 100조 분기매출 하닉 “100조 주주환원 하겠다”(종합)
  8. 8전용터미널·화주 인센티브 등 북극항로 상업운항 지원 요구
  9. 9부산과학기술협의회·CTO평의회 역량 확대
  10. 10부산銀 센텀센터, 스타트업 지원 거점화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3. 3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4. 4영업중단 이어 단전 위기…피가 마르는 홈플러스 입점업체들
  5. 5후배 경찰 신체 ‘덥석’…파출소 팀장 추행 혐의 피소
  6. 6아울렛서 만나는 김해 도자기
  7. 7“일부 수사 강압·부실” 부산변회, 권한 커진 경찰 첫 평가
  8. 8부경대 5108명 정보유출…위탁보안 비상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9일
  10. 10“공장화재 대원 고립됐다” 실전같은 훈련
  1. 1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2. 2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3. 3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4. 4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5. 5‘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6. 6‘은퇴 기로’ 손아섭, 2년 만에 NC로…3000고지 향한 행진 계속
  7. 7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8. 8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9. 9김해FC, 제6대 사령탑에 설기현 감독 선임
  10. 10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지긋지긋한 론스타
어떤 ‘최장수’ 기록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79년 정론 국제신문 정상화 요구 들불처럼 번진다
노후 원전 사용연장 안전에 일말의 의심 남지않게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