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과학영웅 신화

김광석 부산대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감성물리’ 저자

  • 김광석 부산대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
  •  |   입력 : 2023-08-28 19:15:44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과학자가 장래 희망’이라는 어린 학생을 만나면 무척 반갑다. 세상이 보여주는 화려한 길보다 우주와 자연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과학 탐구의 매력에 이끌린 어린 마음이 너무 기특하고 고맙게까지 느껴진다. 그런데 우수한 학생 중에는 간혹 노벨상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있다. 재능을 타고난 어린 스포츠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는 모습을 연상케 하지만 내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세속적 관점에서 보자면 기초과학자의 삶에는 폼나는 요소가 별로 없다. 부러움을 살만큼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주변 사람들이 눈치 볼 만큼의 권력도 없다. 대부분의 평범한 과학자들은 각자 자신의 연구를 일상처럼 묵묵히 지속할 뿐이다. 하지만 노벨상은 좀 다르게 보인다. 돈과 권력으로도 얻을 수 없는 명성이 생기고 인류 과학사에 기록될 위인이 된다. 최후의 승자로 살아남아 최고로 인정받는 금메달리스트나 열광하는 팬들에 둘러싸인 글로벌 아이돌의 인기에도 밀리지 않는 ‘짱’이 될 수 있다.

이렇게 과학 연구에서조차 타인에게 인정받고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동기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대한민국은 K팝과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세계적 인지도를 높이고 있지만, 과학 분야에서만큼은 여전히 노벨상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과학영웅’을 애타게 기다리며 과학사도 삼국지나 신화처럼 영웅들의 활약상을 중심으로 읽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탁월한 지략을 지닌 제갈량이나 괴력의 헤라클레스같이 비범한 능력을 지닌 ‘과학영웅’들이 기존 이론에 집착하는 보수적 과학자집단을 무찌르며 ‘과학혁명’을 성공시키는 신화. 혹은 고독한 영웅의 박해나 순교 후, 군중들이 직접 나서 과학 메시아의 명예를 복원하는 반전의 서사를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자들은 한결같이 상을 목표로 연구하지는 않았다고 회고한다. 성급한 발표로 대중적 관심을 끌거나 인정 결핍의 욕망을 채우는 일보다 그들이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연구 결과의 재현 검증과 논리적 견고함이었다. 과학은 예술작품 같은 개인적 업적의 측면보다 후대에 물려줄 인류의 지적 유산으로서의 공용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과학은 비행기다. 엔진이 만들어져도 200만 개의 부품과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안정적 비행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검증과 논의 단계가 필요하다. 따라서 과학은 새로운 학설에 대해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다양한 오류의 가능성과 자칫 간과했을지도 모를 논리의 빈틈을 찾아야 한다. 단 하나의 결함으로도 비행기는 추락할 수 있다. 엔진만으로는 하늘을 날 수 없다.

또한 과학은 미완성의 석조 건물이기도 하다. 뛰어난 과학자에 의해 기둥이 세워지더라도 벽과 천정까지 촘촘하게 돌을 쌓아 하나의 건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수많은 과학자의 공헌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하늘을 향해 치솟은 과학첨탑은 개인의 영웅담이 아닌 공동체의 역사로 읽혀야 한다. 우리 사회는 자라나는 과학 새싹들에게 공동체의 가치보다 영웅의 신화만을 강조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한때 영미권 대학생의 청춘 지침서였던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마지막 장면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자신을 속박해 왔던 가정 종교 국가의 다양한 편견을 깨달은 후 사제의 길 대신 예술가의 삶을 선택하는 장면은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자신만의 신화를 꿈꿀 수 있는 용기를 제공했다. 하지만 주인공 이름의 모티브인 ‘다이달로스’는 조카의 재능마저 질투해 그를 살해하고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급조한 날개로 인해 자기 아들 ‘이카루스’마저 추락사하게 만들었다.

“과학이 재미있고 좋아요. 그래서 과학을 계속하고 싶고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며칠 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강연을 열심히 듣던 한 아이가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던 순간 마음속으로 해주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유명한 과학자가 되지 않아도 괜찮아. 대신 견고한 벽돌 같은 진정한 과학자가 되어주렴.”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4. 4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5. 5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6. 6[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7. 7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8. 8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9. 9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10. 10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3. 3‘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4. 4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5. 5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6. 6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 헌법 조문화, 이제는 실천할 때"
  8. 8김민석, 강훈식 서울시장 후보론에 “가능성 열려있다”
  9. 9李 대통령 지지율, 2주 전보다 소폭 오른 44%…부정 평가 49%
  10. 10강훈식 다음 수순은 서울시장 출마?(종합)
  1. 1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2. 2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3. 3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4. 4‘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5. 5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6. 6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7. 7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8. 8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9. 9커피향 가득한 미래 작가들 ‘사랑방’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5일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6. 6“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6일
  8. 8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9. 9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0. 10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배재정 전 의원 실형 구형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5. 5[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은정이라는 이름
다시 영화의 시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초대 중수청장, 내편 네편 아닌 국민편에 서라
지자체, 현수막 법 준수하고 실태부터 파악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